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순간순간 벌어지는 상황과 사건에 혼란에 빠진 개미떼들처럼 반응하며 지나쳐간다. 생각도 해보지 않고 자신의 선택 없이 지난날 습득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행동한다는 뜻한다.
새벽에 나가는 체육관의 새로 바뀐 접수 직원은 사람을 보고도 도통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린 나이에 새벽같이 일어나 졸려서 그런 것으로 이해하였다. 며칠이 지나도록 똑같아서 조금 불만스러웠다. 회원증을 내밀면 무표정한 얼굴에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달랑 옷장 키를 내밀어 은근히 기분이 상했다. ‘나이 먹은 손님에게 저런 불손한 태도라니...’
새벽마다 신선한 기분이 엉망이 되니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 젊은 사람 때문에 불쾌해 해야 하나. 만일 이 새벽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면, 영향 받을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이 들자 응대를 하던 하지 않던 그의 반응에 관계없이 평소처럼 경쾌하게 지나치기로 했다. 그러고 나자 더 이상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남이 아닌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친구에게도 한순간 그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 같으면 바로 저주를 퍼붓는다. 상사가 묵살한다 싶으면 뒤돌아서 있는 대로 씹어댄다. 얕잡아 본다 싶으면 바로 모욕으로 앙갚음한다. 누구라도 냉담하게 대하면 더 차갑게 반응하기 쉽다.
그러나 단세포 동물처럼 단순하게 반응하지 않고 사려 깊은 인간의 능력으로 행동할 때 변화와 치유가 나타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때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생각을 깊이 해야 깨어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무런 의식 없이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하고 과거와 똑같이 맹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단지 피동적인 반응일 뿐이다.
상대방이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일 때 덩달아 목소리를 더 키워 반응한다고 상대방이 차분해질까? 인간은 수동적으로 반응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주체로서 생각을 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면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대처할 수 있다. 나아가 상황을 자신의 의도대로 주도할 수도 있다.
흥분한 사람에게 다소간의 침묵은 상대를 진정시킬 수 있다. 심술부릴지라도 친절하게 처신하면 그의 태도가 변화한다. 비난을 퍼붓던 사람도 칭찬을 하면 날 좋아하게 된다. 자신이 바뀜으로써 주위 사람들의 경향과 상황을 완전히 전환시킬 수 있다. 상황에 굴복하거나 상대에 의해 동요되지 않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갖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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