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고수의 Kitchen Study - 물병

가족의 수분 충전소, 재질과 세척성을 따져라!

지역내일 2011-05-30

주스 유리병을 집 안의 물병 삼아 애용한 것이 수년. 물만 넣으면 된다는 단순 무식한 생각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그러다 물병이 깨지면서 새롭게 물병 탐색에 나선 리포터, 다양한 재질과 기능을 앞세운 물병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부터 물병 찾기 삼만리를 통해 깨달은 몇 가지 선택 기준을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안전성이 중요한 물병의 특성상 조금 지루한 재질 얘기부터 꺼내려 하니 졸음이 온다면 커피 한잔 대령하시길.
Q1 플라스틱,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로울까?
우선 플라스틱 재질. 주부들로서는 가장 만만한 대상이다. 가볍고 깨지지 않는데다 모양까지 자유자재 아닌가.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환경호르몬을 방송한 뒤 ‘플라스틱 혐오증’에 걸린 탓이다.
하지만 주부들의 막연한 플라스틱 공포증과 달리 모든 플라스틱이 환경호르몬을 용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환경호르몬은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스페놀-A(BPA). 특히 뜨거운 온도에 노출되면 위험 지수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시장에 출시된 물병 재질 중에서 주의 대상은 ‘폴리카보네이트(PC)’뿐이다. 반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는 BPA에서 자유롭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첨가물기준과 전대훈 연구관은 “BPA는 PP, PET와 상관이 없으며 PC에서 노출될 수 있으나 허용 기준치 이하여서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업체마다 ‘트라이탄(Tritan)’ 물병을 다양하게 출시한 상태. 종전 플라스틱의 단점인 투명성을 높인데다, 가볍고 단단해서 만족도가 높은 재질이다. 무엇보다 BPA에서 자유롭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재질이라는 점이 포인트. 상품마다 ‘BPA Free’라는 특별 문구까지 훈장처럼 달고 있다. 여기서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 하나. PP, PET도 안전한데 굳이 업체마다 트라이탄만 BPA에서 자유롭다고 광고하는 이유는 뭘까. 락앤락 홍보팀 윤혜진 대리는 “BPA 용출 우려가 있는 PC와 외관이 비슷해 별도의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유리처럼 투명한데다 바닥에 각인된 재활용 숫자까지 비슷해 소비자들이 착각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괜한 오해 받을까, 별도로 표시했다는 얘기. 실제로 물병 바닥에 표시된 재활용 표시는 PET가 1번, PP가 5번, PC와 트라이탄은 7번 OTHER에 속했다. 길고 긴 플라스틱 용어에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진 독자를 위해 간단 요약하자면 PP, PET, 트라이탄은 안전하고 PC는 요주의 대상이니 주의하시라, 되겠다.
Q2 최근에 급상승한 유리, 쉽게 깨지지 않을까?
플라스틱 재질이 복잡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주부라면 유리병이 최선일 듯. 사실 환경호르몬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장 수혜를 얻은 재질은 유리다. 유리병의 선택 기준은 내열이냐, 강화냐, 일반이냐에 달렸다. 우선 강화유리는 일반 유리의 표면을 기계적으로 급랭해 강도를 높인 제품이다. 물리적 충격에는 강하나 뜨거운 물을 갑자기 부었다간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면서 깨질 수 있다. 이것이 업체에서 얘기하는 ‘비산(飛散)’ 문제다. 내열유리는 그 반대. 열팽창률이 낮아서 뜨거운 물을 바로 부을 수 있으나 외부 충격에는 강하지 못하다. 사용하다 떨어뜨리면 생각보다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얘기. 일반 유리는 강화와 내열의 강점은 없으나 가격이 저렴하다. 때문에 유리 물병을 구입할 때는 자신의 생활 방식이 어떤 위험에 더 노출되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혹 플라스틱도 싫고 깨지는 것도 싫다고 부르짖는다면? 스테인리스 물병이 마지막 대안이다.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로운데다 유리처럼 깨질 염려가 없으니 마구 사용하기에 만만하다. 다만 스테인리스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으며, 내부를 볼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
Q3 재질 막론하고, 세척은 용이한가?
재질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세척의 편리성 여부다. 주부들에게 물병 세척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은 소비자 고발 TV 프로그램이다. 식당 물병을 수거해서 조사해봤더니 세균이 셀 수 없이 나왔다는 내용인데, 허리가 잘록한 호리병이 주범이었다. 방송을 본 엄마들은 새삼 집에서 사용하던 물병의 허리를 주목했고, 업체에서도 입구가 넓은 물병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세척성 기준은 온전히 당신의 손 사이즈에 달렸다. 어른 손이 수세미를 잡은 채 물통 바닥까지 직행할 수 있어야, 그것도 물병 안에서 180도 가뿐히 돌아갈 수 있어야 ‘합격’이다. 여기에 별도의 물병 수세미나 솔까지 갖춰야 100퍼센트 세척이 가능하다. 가끔 물때가 낀다면? 달걀 껍데기와 세제 소량을 넣어 마구 흔들어주면 가볍게 제거할 수 있다.
시중에서 물병을 구입할 때는 재질과 세척성을 기본으로 따진 뒤, 개인적인 생활방식이나 취향을 고려해 손잡이나 용량, 내열 온도, 뚜껑 등의 세부 사항을 살피면 된다. 리포터의 경우, 수돗물을 전기포트에 팔팔 끓여서 물통에 바로 부은 뒤 보리차 티백을 넣어서 마시는 것이 습관이다. 자연히 손잡이가 달린, BPA에서 자유로운 플라스틱 제품이나 내열유리 물병을 선호한다. 다시 말해 물병 선택 기준은 재질과 세척성은 필수, 집집마다 생활 조건을 옵션으로 따지라는 얘기다.
박지현 리포터 true100@empal.com
사진 박찬웅
도움말 윤혜진 대리(락앤락 홍보팀)
·이미선 대리(코멕스산업 마케팅팀)
·전대훈 연구관(식품의약품안전청
첨가물기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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