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일학교 치과보건소 우광균 치과의사

아이들은 나를 마음 부자로 만들어줘요

장애청소년 치과진료봉사 12년 인천연일학교 우광균 치과의사

지역내일 2011-05-02

 


 


꽃피는 4월은 행락객들의 계절이라지만 가만 살펴보면 장애인의 날이 들어있다. 

은퇴 후 편히 쉴 고령의 나이에 무려 12년을 장애인학교에서 치과진료봉사를 해온 사람이 있다. 

연일학교 치과보건소에 날마다 출근하는 우광균 치과의사다. 

올해 그의 나이 82세. 이제 시력과 청력도 예전 같지 않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늘에서 축복이라도 내린 것일까. 걱정하던 학교 치과진료를 이어낼 후배들이 나타났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우 옹. 치과의사 보다 봉사직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 신포동 병원 접고 연일학교에 치과보건소 문 열던 날


“12년 전이예요. 중구 신포동 치과를 접고 치료기기들을 모두 싸들고 이곳 연일학교로 왔어요. 

사실 그 당시는 은퇴할 나인데. 그동안 의사로 경제활동을 했다면 이제부턴 봉사직을 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우광균 의사의 연일학교 치과진료. 

연일학교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공립학교다. 

봉사직을 자처한 바탕에는 그의 종교관이 뒤따른다.


“성경에서는 사랑과 은혜, 이웃과 공동체를 늘 강조해요. 

그래서 병원 할 때도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 했죠”라며 “돈을 벌 때는 경제적 수익이 있어도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가져오지만 지금이 병원시절보다 더 행복해요. 

나는 치료를 하지만 아이들은 내게 마음의 부자를 선사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연일학교 치과보건소에서는 양치지도를 시작으로 일반 치과치료와 다름없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방사선촬영과 예방치료, 스켈링, 발치, 레진, 충전치료, 근관치료, 응급치료 등. 학생들의 구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치료다. 

그런데 장애학생들에게 치과진료는 과연 마음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었을까.


 


 


<하얀 의사가운 대신 엄마 앞치마 두르고 시작한 치과진료


제2 인생으로 시작한 장애학생들 치과진료. 하지만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진료하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알아야 했다. 또 치과 치료 의자에 아이들이 앉기까지 끝없는 설명과 훈련을 반복했다.


그는 “아이들을 안심시키려고 하얀 가운데신 푸른색이나 초록색 옷을 입고 진료했어요. 

그래도 울고 안 오려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입는 앞치마를 의사 가운 대신 입었죠. 치료를 위한 친근감이 먼저였으니까요”라며


“그래도 싫다는 아이는 달래야죠. 겁을 먹은 아이에겐 치료 대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비행기를 태워준다고 함께 놀기도 했죠. 사이를 좁히고 가까워지는 데는 지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장애아동 치과치료는 시술능력에 앞서 인내심과 애정이 전제 돼야했다. 

그렇게 시작한 치과진료 집중관리가 10년을 넘자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전체학생 75.5%가 충치와 잇몸질환 으로 고생했지만 치료 5년차에 들어서자 질환비율이 50%로 감소했다. 

우 의사가 느꼈던 보람과 놀라움 중 가장 큰 기억이다.


 


< 이제 그만둬도 행복한 이유


우 의사는 요즘 들어 너무 행복하다. 

이유인즉 연일학교 치과진료 바톤을 이을 서울대 치과대학 후배의사 8명이 찾아줬기 때문이다. 

8명의 후배들은 연수동서울치과와 송도동 서울S치과 그리고 주안서울치과에서 일하는 현직 의사들, 후배의사들은 번갈아 매주 목요일에 나와 집중진료를 도맡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이젠 눈과 귀가 예전 같지 않아요. 

치과진료는 정밀함과 동시에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잖아요. 늘 걱정했어요. 

내가 못하면 연일학교 치과보건소는 문을 닫지나 않을까. 지금 생을 마감해도 난 다릴 쭉 뻗고 잠들만큼 다행인 일이죠”라고 말했다.


12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에 나오던 우 의사는 후배들 덕분에 이젠 치과보건소 총괄책임을 맡게 되었다. 

장애인을 위한 치과진료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만큼은 아직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사랑의 가르침이지만, 우 의사의 삶은 적지 않은 수상으로 세상으로 알려져 왔다. 

2000년 인천교육대상,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공로상, 이듬해 대한치과의사협회장상, 2007년엔 서울대로부터, 또 2009년엔 연수구 구민대상과 시장상을 받는다. 

또 2010년 연수구자원봉사센터 우수자원봉사상과 MBC사회봉사상, 올해 보건복지부장관상 등... .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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