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연일 ‘동반성장’ 계획을 발표하거나 협약식을 체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 물량을 빼앗거나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주)에 잉곳(Ingot) 틀(case)을 납품하는 A사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덤핑 수주로 큰 피해를 봤다. A사는 수십년간 한국철강에 잉곳 생산에 필요한 틀을 납품해왔는데 지난해부터 갑자기 물량이 줄었다. 현대중공업이 한국철강에 잉곳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잉곳 틀을 현대중공업 주조사업부에 발주하도록 요청한 게 이유였다. 한국철강은 잉곳을 현대중공업에 납품하기 위해 A사에 발주하던 잉곳 틀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이로인해 A사는 지난해만 600톤~700톤 가량의 물량이 줄어들었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항의조차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단가를 후려쳐 중소기업 발주 물량을 빼앗아 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수십년간 잉곳 틀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한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피해를 준다면 물량수주를 중단하겠다”고 해명했다.
두산엔진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두산엔진의 협력업체 B사가 지난해 3월 부품 납품견적을 7.5% 인하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납품가격을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두산엔진은 B사 물량을 빼내 현대중공업 가공업체 C사에 발주했다.
협력업체들은 “두산엔진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덤핑영업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위아에 주물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큰 고민에 빠졌다. 현대위아가 kg당 5원의 납품단가 인하 방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두산인프라코어 납품단가보다 낮은 액수다.
납품업체들은 납품단가 인하에 수긍할 수 없어 현대위아에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협상’을 요구했다.
현대위아는 “지금까지 원자재값 인상에 따라 납품단가를 올렸다”면서 “회사별로 가격 결정 기준이 다른데 어떻게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가격을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20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계·조선업종 7개사와 함께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을 갖는다. 한편 두산엔진은 내일신문의 취재요청에 오전 10시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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