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으로 생명의 공생과 순환을 소통하는 작가 김종안

봄, 흩날리다’

지역내일 2011-04-14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운영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눈에 익었던 붉은토끼풀 꽃 닮은 자운영이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자운영을 다시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자운영은 추수기에 나왔다가 다시 벼를 심는 시기까지 논과 밭에서 지천으로 자라면서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며 자운영을 통해 자연과의 공생과 순환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작가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작업하는 자운영은 현장에서 늘 마주하는 쑥쑥 자라가는 아이들이다. 티 없는 맑고 밝게 빛나는 아이들의 세상 속에서 자운영은 피어나고 다음 세대를 위해 현재의 부조리함을 정화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운영 흩날리고’의 연작들을 통해 건강한 땅과 순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에 담아두며 소통한다. 작가는 “어여쁜 꽃을 피우며 논밭을 미학적 공간에 수놓은 뒤 스스로를 죽여 가며, 다시 땅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는 생명 순환의 연결고리가 바로 우리 부모들과 닮아 있고 자연과 하나였던 삶이 아니겠는가.”는 질문을 던진다.
이 넓은 세상 안, 그 어디에 혼자서 이루고 혼자서 생명을 영위하는 생명이 있겠는가. 한 송이 꽃을 피우기에는 물과, 바람, 햇빛, 땅이 필요하고, 한 삶이 끊어지지 않으려면 부모의 유전자뿐 아니라 수대에 걸친 역사와 지난한 갖가지에서 비롯된 건강한 수혈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모든 것들은 톱니바퀴의 법륜처럼 수도 없이 맞붙이며, 혹은 맞물려서 돌아간다. 윤회와 생성, 다시 상생의 의미인 것이다. 나 혼자의 몸이 내 것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자운영은 겨울바람 속에서도 강건하게 자라며 스스로를 죽여 땅을 이롭게 한다. 작가가 소통하는 자운영은 모래바람 서걱이는 현실에서도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또, 한 없이 자신을 희생하기만 하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운영에서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가시고기의 일생이 보인다.
색채 또한 부드럽다. 투명함마저 묻어나오는 이유는 작가의 작업이 물을 사용하는 수채(水彩)이기 때문이다. 손을 담그면 그림 속 색깔이 손끝에 그대로 물이 든다. 한없이 섬세하고 세필(細筆) 하나에도 마음을 담는다. 한없이 푸근해지는 작업의 모태가 된다.
모든 작업들은 생명의 순환을 여전히 강건하게 이야기 한다.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서 등장하는 문양을 통해서도 생명존중의 의미를 되짚어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흐르는 물과 작은 생명체, 문자, 별자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모두 삶과 연관되어 있고 다시 순환되어 인위가 아닌 자연의 상태에서만 발전되어 온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살아 있음과 앞으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기초가 순환의 구조에 담겨져 있다.
다시 봄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는 것을 본다. 햇살은 머리 위에서 반짝이며 다시 막막했던 땅 위에 자운영은 손톱만한 꽃을 무더기로 피워낼 것이다. 한없이 봄바람 사이를 유영하며 스스로 썩어가며 다시 순환의 고리에 들어설 것이다. 작가 역시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자운영을 통해 아이들에게 봄의 햇살을 선물할 것이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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