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잘 다녀왔니? 오늘은 어떤 간식을 준비할까.” 베이비시터 이정이(62)씨는 맞벌이 부모를 둔 초등학교 3학년 김영민(가명)군을 돌본다. 간식을 먹여 학원에 보내고 돌아온 아이와 게임을 하면서 놀아주는 할머니 역할이다. 영민이가 친 손자처럼 잘 따라줘서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는 이 씨는 현재 부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베이비시터와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이 돌보는 일이 인생의 활력소가 된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10년 동안 걸어온 외길
지난 1998년 이 씨는 부천시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간다. 남편의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았고 자녀들은 대학에 입학한 시기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집안일만 했던 이 씨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고용지원센터에서 부천시여성인력개발센터를 소개받은 그녀는 가사도우미와 간병인, 산후조리사 교육을 한꺼번에 받는다. 세 가지 교육 은 사람 사는 일을 돕는 작업으로 그녀의 적성에 맞았다. “다른 기관에서 교육받고 취업하려면 교육비와 알선비 등 부담이 컸겠지만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고난 뒤 바로 취업과 연결해주셨어요.” 당시 빠르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쪽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였다. 그 때부터 그녀는 10여 년을 한결같이 한 우물을 파오면서 고객을 위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산후조리를 도왔더니 아주 잘한다며 좋아했어요. 그러면서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할 일이 꾸준히 이어졌지요. 또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도 정기적으로 일감을 소개해주면서 꾸준히 연락을 해왔지요. 처음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으니 정말 감사하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
“이 일은 제 적성에 딱 맞아요. 영민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은 이상하게도 힘이 안 들어요. 오히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단 생각이 드니 이 직업은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점점 증가하면서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곳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믿음을 주는 베이비시터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있다. 형제가 없고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매일 함께 생활하면서 친손자마냥 정이 들었어요. 나이 먹으면 어린애가 된다잖아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이 씨는 영민이가 학원갈 시간에 늑장을 부려 가끔 속이 탄다는 점 외에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싱그럽다. 그녀 자신도 나이 들어 경로당에서 무료하게 소일하지 않고 현재의 일을 하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커요. 베이비시터 일을 하면서 수입도 생기고 제 직업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내 집 살림하듯 성실하게
이정이씨가 하는 일은 부천여성인력개발센터가 10년 넘게 실시해온 직업전문교육사업의 하나다. 그녀는 오전시간에 가사도우미를, 오후시간에는 베이비시터 등 하루 7시간 일하며 한 달 100여 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베이비시터로 일하려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무료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취득한 뒤 취업하면 된다. 이 씨처럼 일하는 사람들은 현재 30대부터 60대까지 100여 명이 있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2011년 2월부터 노동부 지정 민간위탁 취업지원사업인 베이비시터, 간병, 가사도우미 교육과 취업지원을 실시 중이다. 현재 가사도우미 20명이 교육을 마쳤고 5월 중에는 베이비시터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일에 만족한다는 이 씨는 “의외로 이런 직업이 있는지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베이비시터 일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경제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이 씨는 바르게 할 일을 했던 것과 더불어 아이의 변화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노인 취급 하는 건 싫어요. 나이를 잊고 젊은이처럼 살고 싶어요. 너무 애쓰지도 않고 내 집 살림하듯 성실하게 일하면 되겠지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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