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만들어야 할 회복의 전기

지역내일 2011-07-07

스스로 과음이 문제라고 여기면 절주나 단주를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지만 의도한대로 술을 완전히 끊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도 번번이 똑같이 해보다가 결국 단주를 아예 단념한다.
단주를 나름대로 시도하다가 포기하려 하는 바로 이 시점이 중요하다. 이 순간에 매우 섬세하게 개입하여 치료의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때가 자주 있지 않는데다 바로 이때라야 주위 사람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법을 바꿔 볼 것을 제안하고 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을 이성의 결함이나 의지력의 결핍이 아닌, 미세한 뇌 손상이 깔린 정서적 사회적 질환이란 질병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혼자만의 힘과 의지로 힘들다면 도움을 받아 다시 시도하자고 설득하는 것이다.
질병의 사회적 함의는 환자에게 왜 병났냐고 책임 추궁하지 않는다. 무슨 병이든 약이나 수술, 가족이나 의료진의 도움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주위의 가족들이 알코올 문제라는 병과 이 질환의 회복의 대책과 과정에 대하여 먼저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술로 망가져 가는 것에 애 닳은 보호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보호자 자신부터 추슬러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술과 이 병에 걸린 사람과 회복에 대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바로 이러한 결정적 시점에서 적절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리부터 관련 책자를 읽고 가족치료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바로 따라 하는 수가 적다.
알코올의존은 정신과 질환이고, 정신과 질환은 신체 질환과 매우 다르다. 몸의 병은 본인이 먼저 아픈 것을 알아차리나 알코올의존은 본인이 가장 늦게 안다. 아프다면 당연히 자신이 먼저 나으려고 도움을 찾지만, 알코올의존은 남들이 먼저 나설 뿐 정작 본인은 거부한다. 이런 차이를 묵살하고 다른 환자들처럼 스스로 나으려 하지 않는다고 화내고 속상해 한다.
낫자면 으레 아픈 사람이 먼저 회복하려고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병수발이라 하여 아픈 사람을 종처럼 떠받치는 것이 간병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따로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먼저 실천하여 회복의 리더가 되자. 먼저 더 많이 알고 더 단단해지도록 하자. 그럼으로써 시야를 더 넓게 멀리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어렵고 긴 회복의 과정에서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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