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연구

남의 재산 처분과 무죄

지역내일 2011-04-14

“남의 땅을 팔아먹어도 아무 죄가 되지 않나요?”
최근 명의신탁 재산을 둘러싼 분쟁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제조업을 운영하던 회사에서 공장을 신축하면서 진입로에 문제가 생겼다. 진입로의 농지를 비싼 가격에 매수하였다. 그런데 지목이 농지였다. 제조업을 운영하는 회사는 농지매매증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를 마쳤다. 회사에서는 농지를 진입로로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어느 날 농지의 새로운 소유자가 나타났다. 회사에서는 명의수탁자가 남의 땅을 팔아먹었다는 이유로 횡령고소를 하였다.


횡령죄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는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무죄판결이 났다.


‘남의 땅을 팔아먹었는데 처벌할 수 없다니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나요’라고 하소연할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우리나라에는 명의신탁에 관한 부동산실명제법이 있다.


명의신탁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고 있는 경우와 모르고 있는 경우에 법률 효과가 다르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하면서 등기만 엉뚱한 제3자 앞으로 하는 경우를 ‘3자간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명의신탁이 무효가 되고, 명의수탁자의 등기는 무효가 된다. 매도인 앞으로 등기를 돌려놓은 다음 다시 매수인 앞으로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은 농지매매증명을 받을 수가 없으므로 매매계약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무효의 계약이다. 회사는 어떤 방법으로도 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이나 권리가 없다. 농지를 취득할 자격이 없는 회사는 ‘3자간 명의신탁’에 기한 명의신탁자라고 볼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 횡령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실명제법에 의하면 횡령죄가 될 수 있지만, 제조업을 하는 법인은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는 농지법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참고로 매도인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명의수탁자가 이를 처분하여도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자.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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