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 커피장인 최임원 씨

‘좋은 콩이 주는 좋은 뒷맛’ 최씨 고집으로 만듭니다

지역내일 2011-05-15 (수정 2011-05-15 오후 12:20:18)

 카페에 들어서자 갓 볶아낸 커피향이 기분 좋게 반겼다. 반 평 남짓한 로스팅룸에서 정성껏 원두를 볶고 있는 최임원 대표(53세). 그가 내민 메뉴판 맨 앞에 ‘주인장 이름을 걸고 원칙을 지키며 적당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최씨 고집으로 최고의 커피를 추구한다’는 선언문이 눈길을 끌었다. “좋은 콩이 맛의 비결이죠. 로스팅하기 전에 자그마한 흠집이 있는 생두는 하나하나 골라냅니다. 볶고 나서도 꼼꼼히 살피며 다시 한 번 골라내죠.” 원가를 따지기 앞서 ‘커피 맛’이 먼저라는 주인장의 고집스런 원칙을 엿볼 수 있었다.
 건대입구 먹자골목에 위치한 최가커피. 브라질, 에티오피아 등 유명 커피 농장에서 공수해온 질 좋은 원두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개인 취향에 따라 연한 맛부터 아주 강한 맛까지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찬물로 10시간 천천히 우려낸 더치커피를 비롯해 사이폰 커피까지 여간해선 맛보기 어려운 귀한 커피도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커피 마니아들이 줄을 잇고 외국인 단골도 여럿이다. 저녁 무렵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로 꽉 찬다고. 사방이 카페 천지인 건대입구 골목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가커피만의 비결이 궁금했다.




 호텔리어로 일하며 커피 맛에 매료
 “신라호텔에서 23년간 근무했어요. 식음료 파트를 비롯해 한식, 중식, 양식당을 두루 섭렵했지요. 이 때문에 남들보다 원두커피 맛에 일찍 눈을 떴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호텔 셰프들이 그에게는 ‘커피 사부’였다. 더군다나 호텔에 근무하는 덕분에 좋은 커피 기계를 남보다 먼저 써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커피 관련 책을 구해다 독학했고 틈나는 대로 소문난 바리스타를 찾아다니며 ‘커피 혀’를 단련했다.
 20년 넘게 호텔리어로 잔뼈가 굵은 덕에 외식업 분야는 훤히 꿰고 있었다. “입사 초기엔 서빙부터 시작했어요. 매니저를 거쳐 컨설팅과 직원 교육, 신규 사업 기획까지 카페와 레스토랑과 관련된 일은 두루 다 해보았어요.” 종각역 부근의 명소 탑 클라우드를 비롯해 그의 손을 거쳐 오픈한 유명 레스토랑만도 여러 곳이다. 망하는 레스토랑도 숱하게 보았고 대박 나는 맛 집의 비결도 터득했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와 서비스 마인드가 그만의 자산이 되었다. “호텔리어로 일하면서 ‘맛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카페지기로 인생 2막
 30평 남짓한 카페의 오너가 된 후 자신의 경영철학을 다 쏟아 부었다. “남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싶었고 멋지게 나이 들고 싶었어요. 돈은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되고요. 그래서 인생 2막의 테마로 커피를 선택했지요.” 카페지기로 살면서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었다. “유치원 교사였던 여성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을 하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커피 맛에 반해 바리스타로 방향을 틀었고 지금은 자신의 선택을 만족해합니다. 70대 노신사도 기억에 남네요.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제대로 된 더치 라떼를 맛보고 싶다며 멀리 일산에서 빗속을 뚫고 찾아오셨어요. 심혈을 기울여 내린 한 잔의 커피를 그분께 내놓았죠.” 최 대표는 ‘카페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그의 블로그 (blog.naver.com/choibeans)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가끔씩 깜짝 이벤트를 마련해 단골손님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루왁 커피는 한잔에 5만원이 넘는 고급 커피예요. 잘 익은 커피 열매만 골라 따 먹는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얻어낸 생두가 루왁 커피죠.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적어요. 귀한 루왁 커피를 한잔에 1만5000원씩 한정 판매했죠. 커피 마니아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어떤 분은 5잔을 연거푸 마시더라구요. 그리고나서 그 분은 다음날 또 오셨어요.” 귀한 원두를 구하면 블로그나 트위터에 부지런히 공개한다. 때문에 충성 고객이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최고의 커피’를 위해 늘 최선을
 고집스럽게 커피 철학을 지켜온 덕에 오픈 후 3년 만에 최가커피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바리스타를 꿈꾸거나 카페 창업을 준비하며 최 대표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나날이 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최 대표 “제 좌우명이 ‘서 있는 그 곳을 거룩하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사람들을 도와주며 덕을 쌓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둘째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커피를 배우겠다고 나서 더욱 신이 났다. “커피는 테크닉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련기간 거기에 정성이 더해져야 제대로 된 커피 한잔이 완성됩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최고 경지까지는 아니에요. 한 80점 정도. 때문에 손님이 기대하고 올 변함없는 맛을 내기 위해 계속 분발하고 있습니다.” 겸손하게 말하는 커피쟁이 최 대표는 부지런히 콩을 볶았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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