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봄날인데 마음은 춥다. 얼어붙은 경제는 계절이 바뀌어도 풀리지 않아 주부들의 지갑마저 얼어붙게 만든다. 구제역이다 불경기다해서 서민이 한우를 맛 볼 기회가 점점 멀어지는 때. 행구동 온천골은 한우국밥으로 서민들의 배를 두둑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늘고 있는 온천골 석도성 대표를 만나 한우정육가마솥국밥 맛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경상북도 청도 토종음식, 한우국밥
저녁때가 지난 오후 9시. 뒷정리를 하고 있는 온천골에 급하게 들어섰다. 종일 정신없이 일에 쫓기다 늦은 시간에서야 들어서는 리포터에게 반가운 얼굴로 “저녁식사는 했습니껴?” 부터 묻는 석도성 대표는 천생 밥집을 하는 사람이다. 끼니를 거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국밥부터 내왔다.
파와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한우를 넉넉하게 넣은 온천골의 한우국밥은 일반 국밥과 보기에도 달랐다. “장작불을 직접 지펴 가마솥에 250인분의 양을 한 번에 끓여내야 맛이 납니다. 조금씩 끓여서는 이 맛이 나지 않습니다”라며 “온천골 국밥은 경상북도 청도 토종 음식입니다. 소싸움을 하는 청도에서 한우국밥이 유명하죠”라고 설명한다.
온천골 국밥은 유독 벌겋게 매워 보이는데도 그리 맵지 않고 개운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횡성에서 직접 한우를 공수해옵니다. 2시간 동안 장작을 지펴 센 불로 팔팔 끓여내야 맛이 살아 있죠. 한번만 끓여서는 맛이 나질 않습니다. 일단 한번 끓인 후 하룻밤동안 숙성시켰다가 다음날 다시 한 번 끓여야 육질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납니다. 다 끓인 후 고춧가루와 마늘도 싹 건져냅니다. 입안에 거슬리는 것이 없도록 해야 깔끔한 맛을 내죠. 그만큼 육수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손도 많이 가지만 그래야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시원한 육수의 맛이 일품인 국밥은 입안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크게 맵지 않으면서도 맑은 육수가 개운하다. 모두 국내산 재료와 천연조미료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조미료에 익숙해진 입에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는 것이 온천골 국밥이다.
●황금빛 놋그릇, 항균 작용 뛰어나
일반 음식점과 달리 온천골은 놋그릇을 사용한다. 밑반찬부터 국밥에 이르기까지 모두 놋그릇에 담겨 나와 눈길을 끈다.
놋그릇은 항균 작용과 함께 음식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보온하는 효과가 있다. 신라시대부터 사용되어오던 놋그릇은 유기라고도 불리는데 일반인들이 생활용품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던 그릇이다. 6#25 동란 이후 연탄을 사용하면서 연탄가스에 쉽게 변질되는 놋그릇의 특성 때문에 사용이 줄어 지금은 귀한 그릇이 되었다. 놋그릇 닦기도 쉽지 않아 손이 많이 가는 그릇이지만 귀한 음식은 귀한 그릇에 담아야 하는 법. 반짝반짝 윤이 나는 놋그릇에 듬뿍 담긴 국밥은 보기만 해도 배가 든든해진다.
●맛, 청결, 친절로 고객 발길 잡아
석도성 대표는 “맛, 청결과 친절로 고객을 맞이합니다. 이 셋이 조화를 이뤄야 국밥 한 그릇을 먹어도 ‘잘 먹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라고 한다.
석도성 대표의 정성은 석쇠불고기를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석쇠불고기를 만들기 위해 한우를 일일이 손으로 다지고 불고기를 젓가락으로 일정하게 펴서 석쇠에 익혀 내오기 때문에 그야 말로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남녀노소 즐기는 요리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아 국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다.
늦은 시간 청소로 일과를 마무리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평소 가졌던 대중음식점의 청결에 대한 걱정을 말끔하게 씻어 버렸다.
누가 찾아오던지 “식사했습니껴?”를 먼저 묻는 석도성 대표의 마음이 담긴 온천골. 따뜻한 국밥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문의 : 735-4664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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