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의미 있다. 지난 22일 개관한 울산박물관은 건립계획부터 장장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종합박물관으로 시민들을 향해 팔 벌렸다.
울산박물관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애매하다. 사람에 따라 수 만 가지 의미를 찾기도, ‘울산 최초 종합박물관’이라는 수식어만 빼면 그저 그런 박물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박물관도 그렇지만 울산박물관도 휙 둘러보면 30분 안에 끝낼 짧은 동선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면 구석구석 숨은 이야기가 있고, 울산이라 남다른 유물이 살아 숨 쉰다. 화려하거나 명품급의 유물은 아니지만 한 점 한 점 모두 울산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전한다.
구석기시대부터 1962년까지 울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역사관, 그 중에서도 특히 알고가면 좋을 유물을 소개한다.
구석기 유물
KTX 울산역 공사당시 출토된 구석기 시대 유물이다. 이 유물이 출토되면서 울산의 역사가 7천년에서 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그전까지 울산은 신석기 이전의 역사를 증명할 유물이 없는 상태였다.
화살촉 박힌 고래뼈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화살로 고래 잡는 선사인’이 증명되는 유물이다. 동물뼈 중 가장 단단하다는 사슴뼈에 화살촉이 박힌 그대로 출토됐다. 신석기인들의 화살사용 증거다.
오리모양 토기
오리모양토기는 죽은 사람의 안식과 영혼의 승천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장례의 부장품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오리모양 토기는 대곡댐 수몰지역에서 출토됐는데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크기다.
검단리식 토기
청동기시대 토기로 깊은 바리모양이다. 아가리 주위로 가늘게 무늬가 새겨져 있고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다. 청동기 시대 이런 형태의 항아리는 검단리에서 처음 출토되었는데, 그래서 그 이후로 같은 형태의 항아리는 모두 ‘검단리식 토기’로 불린다.
청동솥
청동기 시대 울산에는 웅촌면 대대리와 검단리, 양산시 웅상읍까지 세력이 뻗쳐 있었던 ‘우시산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이 유물은 대대리 하대와 검단에서 고분군과 유적이 발굴될 때 출토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세발 청동솥이다.
세발솥은 주로 중국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부장품이다. 따라서 우시산국 시절, 대대리 유적에는 상당한 정치적 권위와 신분이 높은 특권층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대대리 세력이 대외 교역을 주도했던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단독장에 귀하게 전시돼 있던 것을 울산박물관이 대여 전시했다.
동물무늬 항아리
말과 사슴 등 열두 마리 동물이 새겨져 있는 삼국시대 토기이다. 이런 모양의 토기는 흔하지 않은데 울산에서 최초로 발굴됐다. 당시 이 토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1961년 국립박물관이 발굴조사를 맡아 토기, 철기 등 많은 유물을 수습했다.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
1962년 중구 태화동의 옛 태화사 터의 산비탈에서 발견됐다. 발굴 후, 경남도청을 거쳐 학성공원에 옮겨져 있다가 울산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역사관으로 옮겼다. 보물 제441호로 지정돼 있다.
이 사리탑은 일반적인 사리탑과 달리 몸돌이 종모양이고 윗부분에 사리를 모셔두던 감실을 깊숙이 파 놓았다. 몸돌엔 십이지상이 새겨져있다. 보통 십이지상은 능 주위에 새기는데 사리탑에 새겨진 경우는 처음이다. 삼국유사에는 643년 당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일부를 봉안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역사관 중앙에 전시돼 있는데 말이 향하고 있는 쪽이 남쪽 방향이다. 보물 제441호.
연자도 출토 청자
연자도는 울산 앞바다의 작은 섬이다. 연자도가 개발되면서 여기서 고려시대 건물지 20동, 구덩이 300여기 이상이 발굴조사됐다. 청자대접과 접시, 기와류, 청동불상, 젓가락 등이 출토됐다. 온돌 집자리는 울산박물관 옥상 유적공원 내로 이전, 복원 전시했다.
그런데 이 연자도가 무엇을 하던 곳인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경숙옹주 태항아리, 태지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실의 번영과 왕실자손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전국에 이름난 산을 찾아 태실을 만들고 태를 묻었다. 이러한 산을 태봉산이라 하는데 범서읍 사연리 태봉산에 묻혀있던 경숙옹주 태항아리와 태지가 울산박물관에 전시됐다.
조선 9대 임금인 성종의 딸인 경숙옹주의 태를 넣었던 항아리와 그 기록이다. 태봉산에 남아 있는 ‘경숙옹주 태실 및 비’는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돼 있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