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의 치료에서 보호자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술을 끊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도와주려고 한다든가, 진정으로 도와주어야 할 점을 모른 채,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다 보면 보호자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해야 보호자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 먼저 과음하는 사람과 자신이 별개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발달이 더뎌 상당히 긴 시간을 무력한 영유아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매달려 의지해야 생존하는데, 이것이 애착이다. 발달이 진행하여 새로운 개체로 분화되면서 인간은 자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각각 분리 독립된 존재가 된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살아가는 동안에 바로 이 점을 깨닫게 하는데 실패한다.
다음으로는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급하게 해결하여 도와주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상대에게 의존성을 조장하여 결국 무력한 사람이 되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빨리 처리해주고 싶을지라도 조금 기다려 스스로 나설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알코올의존인 집안의 가족생활은 항상 함께 엮여 돌아가는 수가 흔하다. 그리고 이를 마치 남달리 가족애가 돈독한 것으로 오해한다. 사실은 상호의존적 관계 방식의 삶인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서로가 상대를 자기와 똑같다고 단정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상대방도 그대로 인식하고 행동할 것으로 기대해 버린다. 이러다 보면 독단적으로 되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란 개념이 없다.
남이라면 당연히 겸손하게 부탁할 일도, 받아들여주어 고마운 일도, 무언가 미안한 일도, 기쁜 일도 으레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므로, 자기를 나타내는 대화나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 서로가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반사적으로 상대방이 기대한 그대로 행동하려 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예상과 조그만 어긋나도 좌절감을 느끼고 화나기 쉽다.
과음하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가지려면 부단히 자신이 상대방과는 견해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가족일지라도 어디까지나 남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조종하려는 데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꿋꿋이 자신이 할 일을 하며,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보호자라는 사람도 결국 남이라는 진실을 깨닫고, 그런 후라야 단주하고 안 하고는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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