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올드 문화,

그 주인은 누구인가?

지역내일 2011-05-30

새롭게 불어오는 올드 문화에 가장 환호하는 이들은 누굴까? 역시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가득한 사람들일 터. 전문가들은 문화적으로 가장 소외층이라 일컫어지는 40대를 올드 문화의 주인공으로 꼽는다. 우리는 왜 올드 문화에 열광할까? 향수, 젊음, 새로움, 익숙함, 부활, 뿌리… 모두 지금의 올드 문화 열풍을 몰고 온 키워드다.
올드는 더 이상 ‘old’가 아니다
가히 올드가 대세다. 추억 속의 스타들이 토크쇼에 줄줄이 등장하는가 하면 젊은 가수들까지 앞다퉈 그 시절 그 노래를 부른다. 빅뱅이 부른 ‘붉은 노을’은 더없이 흥겹고 ,<나는 가수다>에서 젊은 가수들이 들려주는 1990년대 히트곡들은 더없이 감미롭다. 올드에 대한 재해석, 그것이 지금의 올드 문화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지금의 올드 문화에는 올드에 역설적으로 젊음 내포되었다” 고 설명한다. 중년에게는 젊은 시절의 삶과 노래를 회상시키는 문화로, 젊은 세대에게는 낡은 과거가 아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올드가 올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된 형태로 부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움이 더해진 올드”라는 게 현재의 올드 열풍에 대한 신 교수의 평이다. 특히 다양한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던 젊은 층에게 쎄시봉을 필두로 한 올드 음악은 틀에 박힌 댄스 가수가 아니라 인간의 소리를 담은 수준 높은 음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올드의 의미 변화에 보다 집중한다. “사실 그간 ‘올드’라는 것은 오래되었기 때문에 낡고 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죠. ‘올드’라는 것이 오래된 만큼 원숙해지고, 완성도가 높으며, 힘이 있고, 부(富)가 넘치며, 여유가 느껴지는 이미지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올드가 집에만 머무는 노인을 연상시킨 반면, 지금은 사회나 조직에서 지도층이나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는 중년의 일하는 신사나 귀부인을 연상시킬 만큼 변화되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올드의 주인공은
사추기(思秋期)의 40대 중년
올드 문화의 중심에는 문화의 중요한 소비자로 등장한 40대 중년층이 있다. 아이돌 가수가 지배하는 젊은 세대에 속하지 않으면서 50~60대의 전통적 트로트 음악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그간 문화적으로 가장 소외된 세대가 올드 문화의 중심에 선 것이다. 여기에는 40대에야 맞보는 경제적 여유도 한몫한다. 40대야말로 올드라는 말이 어울리기 시작하는 단계이자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리더십과 주도성, 주인공의 심리가 많이 발휘되기 때문. 그 모든 게 어우러져 자신들이 10대 시절 좋아하던 스타들, 이제는 50~60대를 형성하는 올더 스타(older star)를 다시 찾는 셈이다.
올드 문화 열풍의 키워드로 향수와 익숙함, 젊음, 뿌리, 새로움, 부활 등을 들 수 있다. 대부분 공통의 가치에 기준을 두는 게 특징.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가치야말로 올드 문화의 중요한 매력이라고 꼽는다. 올드 문화야말로 누구나 다 늙는다는 점에서 동질감과 집단적인 일체감을 주기 때문이다.
늙는다는 동질감과
집단적 일체감이주는 행복
올드 문화의 열풍이 한동안 광풍을 몰고 온 동안 열풍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 원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에 역행하는 동안이나 안티에이징에 반해 올드 문화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한다.
안티에이징은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올드 문화는 자연스럽게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면에서 거부감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올드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스하지만은 않다. ‘과연 이 열풍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를 놓고 이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문화 발전을 위한 자극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싶다.
보다 중요한 건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올드 문화 바람으로 인생이 보다 즐거워졌다는 점이 아닐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추억’과 ‘젊음’이 봄바람을 타고 불어오니, 그 어떤 막장 드라마가 이토록 행복하겠는가.
게다가 함께 같은 노래를 들으며 늙어가는 세대의 동질감이라니! 이렇게 든든한 친구가 또 어딨 는가 말이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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