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닮은 꼴 가족” 가족이 함께 일하며 깊은 정 나눠요

지역내일 2011-05-30

 투닥거리며 싸워도 스르르 화해하고 웃게 되는 사이, 바로 가족이다. 가족끼리 같은 취미 갖기는 쉽지만 같은 일을 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함께여서 편안할까? 늘 얼굴 보고 사니 지겹지 않을까? 가정의 달이 저무는 막바지, 가족과 함께 일터에서 일하며 깊은 정을 나누는 닮은 꼴 가족들을 만나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장항동에서 사진관 운영하는 전상준, 택준 형제
“증명사진 잘 찍어 입소문 났죠”
 라페스타에서 있는 ‘리틀베어’ 사진관을 운영하는 전상준, 택준 형제는 처음부터 ‘일반 사진관’을 목표로 잡았다.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동네 사진관으로 자리 잡고 싶기 때문이었다. ‘색깔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기본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형제 모두 카메라를 잡은 지는 15년가량. 조선일보 국전 입상, 홍익대 사진과 대학원을 나온 형 상준 씨는 화려한 사진에 눈을 돌리기보다 소박한 꿈을 정해 최선을 다했다.
“칼국수 집에 김치가 맛있듯이 증명사진부터 제대로 찍자고 마음먹었죠.”
점차 ''증명사진은 리틀베어 만큼 잘 찍는 데가 없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대에 증명사진을 찍고 인화하러 들르던 사람들이 부모가 된 후 아기 사진을 찍으러 다시 찾았다. 일산에서 8년째, 이제는 어엿하게 자리를 잡았다. 동생 택준 씨는 제품이나 가족 사진, 형 상준 씨는 베이비 사진을 주로 촬영한다.
“형제가 하니까 뱃속 편해요. 유부남이 되니까 서로 아내들 눈치를 보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면이 있죠.”
힘든 점도 있다. 사장이 두 명이니 직원들이 피곤하단다.
“사장이 둘이니까 힘들죠. 촬영 세팅할 때도 형은 하지 말라는 일을 동생은 하라고 하고. 6개월은 적응하느라 고생해요.”
직원은 모두 7명으로 돈 관리만큼은 아직도 부모님이 담당한다. 월급을 정확히 계산해 나누니 분란 일어날 일이 없단다.
“맛집이 호텔처럼 인테리어가 좋아야 맛있을까요? 스튜디오 예쁘다고 사진 잘 찍는 것 아닙니다. 저희는 실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해요.” 

후곡동에서 어린이집 운영하는 정재민, 은주 자매
“행복한 유년시절, 아이들에게 물려주고파”
 어린 시절, 둘째딸 재민 씨는 막내 은주 씨를 업어서 키웠다. “다른 친구들이 냇가에서 어른 옷을 빨 때 저는 막내 기저귀를 빨았죠.”
시골마을에서 아버지는 사진관을 운영했다. 넓은 사진관은 8남매의 놀이터였다. 
 아버지는 사진관에 탁구대를 만들고 공깃돌을 상자 째 사다 줄 만큼 교육에 열정적이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재민, 은주 자매는 “지금 생각하면 여느 교육자 못지않은 인물이었던 것 같다”고 아버지를 회상했다. 그런 영향 덕분인지 둘째인 재민 씨와 막내인 은주 씨가 보육교사가 되었다. 자매는 후곡에서 삐아제어린이집을 운영한다.
“가족이니까 의견을 바로 얘기하고 수렴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게 단점이기도 하죠. 의견 말하는 게 편하니까 싸우기도 하거든요.”
 둘은 보육교사가 되고 서야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매는 “우리가 누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구성원으로도 훌륭하고 개인적으로 행복한 아이들을 키우는 것, 두 자매의 야무진 목표다.

주엽동에서 두 딸과 카페 운영하는 노정희 씨
“엄마의 로망, 딸들이 도왔어요”
 노정희 씨는 주엽동 한양상가에서 두 딸과 함께 카페 ‘엘루아’를 운영한다. 작은 카페 갖는 것이 로망이었던 어머니 노 씨는 파스타를, 큰딸 고은경 씨는 바리스타, 둘째 딸 은영 씨는 베이커리를 배웠다.
 “요즘 경기도 좋지 않은데 남하고 같이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커피에 간단한 식사, 베이커리도 하면 어떨까 싶어 셋이 뭉친 거죠.”
남들은 만류했다. 커피면 커피, 빵이면 빵이지 왜 접목을 시켜서 하냐고 말이다.
“서울 삼청동이나 부암동에는 이런 카페가 굉장히 많거든요. 저렴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반응은 좋았다. 
 둘째딸이 만드는 브라우니는 한 손님이 “소름끼치는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매장에서 직접 굽는 올리브 포카치아도 인기다. 노 씨는 토마토해산물파스타가 자신 있고, 큰딸 은경 씨는 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만든다. 
 클럽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세트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셋이 돌아가면서 하니 지난해 오픈 이래 문 닫은 적이 없다는 것도 가족이 함께 하는 장점이다. 
 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꾸밈새, 옆에 정원이 있어 사계절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세 모녀는 세 가지 맛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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