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다가 간절해지는 여름이다. 수려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간절곶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간절곶 7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낭만적인 바다풍경과 주변에 산재해 있는 역사와 문화, 먹을거리 등이 발길을 붙잡는다.
지금은 많이 변해서 도서벽지의 무인도에 있는 유인등대는 대부분 무인등대로 바뀌고 등대지기는 과학화된 첨단기구로 불을 밝힌다. 또한 배들도 첨단 항법장비로 운행하기에 등대불에 많이 의지하는 낭만은 없다. 등대의 정확한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소이며, 울산에는 간절곶등대, 화암추등대, 울기등대가 유인등대다. 그 외는 무인등대가 설치되어 있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
먼 바다에서 바라보면 간짓대처럼 뾰족하고 길게 나온 곳으로 보여 이름이 ‘간절곶’으로 붙여졌다. 간짓대는 옛날 빨래를 널던 대나무 장대를 말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새해 해맞이로 유명한 곳이다.
울산의 옛 읍지에는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는 기록이 내려져 온다. 이는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뜻이다. 해마다 10만 명 이상이 모여들면서 많이 정비되어 깨끗하고 멋진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는다.
옛이름이 대송등대인 간절곶등대는 간절곶 언덕배기 위에 있는 17m 높이의 등대다. 1920년 3월 건립 됐으며 이후 2차례의 등탑 개량을 거쳤다. 예전에 사용하던 등탑(등대 상단부)을 정원에 내려놓아 관람할 수 있다. 또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로도스섬의 거상이 마당에 있는데, 기원전 290년쯤 소아시아 인근 로도스섬에 세워진 36m짜리의 축소 모형인데 고대 신화 속 태양의 신 ‘렐리오스’를 형상화한 것의 청동상이다.
1층에 사무동이 있고, 2층 밀레니엄 전시실에는 항로표지 관련 안내자료 및 장비 전시, 선박 및 해양관련 자료들과 울산항을 소개하는 시설을 갖추어 놓아 흥미로움을 더한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등대의 필요성이나 입지 조건, 울산의 항만과 공업단지와 관련한 자료로 설명할 수 있어 체험과 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만하다.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온산공단과 멀리 방어진 일대가 보이고, 대마도가 보일 때도 있다. 개방은 하절기는 오전10시부터 오후6시이고, 동절기는 오전10시부터 오후5시다.
소원을 빌어봐 - 소망우체통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소망우체통이 있는데 높이 5m, 무게가 7t 이다. 강철 재질로 세계 최대 규모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고, 내부에 무료소망엽서가 비치되어 있고 우편배달이 가능한 진짜 우체통이다. 울산 남우체국에서 평일에 수거해 가는데 배달 비용은 무료가 아니다. 통 안과 밖에 낙서가 많은 게 흠이다.
바다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쥔 어부의 동상,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박제상 부인과 두 딸의 동상에 어부의 무사귀향을 비는 가족의 소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새해 각오를 다지는 거북이 모양의 비석 ‘새 천년의 비상’에는 ‘새 천년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창조하는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돌고래 모양의 시계탑과 반구대 암각화의 모형, 풍년 동산의 여러 조각 작품들, 울산 큰애기 노래비도 있다.
드라마 <욕망의 불꽃>세트장 인기
등대주변 해안도로를 끼고 카페촌이 형성되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고 유채꽃이 만발한 초봄에는 제주도로 착각할 정도로 해안선 따라 간이의자와 가로수, 나무 울타리가 잘 단장되어 있다.
등대 옆에 하얀색 멋진 건물이 하나 더 있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이 호기심으로 찾는 곳이다. 바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있다. 대문은 열려 있지만 실내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간절곶 등대를 지나면 명선교 다리 앞에 무인등대인 강양등표가 있다. 그 다음 울산 신항남방파제에 있는 ‘피사의 등대’로 불리는 범월갑 방파제 등대(무인)를 지난다.
다음 등대여행은 유인등대인 화암추 등대와 주변을 소개한다. <사진4>
위치 :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28-1(간절곶 1길 39-2)
문의 : 052-229-7902~4
김윤경 리포터 yk7317@hanmail.net
주변의 볼거리들
진하 해수욕장과 아름다운 명선도, 명선교
푸른 바다에서 울산 쪽으로 눈길을 돌려 해안도로를 거슬러 가면 도자기, 민속품 가게와 전시장들이 있는 길을 따라 S자로 휘어지다가 솔개부락이 나온다. 아담하고 조용한 작은 해수욕장인데 근처에서는 여기를 ‘잿골’이라고 부른다. 언덕배기를 내려가면 유명한 진하해수욕장이 있다. 하얀 모래사장, 얕은 수심 그리고 물살을 헤치고 윈드서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해마다 국제비치볼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백사장 끝에 거북이 등 모양의 자그마한 명선도는 가끔씩 바닷길이 열리는 신기한 섬이다. 평소에 물속에 있다가 길이 열리면 걸어서 섬에 갈 수 있다. 야경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일품인 명선교는 강양리와 진하리를 잇는 2010년 만든 다리인데 회야강 하류인 강줄기가 동해 바다와 합치는 지점이다.
강바닥에 백합 조개가 많아 여름철에 조개를 잡기 위해 트위스트를 추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강의 폭이 좁아 다리 길이가 짧아서 아쉽지만 다리 밑으로 고깃배가 드나들기 때문에 높아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두루두루 둘러 보세요~
다리 위에서 산 쪽으로 보면 서생왜성이 보이는데, 봄날에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산 북쪽 아래에는 울산발리온천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안태봉으로 일컬어졌는데, 임금이 와서 목욕을 하고 갔다고 전해진다.
천연유황라돈 식염천으로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신경통과 관절염의 치료, 보위, 보장, 피부병의 치료 등 여러 지의 효과가 인정되어 연일 이용객이 늘고 있다. 지명이 발리인 것은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우물물을 먹고 간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예부터 물이 많고,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더 나가면 외고산 옹기마을이 나오는데 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열린 곳으로 6월부터 옹기문화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인근에는 남창의 대운산, 일광의 달음산, 불광산의 장안사, 척판암 등 등산하기 좋은 산과 고찰이 있다. 척판암은 장안사 옆의 오솔길로 올라가면 있는 작은 암자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스님이 장안사와 함께 창건한 토굴로 원효스님이 신통력으로 중국 당나라 태화사의 수많은 대중을 구한 `해동원효 구중척판'' 일화로 특히 유명한 사찰이다. 전설의 유래에 비해 초라하고 작은 절이다.
직접 잡은 이곳의 횟감은 탱탱하고 쫄깃쫄깃하다. 해삼, 미역, 성게를 잡아 파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횟집도 많다. 아주머니가 검은 잠수복을 입은 채 큰 보라성게를 까고 있어 들어가 성게비빔밥을 시켰다. 채소는 들어있지 않고 기본 간은 바다가 해서 참기름과 김에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먹으니 부드러운 맛과 식감이 좋다. 성게 미역국이 같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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