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다보니 좌충우돌 겪게 되는 일들이 많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딸들이기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는 부모들은 사사건건 걱정 아닌 걱정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아이들 귀에는 그런 걱정스런 한마디가 잔소리로만 들릴 수밖에 없으니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제일 소중한 존재이자 가장 무서운 존재다. ‘사랑하기 때문에, 소중하니까’,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다, 하지만 그 지나친 사랑을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오늘도 여전히 아이들과 충돌은 현재 진행형이다.
의사전달은 정확히, 아이들 마음 이해하고 읽어줄 수 있어야
“그래 공부가 전부는 아니야! 사람 됨됨이가 먼저야!” 자신의 감정을 애써 감추며 다잡아 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직장인 정은영(가명. 42)씨는 고3인 아들 때문에 속병이 날 지경이다. 아들이 고3이란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한다.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독서실을 가지 않고 집으로 와서 시험이 코앞인데도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런 아들을 보니 속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자신의 할일은 알아서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 뻥뻥 치던 아들이 못 미더웠던 정 씨. 괜한 걱정인가 싶어 기다려줬지만 시험 볼 때마다 성적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런 성적 결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인터넷 게임에 몰입해 있다. 결국 정씨도 아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몇 번 경고만 줬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컴퓨터 코드를 잡아 빼버렸어요, 너무 화가 나서 그동안 참았던 말들을 막 해버렸지요, 아들도 울고 저도 울어 버렸네요. 너무 속상해 죽겠어요.” 아침에 등교하는 아들 핸드폰에 ‘네가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얼마나 힘드니? 조금만 더 노력하자, 아들 파이팅!’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정 씨. ‘엄마! 저도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해요.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세요’라는 답장을 본 순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나고 말았단다.
조은가정 상담소 손동숙 소장은 “고3인 학생들은 특히 민감한 시기이다. 지금 내게 닥쳐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떤 현실에 와 있는지 알면서도 내 마음을 알아주길 원한다. 부모들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읽어줘야 한다”며 “‘지금 엄마보다 네가 더 힘들겠구나’, ‘공부하기 힘들지?’,라고 심호흡을 하며 잠시만 참고 기다려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 방식대로 아이 ‘훈계’ 하지 말아야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자기주장이 강해져 부모와 싸우는 일이 잦아지게 된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벌어지는 마음의 상처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되니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손 소장은 “30대 40대까지는 부모들 대화에 어느 정도 아이들이 수궁하는 편이다. 그러나 40대 말이 넘어서면 부모들 방식대로 아이들을 훈계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도 한 인격체임을 잘 명심해야 한다”며 “아이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아이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난 엄마가 제일 싫어! 라는 식의 생각 없이 던진 아이의 말 한마디 때문에 엄마가 먼저 상처받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그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전했다. 자녀와의 싸움은 거의 내용이 똑같다. 대개는 ‘공부 좀 해라!, 준비물 잘 챙겼니?, 방 정리 좀 해라. 컴퓨터게임 언제까지 할 거니?, TV 좀 그만 보고 공부해라’ 등등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된다.
수완동에 사는 주부 김정혜(가명. 39)씨는 남편의 큰애와 작은애의 심한 편애 때문에 큰 고민이다. 유난히 아들인 큰애만 예뻐하는 게 눈에 보인다. 딸 사랑은 아버지라는데 딸은 집안일을 시키며 온갖 구박만 해댄다. 그런 남편의 심리상태가 의심스러워 상담까지 받았지만 도무지 좋아지질 않는다. 김 씨는 딸과 남편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중간에서 온힘을 다 해 분위기를 만들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 씨네 가족은 남과여, 부자, 모녀지간들만이 소통하는 2대2로 편이 갈라져 버리는 슬픈 가족관계가 되어 버렸다.
광주광역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차은선 팀장은 “자녀와의 갈등이나, 싸움도 생활 그 자체다. 자녀를 모르면 대화를 할 수 없다. 대화란 ‘어느 누구 혼자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아이에 대한 관심도, 분야, 친구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미리 파악해 둬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이 생활에 관심 갖는 게 중요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니다. 맞벌이 하는 부부가 늘면서 시간이 없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다.
차 팀장은 “대화를 할 때는 자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자녀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특히 첫마디를 열 때 꼭 관심을 보여야 하며, 중간에 말 자르는 것을 삼가야 한다”며 “자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피와 살이 되는 부모의 이야기도 자녀의 감정을 먼저 맞춰주지 못하면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으니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가 싸움을 막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인터넷에 심취해 마우스, 키보드까지 갖고 출근한다는 부모, 최신 핸드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힘겨운 승강이를 벌이는 부모의 모습 등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서로 티격태격 말싸움하며, ‘무조건 안돼!, 넌, 또!, 왜?’ 라는 말보다는 ‘사랑해, 너를 믿는다.’, 오늘도 힘내! 라는 말 한마디나 문자 한통으로 나누는 따뜻한 부모의 재잘거림이 삶의 행복한 메시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움말: 광주광역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차은선 팀장, 조은가정 상담소 손동숙 소장
이은정 리포터 lip55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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