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학교 문턱을 낮추다

학생·학부모 의견 적극 반영하는 ‘동춘초등학교’

지역내일 2011-05-30

“아이를 학교에 보내 보니 ‘자식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유치원 때는 상담도 자주 했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친밀했어요. 원 운영에 이견이 있으면 조심스럽게 피력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가니 상황이 180도 달라지더군요. 선생님이나 학교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하고 그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이나 반론은 전달할 만한 통로도 거의 없더군요.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공교육은 문턱이 높은 거 같아요.” 이명주 씨의 말이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학생과 학부모가 소외된다는 점이다. 학교 측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연수구에 자리한 동춘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해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반수도 부족, 70% 이상일 때만 통과


동춘초등학교는 유독 가정통신문이 많다. 게다가 발신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의 회신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바쁜 학부모라면 귀찮다고 느껴질 정도로 학교 운영에 관해 세세하게 공지하고 필요한 경우 학부모의 동의 여부를 묻는다. 


지난주 효도방학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의 학교가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 등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효체험수업일이란 이름으로 휴교를 결정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최장 6일 동안 효도방학을 실시해 맞벌이 가정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동춘초등학교는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효도방학을 실시하지 않았다.


“효도방학 시행여부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50%를 밑도는 학부모님들이 찬성하셨더군요. 

우리학교는 학교 운영에 관해 과반수 찬성이 아닌 70~80% 이상 적극 찬성인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더 많은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따르고 맞벌이로 인해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학부모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지요. 

여건이 돼 휴교하길 원하는 부모님께서는 재량껏 현장학습을 신청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전체적으로는 등교를 결정했습니다.” 김종헌 교무부장의 설명이다.


 


교칙개정 위한 토론회를 열다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한 동춘초등학교의 노력은 교칙 개정과정에서도 확연히 두드러졌다. 


시 교육청은 지난 3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 내용을 새롭게 공고했다. 제9조 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에 관한 것으로 학생 포상 및 학생 징계와 관련해 학교 규칙과 학교생활 규정을 재정비하도록 했다. 

학교별 재량에 따라 훈계와 훈육 지도단계의 세부 지침들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동춘초등학교는 규정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5학년과 6학년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칙 개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4.2%가 시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소수의 기타 의견도 있었다. 특히 ‘출석정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다.


“교칙 개정이 관련법과 시행령 개정 및 교육청 공문에 의한 것임을 자세히 안내하지 못해 학생 징계를 학교가 임의로 정했다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또 구두로 주의를 주거나 반성문을 쓰게 하고, 명심보감을 옮겨 적게 하거나 상담·봉사활동 같은 순차적인 징계를 거쳤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1회 10일 이내의 출석정지와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한 학부모님들이 우려가 높았습니다.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 별도의 개칙위원회를 구성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토론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다


지난 4월 21일 학칙 개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교사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통보가 아닌 학부모와 학생과의 의견조율을 통해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전체 위원의 55%인 6명을 학생과 학부모 위원으로 선정했다.


이날 토론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석했던 김성희 씨는 “토론회 참석에 앞서 주변 학부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공통된 의견이 어떤 경우에도 학생의 수업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이를 그 상황까지 지도하지 못한 교사와 학부모의 책임도 큰 만큼 학교 밖으로 내몰지 말고 아이를 안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치료교육이다. 출석정지를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하고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는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징계보다는 선도가 목적인만큼 당해 연도의 문제는 당해 연도에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특히 학생의 훈육과 훈계의 지도 단계 부과 사실은 상담일지로 기록하여 생활 개선의 자료로 활용하되 학년말에 폐기하도록 합의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미니인터뷰


책임감을 배운 특별한 경험


6학년 박민수 군


동춘초등학교 전체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박민수(6학년) 군은 이번 토론회에 학생위원으로 참석했다.


박 군은 “토론회에서 논의한 모든 조항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저를 포함한 제 친구들과 후배들이 학교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떨리고 긴장된 자리였지만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 입장에서는 벌보다 칭찬과 상을 많이 주는 게 좋다”며 “학업 성적 우수자에 대한 시상 역시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에게 자극도 되고 동기유발도 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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