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조기교육은 아이 뇌 발달 방해하는 격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의 ''뇌 발달 시기에 맞는 교육법''

지역내일 2011-06-07

지난 4월 24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던 ''사교육정책중점연구포럼''에서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가 ''뇌 발달 시기에 맞는 교육법''을 발표하며 우리나라의 과잉 조기교육 현실에 일침을 가했다. 서유헌 교수는 교과부 치매정복창의연구단 단장 및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뇌 과학자이다. 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뇌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뇌 발달 단계에 맞는 바람직한 교육법을 제시했다. 과도한 조기교육으로 뇌 몸살을 앓고 있는 강남 아이들에게 서 교수의 ''뇌 발달 시기에 맞는 교육법''이 명약 처방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강연 내용을 정리해봤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 >

과부하 조기교육 : 가느다란 뇌의 회로에 과도한 전류 
뇌와 교육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에도 우리 교육은 지금까지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Brain Based Learning)''을 무시해왔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태어난 후의 교육도 모자라 심지어 태교 때부터 조기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이러한 조기교육 열풍과 강제교육에 의해 아이들의 ''지(知)의 뇌''는 과도하게 혹사당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인간의 뇌를 1~3층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했다. 1층은 ''생명의 뇌''로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다. 2층은 ''감정·본능의 뇌''로 이곳이 망가지면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3층은 ''지의 뇌''로 공부에 이용되는 부분이다. 
2층의 ''감정·본능의 뇌''가 잘 작동되면 3층인 ''지의 뇌''로 연결되는 회로가 활짝 열린다. 억지로 한 공부는 금방 사라지지만 즐겁게 스스로 공부한 것은 오래 남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을 감정과 본능이 없는 인간으로 간주한 채 강제 조기교육에 의해 ''지의 뇌''를 과도하게 혹사시킨다. 이에 비해 ''감정·본능의 뇌''는 억눌리고 메말라 있어 아이들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감정적 충족감을 얻기 위해 청소년 비행까지 저지르게 된다.
아이의 뇌는 성숙된 성인의 뇌와 다르다. 가느다란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과부하로 불이 나듯이 과도한 조기교육을 시키게 되면 뇌에 불이 일어나 각종 신경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대입준비 교육 - 남보다 빨리, 남보다 많이
우리의 모든 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하고 있다. 유아교육에서부터 고등학교 교육까지 대학입시준비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 남보다 먼저, 남보다 많이 하면 공부를 잘해 대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감정과 본능이 가장 예민함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본능의 충족 없이 공부만으로도 잘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학원을 순회하고, 밤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컴퓨터에 매달리고,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서 교수는 우리 교육의 이런 모습을 오전은 잠자는 교육, 오후는 조는 교육, 저녁은 학원의 반복·암기 교육이라고 꼬집어 비판했다.


두뇌 평준화 교육 - 특성·적성 고려 없이 일률적 인간으로
"옆집 사람을 보고 자녀를 키우면 실패한다" 서 교수가 강연을 시작하며 한 말이다. 옆집 아이의 뇌가 내 아이와 같다면 똑같이 키워도 되겠지만 엄연히 내 아이의 뇌는 옆집 아이와 다르므로 같은 방법으로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얼굴 모습이 제각각이듯 뇌도 모두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강제한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감정과 정서는 무시한 채 편중교육,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암기교육, 아이의 특성과 적성의 고려 없이 일률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두뇌 평준화교육이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뇌 발달 단계별 교육법>


1 영·유아기 (만 0~3세) - 고른 뇌 발달, 감정·정서 발달 
뇌는 만 3세까지 일생을 통해서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다른 시기와는 달리 이 시기에는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루는 부분, 즉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골고루 발달한다. 따라서 편중된 학습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독서만 많이 시킨다든지, 언어교육을 무리하게 시킨다든지, 카드학습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등의 일방적이고 편중된 학습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감학습을 통해 두뇌를 골고루 자극할 때 뇌 발달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이 시기에는 감정의 뇌가 일생 중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사랑의 결핍은 후일 정신 및 정서 장애로 연결되는 경향이 크다.


2 유아기 (만 3~6세) - 전두엽 발달, 인간성 길러줘야
이 시기는 전두엽이 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전두엽은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판단력, 주의집중력, 감정의 뇌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일 뿐 아니라 인간성, 도덕성, 종교성 등 최고의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암기 위주의 선행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못하며, 새롭고 자유로운 창의적 지식, 한 가지 정답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전두엽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 등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성장한 후에도 예의 바르고 인간성 좋은 아이가 될 수 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셈이다.


3 초등기 (만 6~12세) - 두정엽·측두엽 발달, 언어교육은 이때부터
이 시기에는 언어기능,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공간·입체적인 사고기능을 담당하는 두정엽이 빠르게 발달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측면도 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 
뇌 발달에 맞춰본다면 만 6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한글 학습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시기는 언어기능의 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 세계명작들을 많이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의 경험과 실력이 평생 국어 실력을 좌우한다. 
조기 영어교육의 붐으로 대부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지만, 뇌 발달에 맞춰보면 별로 교육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 자연스럽게 이중 언어 환경이 조성된 경우, 즉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밖에서는 영어를 쓰는 외국에 사는 아이라면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쉽게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두 개 언어를 동시에 강제적으로 배우게 되면 상호 경쟁으로 두 언어 모두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지나치게 학습시키면 모국어 발달까지 지연될 수 있는 것이다. 설사 아이가 잘 따라한다고 해도 뇌에서 동기유발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별 재미가 없고, 그러다 보면 아이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평생 영어를 싫어할 수도 있게 된다. 
뇌 학자들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또 언어교육은 다양한 자극을 주면서 재미있게 학습하는 방법이 좋다. 강제로 단순 반복, 암기하는 교육은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뇌의 일부 회로만 자극함으로써 아이들이 편협하고 감정이 메마른 지식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 있다.


4 12세 이후 - 후두엽 발달, 시각 기능 발달
이 시기에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많이 발달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주위를 훑어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되며 외모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에 빠져 열광하는 것도 시각기능이 발달한 이 시기의 뇌 발달 특징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이런 특징들을 나무라고 못 하게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고 다른 것의 중요성도 알게 해주는 것이 자기 발전을 위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뇌 발달 시기에 맞는 교육법''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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