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의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법정에서 법대에 앉아계신 재판장님 앞에서 당사자가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 원고가 억울하다고 얘기를 하자 피고는 법률조항을 인용하면서 법적으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장님이 “법위에 상식이 있는 것 모르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의외의 말에 나도 놀랐다. 재판장님은 법에 따른 재판을 하셔야 하는데 법보다 상식이 우선한다고 하니 재판을 어떻게 하시겠다는 뜻인지 궁금했다.
변호사를 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에는 재판에 참석하고 돌아설 때마다 그 때 재판장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결국 재판도 사람들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싸울 때 무기로 내세우는 것이 법이다. “법대로 해라”, “법에 의하면...” 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정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법에 의하면 일방이 이기는 재판이지만 상대방이 양보하도록 하여 서로 이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회사의 연대보증 하에 돈을 10억 원 빌려준 사람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회사의 이사회 회의록을 첨부했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런 것은 없었다고 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요하는 대외적 거래 행위를 함에 있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상대방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면 무효가 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자 그 분이 “아니 법에도 상식이 있는 것 아닌가요? 연대보증인으로 회사 인감도장까지 찍어서 그것을 믿고 돈을 빌려주었는데 회사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요? 그 돈은 회사로 들어가서 유용하게 사용되었을 텐데 이제 와서 회사가 오리발을 내밀면 되나요?”라고 나에게 따지고 들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식적으로 회사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또는 부도를 피하기 위하여 연대보증을 서거나 돈을 빌린 경우에는 이는 회사의 사업 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와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사용자로서 손해의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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