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답안 작성을 위한 첨삭지도 원칙

지역내일 2011-07-26


박시성
논술서당 원장
031)903-7353

 이제 대부분의 고3 학생들이 논술공부에 공력을 쏟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논술도 다른 과목 공부와 마찬가지입니다. 논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한편한편 써 나가다 보면 눈이 뜨이고 길이 보입니다. 논술서당에서 준비해 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6개월 정도 공부한 학생들이 논술시험 보기 전까지 60~70편 정도를 집필하고 첨삭 지도를 받습니다. 이 정도 공부한 학생들은 제각각 자기 색깔이 분명한 답안을 생산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글이라는 것이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논술서당에서 학생들의 글을 첨삭, 채점할 때 책임감, 융통성, 그리고 용기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가 바로 논술의 이러한 본령을 학생들에게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1. 책임성
 글씨를 또박또박 써야 합니다. 글씨 자체가 채점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같은 내용성이라도 정성들여 쓴 글씨에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요즘 연애편지 쓰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마구 흘린 글씨로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써서 사랑의 감정을  ‘간절하게’ 전달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겠죠. 균형잡힌 글씨를 보면 이 답안을 작성한 학생이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옵니다. 그리고 제가 수업 중에 가장 강조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논술답안을 채점하는 교수님들의 평균 연령이 아마도 40대 후반 정도일 것입니다. 이 나이가 되면 대부분 노안 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별의별 수준의 글들을 읽고 채점하고 있는데 마구 써 버린 학생의 글을 보고 ‘이 학생 참으로 자유분방한 사고의 소유자구나’라고 생각할 교수님은 아마 한분도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2. 융통성
 논술을 잘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논술해서 되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폭넓은 독서경험을 통해 형성된 사고능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이런 고민도 없겠죠. 그러나 현재 대입 통합교과논술 시험을 통해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확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을 토대로 논술 문제가 구성이 되고, 평소에 학생들이 늘 연습하고 있는 독해력이 가장 중요한 채점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통합교과논술 모의문제들은 글 구성에 필요한 기본 자료를 제시문으로 준 다음 그것을 토대로 답안을 작성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학교 공부와 수능 공부를 꾸준히 해 온 학생이면 누구나 합격답안을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아주 총명한 한 학생이 생각납니다. 연세대 사회, 서울교대, 한양대 법대에 동시합격한 학생인데 같은 논제로 답안을 작성했던 150명 중에 유일하게 제가 100점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데 그것이 개인의 삶에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논제였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라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 반면 이 학생은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작품을 인용했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 작품에서 옥희 어머니가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을 포기한 것은 과부재혼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관습이라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슷비슷한 내용성의 답안을 채점하다가 이런 답안을 만나면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당연히 ‘에이뿔’을 주지요.

3. 용기
20년만 지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에서부터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의 CEO까지 여성들이 주도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논술수업에 남학생들이 소수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어느 대학 논술 파이널반 수업을 들어갔는데 저는 이화여대 대비반에 잘못들어 왔나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전부 여학생들이었습니다. 여학생들이 대부분 성실합니다. 열심히 하구요. 그런데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이 어떤 참신한 생각이 들어오면 그쪽으로 확 밀고 나가는 맛이 약간 떨어집니다. 물론 모든 여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주 발군의 여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여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휴!). 아무튼 어느 정도 논술 능력이 형성되고 나면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기존의 무난한 답안구상을 버리고 과감하게 질러보는 논증전략을 택하라고 것이지요. ‘이렇게 저렇게 쓰면 말은 되는데 이거 다른 애들 쓴 거 하고 별로 차별화된 답안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이 서면 새로운 변수를 스스로 설정하여 새 길을 개척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눈에 띄는’ 답안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1등급 답안을 향한 마지막 고비가 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 있게 자기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설정하되 항상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줄 아는 책임성, 어제 배운 그것을 오늘 배우는 이것과 연관시킬 줄 아는 융통성,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할 줄 하는 용기가 있어야 창조적인 생각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깨우쳐 주어야 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논술서당에서는 학생들의 논술답안을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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