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돌역사교실
허진숙 원장
573-7747
2011년 년 4월 14일은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군대가 약탈해간 왕실의궤가 145년만에 반환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규장각이 정조대왕이 지은 왕립도서관이라면 외규장각은 규장각문서를 화재나 전쟁 등의 환란으로 소실될 것에 대비해서 분산보관할 목적으로 건립된 것이다. 이번 반환은 5년마다 갱신되는 영구 대여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일단 우리 땅을 밟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벅차다고 하겠다.
1975년 박병선박사가 파리국립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의궤를 발견한 때부터 2011년 G20 정상회의에서 반환합의를 이끌어내는데 36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만 보아도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의궤란 국가와 왕실의 중요행사 절차를 순서대로 기록한 일종의 보고서라고 한다. 세자와 왕비의 책봉과 결혼, 국장의 준비과정과 절차, 경비, 행사유공자들의 포상 등을 규정한 왕실의전이 적혀있어 당시의 역사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이다.
의궤는 왕이 보는 어람용 1부를 포함 5~9부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어람용은 국왕이 친히 열람하는 만큼 분산보관용보다는 종이의 질이나 장정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국왕은 매우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국가의 운명은 국왕의 능력과 자질에 좌우되었다. 이때 조선의 사대부들이 국왕의 권력을 견제하는 방안으로는 국왕의 교육과 철저한 기록을 채택한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이 바로 "의궤"다. 국왕의 국정 가운데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행사의 내역일체를 기록하고 공개함으로서 국가재정의 낭비와 전용을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된 기록이다. 천연광물과 식물에서 채취한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을 통해 사진기가 없었던 시절의 행사진행 모습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고 문자기록만으로는 미처 파악할 수 없는 세부사항까지 알 수 있는, 기록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보고서이다. 같은 유교문화권이라해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발전하지 못했고, 이번 반환된 의궤는 200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국내분과 일본소장의 의궤와는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월등한 것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반환된 의궤를 보면 "가장 전통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다시금 실감된다. 영구반환을 위해 국제재판에도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약탈을 당한 나라도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머지않아 일반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라 하니 꼭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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