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후의 고소 취소

지역내일 2011-06-09

강제추행죄나 강간죄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추행, 강간을 하다가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고소가 없어도 처벌을 받는다. 어떤 사람이 피해자를 강제 추행하여 외음부 열상을 입혔다고 하여 강제추행치상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외음부 열상은 상해로 볼 수 없다고 하여 강제추행치상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 강제추행죄로 인정하여 처벌하였다. 문제는 항소심에서 고소취소장이 접수되었는데 법원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처벌하였다.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고소 취소가 있었음에도 처벌한 것은 잘못되었다며 상고했다. 강제추행죄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데 일단 고소한 이상 고소 취소는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에서 고소 취소의 시한을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법에서는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고소 취소를 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고소 취소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친고죄는 재판 끝날 때까지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시기를 언제까지로 정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선택이다.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인데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을 장기간 인정하는 경우 국가형벌권이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지우지될 수 있다. 그래서 법은 고소 취소의 시한을 획일적으로 제1심판결 선고 시까지로 한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1심에서는 강제추행치상이라서 고소 취소를 하지 않고 단지 합의서만 제출했다. 이것이 문제였다. 1심에서 무조건 고소취소장을 제출했다면 아마 항소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했을 것이다. 항소심에서는 나중에 제출된 고소취소장은 1심 판결 선고 이후에 제출된 것이므로 고소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1심에서 기소가 어떻게 되었던지 고소취소를 하지 못한 이상 항소심에서는 고소취소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고소취소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관 4명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만약 강제추행치상죄로 기소되었다고 하더라도 합의서만 내지 말고 고소취소장을 제출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답은 당연히 항소심에서 공소기각을 하고 처벌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1심에서 너무 안이하게 합의서만 받아서 제출한 것이었다. 변호인으로서는 강제추행치상, 강간치상으로 기소되었다고 하더라도 합의서만 작성해서 제출할 것이 아니라 일단 고소취소장도 같이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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