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 안겨주는 발레 세계로 초대합니다”

내일이 만난 사람- SEO발레단 서미숙 단장

지역내일 2011-05-08

  서정적인 음악에 맞춰 우아한 몸짓을 표현하는 발레는 아름답다. 하지만 대부분 어렵다고 느끼는 장르여서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SEO발레단의 서미숙 단장(52)은 일반인들에게 좀 더 친숙하고 재미있는 발레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안무가다. 지난해 나루아트센터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되면서 지역주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발레 무대를 정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말에는 어린이발레학교를 운영하며 발레리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준다. 지역 대표 문화 공간 나루아트센터에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발레 무대를 꾸준히 준비하고 있는 서 단장을 만나 그의 발레 인생을 들어봤다.


발레리나, 더 넓은 세상으로 비상하다
  서 단장은 발레슈즈를 신고 백조처럼 춤추는 무용수의 무대에 반해 어려서부터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다. 노력한 결과 무난히 꿈을 실현할 수 있었고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나가 됐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무대에 서는 기쁨을 수없이 누렸다. 결혼과 출산으로 무대를 내려온 후부터는 대학에서 후배들을 지도했다.
  “최고의 발레리나, 발레리노가 되길 원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한계를 실감하곤 했어요. 때문에 방학이면 미국, 프랑스로 건너가 한발 앞선 발레무대를 일부러 경험하곤 했죠. 그러다 갓 초등학생이 된 아들을 통해 한국의 힘겨운 교육현장을 확인하고 아예 프랑스행을 결심했어요.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아들을 교육시키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거죠.”
  파리로 건너가 안무가로의 변신을 위해 다시 공부했다. 공부만 하다 보니 슬슬 무대가 그리웠고 지금까지 감춰둔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2002년 자신의 성을 건 SEO발레단을 창단해 무용수를 모아 꼬박 1년여를 준비했다. 그 후부터 창작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해 매년 프랑스 무대에 올렸다. 그의 무대에는 프랑스 무용수와 한국 무용수가 항상 같이 했다. 한국 무용수들의 실력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면서 이를 통해 민간외교관 노릇을 하고 싶었다.


프랑스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다
  2005년 한국으로 들어온 후 계속해서 창작활동을 펼쳤다. 여전히 그의 무대는 대중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프랑스가 중심이었다.
  “공연은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에게 SEO발레단을 알리고 싶어서 힘들고 힘들게 2006년 아비뇽 축제에 참가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은 거예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듬해 루마니아 시비유 축제, 영국 에딘버러 축제 등 여기저기 초청받아 공연을 했지요.”
  SEO발레단은 여전히 국내 인지도보다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높다. 르몽드지나 프랑스 무용전문지 등에 집중 조명되기도 했고 매년 해외초청공연을 준비한다. 올 9월에도 프랑스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고 싶은데 발레공연이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며 “때문에 단원 8명으로 구성된 우리 같은 소규모 발레단이 오랫동안 준비해 공연을 올려도 수익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현실을 전했다. 극장의 관객 수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
  그렇다면, 안무 준비부터 스토리 구성, 무대 연출까지 직접 해야 하는 서 단장은 어떤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하는지 궁금했다. “안무가는 발가벗고 무대에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요. 무대에 선 무용수를 통해서 안무가의 철학과 생각 등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니까요. 제가 하는 작업이 창작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무대를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해설이 있는 발레’ ‘이야기가 있는 발레’ 등을 선보이고 있어요.”


가슴으로 하는 작품 활동 계속 된다
  서 단장은 발레에 대한 저변 확대를 위해 공연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요즘 한창 준비 중인 청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발레 프로젝트, 초등학교 강연, 어린이 발레학교 등이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발레를 친숙한 문화의 한 장르로 알리기 위해 발레의 역사부터 접근해 관심을 이끌어낸다. 매주 나루아트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발레학교에서는 발레 스텝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발레를 통해 무대에 서기까지 과정을 경험하고 성취감을 느꼈으면 해요. 8월중에 저희 발레단 단원들과 아이들이 함께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릴 생각으로 열심히 지도하고 있어요.”
  멀고도 험한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서 단장. 그는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싶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 없이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던 것. 그가 하는 발레를 통해서라도 사람들이 편안한 시간을 갖고 서로 나누면서 사는 여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5월27일 나루아트센터 무대에 올릴 ‘이야기가 있는 발레’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연은 클래식 발레부터 모던발레까지 발레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기회.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친숙하고 쉽게 표현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서 단장은 “앞으로 SEO발레단 아카데미를 마련해 소질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해외무대에 설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며 “가슴으로 하는 작품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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