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동창생들과 계룡산국립공원 내 갑사(甲寺)를 찾았다. 결혼 후 대전에 살고 있는 몇몇 친구들도 만날 겸 하루코스 나들이로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결정한 장소다. 아침 9시, 서울을 출발한 우리는 점심 무렵 구릉진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소도시 공주에 도착했다.
계룡산 기슭에 위치한 삼국시대의 사찰
계룡산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 새로운 도읍지로, 신기(神氣)가 넘치는 신들의 땅으로 점쳐진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룡산국립공원 입구의 한 식당에 들렀다. 더덕구이와 버섯찌개, 유기농 채소, 맛깔스런 밑반찬 등으로 오랜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식당을 나와 1975년에서 1983년까지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수필, 이상보님의 ''갑사로 가는 길''을 떠올리며 갑사로 향했다.
충남 공주시 계룡면 연천봉 아래 위치한 갑사는 계룡산국립공원 내 아홉 개 계곡 중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공주에서 19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동학사에서 도보로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또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암시하듯 갑사의 가을 단풍은 황홀할 만큼 아름답다고 한다.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
삼국시대 초기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에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갑사는 ''하늘과 땅과 사람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라고 해서 갑등의 이름으로 갑사가 되었다고 전한다. 석조약사여래입상, 표충원, ''남매탑''이라고도 불리는 청량사지쌍탑 등의 문화재가 있으며, 연천봉 남쪽 기슭에는 백제의 고찰 신원사와 중악단, 오층석탑, 고왕암 등이 있다.
갑사계곡을 따라 금잔디고개와 남매탑을 거쳐 동학사에 이르는 등산로는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길을 따라 걸으니 우거진 숲에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숲속 만남의 광장에는 시인이자 방외기인으로 열정적 삶을 살았던 ''박희선 시비''가 자리하고 있다. 일주문을 통해 사찰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장인의 손길에 의해 다시 태어난 온갖 장승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계룡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서비스하는 ''오리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친절하고 예쁜 전문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우리는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숲의 생태와 문화유산 등을 둘러보았다. 잘 조성된 자연탐방로를 걸으며 야생화 관찰하기, 측백나무와 피톤치드, 지저귀는 새소리, 또 수령을 알 수 없는 고목나무에 얽힌 전설과 사연을 들었다.
조선시대 후기 건축물, 갑사강당
또다시 걸어 사천왕문을 지났다. ''계룡갑사(鷄龍甲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갑사강당(甲寺講堂)''이 보인다. 현판 한 쪽에는 ''정해중추절도사 홍재의서''라는 낙관이 찍혀 있다. 전체적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조선시대 후기의 웅장한 건축물인 갑사강당은 해탈문과 대웅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승려들이 법문을 강론하던 건물로, 정유재란(1597)때 불타 없어진 것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앞면 3칸, 옆면 3칸의 규모이며 지붕의 옆선이 사람 인(人)자 모양인 단순한 맞배지붕집이다. 단청은 완전히 퇴색되어 무늬의 흔적만 남았고, 문짝은 많이 변형돼 원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왼편으로는 진해당이, 정면에는 본당인 대웅전이 나타났다. 대웅전에는 삼불 사보살이 모셔져 있고, 그 뒤로 돌아가니 삼성각이 있다.
신발을 벗고 삼신불괘불탱(국보 298호)을 보기위해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삼신불괘불탱은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석가와 노사나불 등 삼신불이 진리를 설법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괘불이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던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이어 동종(보물 478호)과 대적전, 표충원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현재는 작은 규모로 축소 복원된 대적전은 원래 화엄고찰의 하나로 위용을 과시하던 중심전각이었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격퇴한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표충원 사당에는 서산대사 휴정, 사명대사 유정, 기허당 영규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
방동저수지 등 주변 볼거리 풍성
조금 내려오니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으로는 유일한 갑사 철당간(보물 256호)이 높게 서있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세워두는데 이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며,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한다. 이외에도 절을 창건할 당시 세웠다는 공우탑, 요사채 담장을 뚫어 만든 통로, 권세가의 별장이었다는 찻집 등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볼거리가 풍성했다.
수필의 소재가 됐던 갑사에서 동학사로 넘어가는 길을 걸으며 남매의 한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었지만, 서너 시간이 족히 걸린다는 해설사의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또 이곳에는 수도하는 스님의 숙소가 따로 있으며 템플스테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단다. 돌아오는 길에 방동저수지에 들렀다. 호수를 방불케 하는 넓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친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고, 대전에서 합류한 친구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쉬운 작별인사가 이어지고 나는 피곤한 몸을 버스에 맡긴 채 예쁜 추억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TIP/ 주변 맛집
*초원가든- 더덕구이, 도토리묵 (041) 857-9072
*수정식당- 산채정식, 버섯덮밥 (041) 857-5164
*공주식당- 도토리묵, 산채비빔밥 (041) 857-5071
*민속촌식당- 산채나물백반, 버섯찌개백반 (041) 857-5144
*산울림식당- 버섯국밥, 도토리빈대떡 (041) 857-5206
*새이학가든- 따로국밥, 갈비찜 백반 (041) 854-2030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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