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고등학교와 일반계고의 중간 형태로 운영되는 예술중점고등학교. 전국에 3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에는 5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음악, 미술, 체육과 공연?영상 4개 분야로 나뉘는데 동국대부속여고는 서울에서 유일한 공연·영상 예술중점학교로 올해 2학급 60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지난 12일 동국대부속여고를 찾았다. 제각각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몇 년 후 공연영상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선관무와 발성영어로 수업 시작
오전 7시 30분, 공연?영상 중점반 학생들의 선관무 수업. 금강홀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죽비(불교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하는 법구)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도사범의 시작 소리에 학생들이 간격을 두고 자세를 잡는다. 스트레칭과 발차기, 찌르기 등의 무술 기본동작과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몸의 수련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는 불교수행의 한 방법인 선관무는 ‘표현과 연마’라는 공연?영상 기본기수련과정으로 학생들의 집중력과 유연성, 표현력을 키우게 한다.
전현지(1학년)양은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몸의 피로감을 덜 느끼고 몸이 유연해지고 정신이 집중되는 걸 느끼게 된다”며 “연극, 사진에 관심이 많은데 이 두 분야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선관무 수업 대신 발성영어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발성영어에 한창이다. 일정한 영어발음을 발성법과 함께 지속하는 연습, 영어듣기, 호흡법과 연관 지어 발성하기 등 영어와 발성법을 함께 할 수 있는 수업이다.
남유빈(1학년)양은 “영어 뿐 아니라 발성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알찬 시간”이라며 “연출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연기자들의 호흡과 발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수업이 끝나면 오전에는 여느 일반 고등학교와 같은 교과목 수업이 진행된다. 오후시간에는 촬영조명, 매체와 문학, 연기 등 공연·영상 관련 전문교과 수업이 이어진다.
전문수업, 기본기에서 대입 실전 연습까지
오후 1시 30분, 오전 수업을 마친 1학년 12반 학생들이 5교시 수업을 위해 다시 금강홀을 찾았다. 수업과목은 ‘연기’로 오늘은 영화나 연극 등의 실전 연습 시간이다.
수업을 맡고 있는 김정은 강사는 “연기의 역사와 정의, 기원 등의 이론수업에서부터 비디오 수업, 실전연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수업에 포함된다”며 “대학 입시를 위한 창의적인 연기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강사가 ‘의사와 환자’에 관한 연기 주제를 내놓는다. 2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주제에 맞는 즉흥연기를 시작한다. 긴장된 몇 초가 지나자 이내 의사와 환자에 몰입한 학생들의 연기가 시작된다.
“아휴, 의사 선상님. 지가 죽을병에 걸린 것 같아유. 지발 저를 좀 살려주세유.” “할머니, 차근차근 증세를 제게 말씀해 보세요.”
갑작스러운 사투리에 지켜보는 학생들이 잠시 웃음을 터뜨렸지만, 두 명의 학생은 웃음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연기를 이어간다.
같은 주제이지만 매번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학생들은 빠르게 연기에 몰입한다. 두 학생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강사와 학생들 역시 진지함을 잃지 않고 함께 주어진 역할에 빠져든다.
“독백을 할 때보다 대화할 상대가 있으니까 연기하기가 더 쉽죠? 독백을 할 때에도 상대방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겁니다.”
학생들의 연기가 끝나자 김 강사의 보충설명이 이어진다.
한승아(1학년) 양은 “연기를 지망하는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며 “연기에 대해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주는 것이 특히 좋다”고 했다.
전수민(1학년)양은 “처음 연기 수업을 받을 때에는 너무 떨려 감정이입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시선도 어디에 둬야할 지 막막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자신감이 생겨나고 어떻게 표현하면 더 감정을 실을 수 있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며 “연기 수업 뿐 아니라 촬영조명, 매체와 문학 모든 전문 수업이 앞으로 하고 싶은 애니메이션과도 기본적으로는 큰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체와 문학’ 수업 통해서는 시나리오 작성법과 창작법 등을, ‘촬영 조명’수업을 통해서는 카메라 촬영과 방송·영상 편집 등을 배우게 된다.
수업료는 일반 고등학교와 별 차이가 없다.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중점학교의 취지에 맞게 다른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대입 실기 대비까지 가능하게 했다.
김 강사는 “교과목 공부에도 충실해 다양한 경험과 대학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예술 중점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수업을 통해 목표와 흥미를 갖고 전문적으로 대입에까지 대비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학습공간 마련, 다양한 체험활동 전개
일주일에 매체와 문학, 촬영 조명, 연기 각 3시간씩 총 9시간의 수업이 진행되며 방과후 전문과목도 개설해 학생들의 부족한 면을 채워가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들 중점학교 학생들의 위해 금강홀과 보리수홀 등의 환경을 조성했고, 영상편집실 등의 전문교과실도 새로이 마련했다.
학생들의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경험을 위해 매달 예술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또 실질적인 실력 배양을 위해 대외적인 대회나 행사 참여도 적극 권장한다.
한편 예술중점학교는 일반 고교선택에 앞서 ‘선지원 후 추첨’에 의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동국대부속여고 공연·영상 예술중점학교는 중학교 교과 성적(국어·미술·음악)과 비교과 영역 성적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데, 2011년 지원률은 약 1.5:1이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