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서울대 김경범 교수 초청 ''미래의 인재상'' 강연

모방형 인재에서 창조형 인재로

지역내일 2011-06-27

지난 6월 16일에 있었던 휘문고등학교 학부모 설명회에 초청된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변화하는 사회와 미래 인재''를 주제로 미래의 인재상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설명회는 늦은 시간인 저녁 7시에 시작됐음에도 휘문고 학부모를 비롯한 강남 지역 중학생 학부모 700여명이 참석해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래가 요구하는 창조형 인재는 어떤 인재인지, 창조형 인재는 어떤 교육방식에 의해 양성되며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이를 위해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창조형 인재로 키우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된 김 교수의 강연, 참석하지 못했던 학부모들을 위해 그 내용을 정리해봤다.


질적 성장의 시대는 창조형 인재를 요구한다
대한민국의 양적 성장 시대를 이끌어 온 인재는 모방형 인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하는 시대에는 과거의 모방형 인재에 의지한 성장방식에서 벗어나야한다. 세계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며 세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조형 인재가 필요하다.
인재상이 변해야하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인구구조 피라미드를 제시하며 현재의 청·장년층은 적은 인원을 부양했지만 아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는 훨씬 많은 인원을 부양해야함을 설명했다. 인구부양비 증가로 현재의 아이들은 성인세대보다 1.3배의 능력을 갖고 있어야 우리 사회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세대는 앞으로 세계의 평균 지식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결국 우리의 미래 사회가 낙관적이기 위해서는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부양할 수 있는 창조형 인재가 절실한 것이다.


''물고기 비유''를 통해서 본 교육방식의 변화
그럼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인재상에 맞게끔 교육방식도 바뀌어야 함을 ''물고기 비유''를 통해 네 단계로 설명했다. 첫째, 교사가 식탁위에 생선요리를 차려주고 먹이는 교육, 둘째, 교사가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법을 가르쳐 주고 학생으로 하여금 요리해 먹게 하는 교육, 셋째, 교사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학생으로 하여금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해 먹게 하는 교육, 마지막으로 교사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학생으로 하여금 세상에는 음식 재료가 많으니 이제 나가서 원하는 재료를 구해서 요리해 먹으라고 하는 교육이다.
앞서 말한 네 단계를 살펴보면 점차 교사보다 학생 스스로 해야 하는 역할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창의적 인재는 스스로 하는 부분이 많은 교육방식을 통해 양성될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되려면 아침에 스스로 혼자 일어나야 한다. 하루의 시작을 스스로 하는 아이는 미래에 큰 차이를 보인다"라고 일례를 들어 설명했다.


창의적 인재의 자질 - 지식의 양보다 질이 중요
창의적 인재의 자질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김 교수는 ''지식의 양'', ''지식의 질'', ''지식습득능력과 기술'', ''발전 가능성의 인성과 태도''를 들었다. 여기서 ''지식의 양''은 지식의 넓이와 깊이를 말하며, ''지식의 질''은 자기주도적인 학습, 즉 어떤 것을 알고 싶을 때 그것을 어떻게 알아갈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합격생들의 예를 들어 "많은 양의 지식을 채우고 있는 학생이 수능 성적은 좋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의 그룹과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의 그룹을 비교해 보면 낮은 그룹이 공부를 더 잘한다"라고 말하며 "기초적인 지식의 양만 확보되면 이후에는 지식의 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식습득능력과 기술''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형성되며, 동기·의지·호기심·모험심·협력·자의식·집중 등 ''발전 가능성의 인성과 태도''는 아이와 함께 살면서 부모들이 보여준 태도가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학교 교육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김 교수는 학교가 호기심, 모험심 등을 키우기는 힘들지만 망가뜨리기는 쉽다고 한다. 아이들은 발전가능성과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질을 많이 갖고 있는데 학교에서 ''이렇게 하지마''라고 하면 아이의 발전가능성은 죽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발전가능성의 인성과 태도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학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우선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탐색해보고 그것에 대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한다. 또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흥미롭고 유용한 교수 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실수가 허용되고 위험감수를 격려하는 교실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학생을 그룹으로 나누지 말고 개개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렇게 변화된 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 열정은 앞으로 아이들의 삶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자』에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은 그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못하니라(授人以魚, 不如授人以漁)''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의 신봉자였던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경험을 통해 ''사람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굶겨서 바닷가로 보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 목적을 찾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간절히 갈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길러주고 있는지, 정반대로 스스로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박탈한 채 아이들을 이리저리 조종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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