‘진할매 닭한마리’가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여행책자인 미슐랭 가이드가 내로라하는 음식점들 가운데서도 진할매 닭한마리 집을 실은 이유는 무엇일까? 진옥화 할머니의 둘째딸 윤영실 씨는 “서민들을 위한 맛있는 음식”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란다.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다
미슐랭 가이드는 미쉐린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여행 가이드북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타이어를 산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던 자동차 여행안내 책자에서 시작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미식가들이 레스토랑을 방문해 평가를 하는데, 일단 이름을 올리면 어떤 미디어에 실린 글도 소용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미슐랭 가이드에 진할매 닭한마리가 실렸다는 사실이 공중파에 방송되던 날, 본점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물론 기쁜 일이지만 진 할머니 식구들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안 그래도 줄 서서 기다려 먹는데 방송에 또 나오면 더 많이 기다려서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호텔 가운데 한 곳도 실린 적이 없다는 것, 서민들의 대표음식으로 꼽혔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다.
1978년, 동대문에 작은 닭요리 집을 열었던 진옥화 할머니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진 할머니는 식구들의 생계의 어려움에 닥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닭한마리 집을 열었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가서 닭 한 마리, 두 마리를 사서 오던 어려운 시절. 그래도 ‘신선한 재료에서 최고의 맛이 나온다’는 생각만큼은 놓지 않았다.
지금 본점 ‘진할매 닭한마리’의 일층은 일본인들이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파란 눈의 미식가들도 세계적인 유명세에 들렀을 것이다. 그들을 놀래킨 이유는 서민들에게 친근한 재료인 닭과 소박한 재료들로 이만큼 훌륭한 맛을 냈기 때문이란다.
신선한 재료에서 최고의 맛이 나온다
어머니의 뜻과 요리 솜씨를 이어 받은 둘째 딸 윤영실 씨는 5년 전 정발산동에 일산점을 열었다. 지난 7월 초, 일산동 에이스스파랜드 뒷 건물로 이전했다. 변한 것은 없다. 동대문 본점에서 했던 것처럼 고품질의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본점에서 35년째 거래하고 있는 재료 도매상이 일산까지 온다. 우직하고 신용을 중시하는 가풍 덕이다.
“동대문에서 먹던 맛 그대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손님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이곳의 메뉴는 단 하나, ‘닭 한 마리’다. 한 마리를 주문하면 한번 익힌 닭 한 마리가 육수에 담겨 나온다. 양은 냄비가 본점에서 보던 것 그대로다. 국물에 파, 감자, 떡사리를 넣고 간 마늘과 김치를 썰어 넣고 팔팔 끓인다. 김치가 닭의 느끼한 맛을 잡아서 국물이 개운하고 얼큰하다. 고기를 먼저 먹고 난 다음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 땀 뻘뻘 흘리며 먹고 나면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기운을 얻는다. 역시 여름철 보양식에는 이열치열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계절도 뚜렷이 타지 않는다. 봄은 봄대로, 여름과 가을겨울, 언제라도 외식에 술안주에 사랑을 받는다. 얼큰한 맛은 얼큰한 대로 담백한 맛은 또 그대로 인기다.
원조는 꾸밀 필요가 없다
알고 오는 사람들이야 걱정할 것 없지만 간혹 모르고 오는 사람들은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는 상차림에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양은냄비에 닭 한 마리, 파 동동 띄워 내니 그럴 만도 하다.
“아는 사람은 ‘원래 이래’ 하면서 먹어요. 모르고 온 사람은 ‘뭐 이런게 다 있냐’고 해요. 그런 사람들이 먹으면서 점점 웃음이 번져요.”
‘오랫동안 푹 삶은 국물’, 그리고 ‘신선한 재료’와 사람을 중시하는 마음, 그것이 진할매 닭한마리의 비결이다. 원조는 꾸밀 필요가 없다. 진짜 그대로를 내밀기만 하면 된다.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대요. 자꾸 땡긴다는 말들을 많이 해요.”
오영실 씨가 웃으며 말한다.
닭 냄새 없이 깔끔하고 얼큰한 맛
진할매 닭한마리 식당 벽에는 ‘닭한마리 먹는 순서’가 붙어 있다.닭은 끓여 나오므로 5~10분 정도만 익히면 된다는 것, 국수사리를 먹고 싶으면 추가로 딱 한번만 시켜서 익혀 먹으라는 친절한 조언도 덧붙인다. 처음 넣었을 때가 가장 맛이 좋기 때문이란다.
일산동에 사는 하선명 씨는 오랜 단골이다. 종로에 가게가 있어 본점에도 자주 들러 먹었는데 일산점이 생긴 이래로 5년째 꾸준히 찾는다. 리포터가 들른 날에 그는 같은 어린이집 부모들을 데리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치 국물을 넣고 파사리를 더 넣고 끓였어요. 입맛에 따라 요리할 수 있죠. 육수가 맛있고 닭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깔끔해요.”
식성이 달라도 취향이 달라도 김치와 마늘, 양념과 파, 떡사리와 칼국수 등 소박한 재료로 얼큰하고 푸짐한 닭요리를 즐길 수 있는 진할매 닭한마리에서 이 여름, 든든하게 충전할 수 있겠다.
문의 031-922-9661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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