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시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은상 이지원 군

발명의 첫걸음은 ‘애정 어린 관찰’

발명의 마지막은 ‘끈질긴 승부근성’

지역내일 2011-06-21

매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인천 초중고에서는 청소년과학탐구대회와 학생과학실험대회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연수구 옥련동에 자리한 축현초등학교 6학년 이지원 군은 이 때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다. 

워낙 과학과목을 좋아해 교내외 과학관련 행사나 대회에 빠짐없이 도전하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전자과학과 기계과학(과학상자조립), 로켓과학,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등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제31회 인천광역시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학습용품 부문에 학교대표로 참가해 은상을 수상했다. 


다용도 물 분필용 삼면지우개 ‘하나로’

올해 제31회 인천광역시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는 전체 1,658작품이 출품됐으며, 본선 심사결과 금상 37작품, 은상 74작품, 동상 108작품 등 총 219작품이 수상했다. 


이 군이 도전한 작품은 학습용품 부문으로 다용도 물 분필용 삼면지우개 ‘하나로’다. 물 묻은 지우개와 마른 지우개를 하나로 합친 것으로 여기에 분무기까지 결합해 수시로 물을 뿌릴 수 있도록 개선했다. 

사실 이 군의 발명품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됐다. 

“제가 선생님을 엄청 좋아해요. 선생님 수업도 정말 재밌구요. 그런데 수업하실 때마다 여러 번 칠판을 쓰고 지우고 반복해야 하는데 젖은 지우개랑 마른 지우개를 번갈아 사용하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어요. 

특히 젖은 지우개는 금방 물기가 말라 수업 도중 물을 다시 묻히러 움직여야 하는 탓에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기도 했구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더 편하게 지우개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다

그때부터 지우개의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젖은 것과 마른 것 두 개의 지우개를 양면으로 결합해 봤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지우개를 잡고 지우기가 어려워 활용가치가 떨어졌다. 또한 물 묻은 지우개를 직접 잡고 쓰려면 선생님 손에 물이 묻기 때문에 불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 삼각기둥 모양, 접착면적을 확대할 수 있는 삼각기둥으로 모양을 바꾸니 훨씬 사용하기 편리한 지우개가 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손잡이 부분과 지우개 부착면이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분리돼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이를 위해 마찰력이 높은 고무를 이용해 미끄럼을 방지하고 잘 밀리지 않도록 하는 한편 자석을 부착해 칠판에 누르는 압력을 증가시켰다. 

특히 삼각기둥 밑면에 분무기를 설치해 필요할 때마다 물을 뿌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우개가 건조해지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과제 집착력 ‘고민’을 즐기다 

흔히 영재의 특징을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과제집착력’과 ‘몰입’을 꼽는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군 역시 전형적인 영재다. 모든 영역에서 두루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수학과 과학과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고준석 교사는 이 군의 강점으로 뛰어난 논리력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과제 집착력을 손꼽는다.

“지원이를 3학년 때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방과후 수학 전담교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어린데도 난이도가 있는 사고력문제나 심화문제를 접할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더욱이 올해 담임을 맡게 되면서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끈기를 가지고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영어 단어 외우기 싫어 꾀부릴 때 보면 영락없는 어린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굉장히 몰입해요. 

발명품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시간이 촉박해 주말 내내 매달리고 평일에도 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새벽까지 작업한 적도 많았는데 엄살 부리지 않고 끝까지 해 내는 걸 보면서 진지한 구석을 발견했죠.”


내 꿈은 생명공학자

이 군의 학습 플래너 맨 앞장에는 생명공학자라는 꿈이 적혀 있다. 이 꿈은 이 군이 힘겨운 공부를 끝까지 견뎌내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실험하고 탐구하는 걸 좋아하니깐 막연하게 과학자나 동물학자처럼 넓은 의미의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6학년이 되면서 담임선생님이 꿈은 구체적으로 세우는 게 좋다고 하셔서 생명공학자라고 정했어요. 아직 어리지만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연구만 하는데서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로 사람들에게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미니 인터뷰 / 어머니 김현미 씨


아이 혼자 끙끙거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김현미 씨는 사교육 없이 두 아이가 모두 교육청 영재로 선발돼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덕분에 비결을 묻는 사람도 많았을 터. 

“사실 영재선발시험을 위해 따로 준비했던 게 전혀 없어서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다만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영역의 책 읽기를 꾸준히 했어요. 가족여행이나 체험학습 가기 전엔 반드시 관련된 도서를 찾아 읽도록 했고, 동식물 관련 책을 챙겨 가서 현장에서 직접 비교하면 관찰하기도 했어요.”

특히 김 씨는 ‘아이 스스로 고민하고 풀어보려고 노력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요즘 엄마들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거 같아요. 그런데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것 못지않게 아이가 혼자 고민하고 스스로 풀어보려고 끙끙거리는 시간도 정말 중요해요. 

아이에게 틀린 문제를 다시 한 번 풀어보라고 해요. 때로는 오랜 시간이 걸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푼 문제는 정말 아이 자신의 것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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