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어른보다 애들이 왕 대접 받는 젊은이 중심 사회. 하지만 한 군데 정도는 노인들을 위한 전용 무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실력 있고 패기 넘치는 이라도 나이 든 인생 경험자의 삶 앞에 숙여지는 고개. 은퇴 후 제2의 삶을 주례인으로 즐거워하는 인천주례클럽 신중균 회장.
그의 필살기는 ‘축복제조기’라는 데. 주말이면 흰 머리를 휘날리며 예식장을 누빈다.
< 짧을수록 명품 주례사
“짧게 해주세요!” 신랑신부들이 주례 요청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란다.
그 말을 재빠르게 알아듣고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은 기본, 여기에 위엄과 충효사상을 적절히 버무려 결혼식을 축제의 분위기로 연출하는 이가 있다.
인천주례클럽을 운영하는 신중균(71)회장이다. 그는 노령이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하는 일은 여럿이다.
주중엔 성균관유도회 인천지부장으로 인천향교업무를 맡아본다. 또 남구 구정신문과 실버넷뉴스와 인천인터넷뉴스 등에도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바쁜 일과가 지나고 찾아온 주말은 또 다른 모습이 그를 기다린다. 머리엔 기름을 바르고 하얀 깃을 바짝 세운 셔츠에 잘 다린 양복은 기본. 축복이 쏟아지는 결혼식장으로 고고씽이다.
신 회장은 “인생덕담을 하다보면 나 자신도 어느새 행복해지죠. 또 명쾌하고 품위 있는 주례사를 통해 서약의 경건함을 지키는 혼인문화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얻게 됩니다”라며 “식장에서 백년가약을 성사시킬 때는 신랑신부 못지않게 아직도 설레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왕년에 잘 나갔던 인테리들 모여 덕담 연구
인천주례클럽은 왕년에 인천지역에서 인텔리로 통했던 실버들이 모여 주말이면 결혼식장을 빛내는 일을 한다. 봄철을 맞은 이맘때는 결혼식이 늘면서 주례를 서는 클럽의 발길도 따라서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곳 클럽의 역사는 지난 2004년 개최된 인천시노인취업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람회 추진기획단과 인천시 가정청소년과의 지원으로 30명의 현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력은 화려했다. 일본영사를 지내 외교관을 비롯해 문인, 교육계와 공직 은퇴자 등, 그 가운데 신 회장은 전직 건축 관련 기업인이다.
신 회장은 “일반 주례와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면 주례사 내용의 끊임없는 연구 활동이죠”라며 “주례사는 우선 짧고 명쾌하지만 무엇보다 품위 있어야 해요.
또 아무리 좋은 내용도 신랑신부나 하객들이 지루하면 말짱 헛것이 돼요. 그래서 유창한 내용도 축약하고 요즘 메시지로 바꿔야 잘했다는 소릴 듣죠”라고 말한다.
처음 클럽을 열었을 때 회원들은 대부분 무경험자였다. 결국 주례 역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궁리 끝에 정기 월례회의를 열고 유명 주례인들의 주례서는 모습과 내용을 비교 분석해 서로 익혔다.
또 현장 견학을 통해 주례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세와 요령 등을 숙지케 했다.
< 경인지역 맛있는 뷔페 맛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사례비는 실비만 받아요. 또 요즘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이나 사회복지시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는 무료주례도 빼놓을 수 없는 보람 중 하나죠”라며 “주례를 오래서다보니 경인지역 웬만한 식장 뷔페음식 맛은 다 꿰뚫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게다가 결혼식도 유행을 탄다. 경건함과 정숙함보단 하객이나 신랑신부 당사자들은 즐기는 분위기다. 또 신랑신부 연령대도 40대에서부터 초로의 연령까지 만혼이 많아졌다.
더군다나 최근엔 다문화 영향 탓에 통역까지 등장하는 결혼식도 자주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시대가 개별화되는 흐름으로 보아 앞으로 주례인을 모시는 일은 개인적 친분보다는 관련클럽과 협회 등에 요청하는 경우가 더욱 늘 전망예요”라며 “클럽 홍보를 위해 지역웨딩업체와 컨설팅도 짜고 지역사회와도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죠”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노인들이 보람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려면 작더라도 사회 참여기회를 넓혀 나가가는 길이 필요해요”라며 “노인네 보다 괜찮은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젊은이들의 효나 예의방식을 나무라기보단 이해하려는 노력이 서로 거부감을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인천 주례 클럽 876-7041)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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