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성장한다는 말은 단지 신체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내다 팔아야 할 생계수단이어서 빨리 크기를 바라는 가축이나 작물이 아니라면, 특히 그것이 인간이라면 몸이 컸다고 해서 다 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몸뚱이 외에도 여러 차원에서 똑같이 성장하여야 균형이 맞는다. 지능 발달이 남보다 우월하게 높은 천재나 수재라는 사람들의 인생이 꼭 성공적이지만은 않는 경우가 바로 이 균형적 발달의 문제가 요인인 수가 많다.
정신과 신세를 지는 많은 환자들이 병명과 상관없이 감정적 성숙의 문제가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수가 많다. 알코올 남용이나 알코올 의존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의 강요로 마지못해 정신과를 방문한 알코올 의존자들이 가장 먼저 내뱉는 항변은 “내가 왜 정신과 환자냐?” 라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정신과 질환이라면 아무런 판단력이나 인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익숙하게 인정하듯이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질환은 명백한 정신과 질환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정신과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도 처음에는 사실 감정적 불편을 알코올의 화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대처하려다 보니 자주 과음한 결과인 수가 흔하다.
유아는 태어나면서부터 인지 능력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능력도 함께 발달한다. 태어날 때 인간은 유쾌, 놀람, 역겨움, 고통과 같은 기본적 감정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두 달이 되면 기쁨을, 넉 달이 되면 분노를 느낄 수 있다. 8, 9개월이 되면 공포나 슬픔의 감정을 알게 되고, 한 살 반이 되면 애정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두 살이 되면 자부심이 생긴다.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탐색 활동에서 흥분을 느끼고, 자기를 주장하는 데에서 쾌감을 느낀다.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저항을 표현하기도 한다. 돌봐 주는 사람이 없어지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미숙하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하여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결정이나 판단이 지나치게 충동적이거나 맹목적이기 쉽다.
회복하기 위해서는 헛된 프라이드가 아닌 진정한 자긍심과 함께 효과적으로 자기를 주장하고 합당하게 저항할 수 있으며, 불안해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하는 것에 숙달해야 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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