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평소 잦은 요통으로 고생하는 한수진(40)씨.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허리가 아파 밤잠을 설친 적도 여러 번이다. 한씨처럼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임신과 출산, 가사 노동으로 3040 여성 척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 흔히 ‘허리가 아프다’면 디스크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척추에 생기는 병은 다양하다. 디스크 내장증, 척추관협착증, 척추분리증, 척추 전방전위증 등 이름부터 난해한 병들이
우리네 허리 건강을 위협한다. 그만큼 제대로 알고 치료해야 한다는 소리.
출산 뒤 지친 자궁,
골반과 척추 건강의 상관관계
Q 출산 뒤 골반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골반이 틀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교정 치료를 16회나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 게다가 골반이 틀어져서인지 다리가 땅기고,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에 붙은 것처럼 변형됐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조차 힘든 상황. 초기에 무심코 넘긴 골반 통증이 허리 통증을 키운 건 아닌지 후회가 된다. 골반 통증을 디스크의 전조증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지영(40·서울 은평구 불광동)
A우선 한씨가 말한는 골반 위치부터 정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해부학적인 의미의 골반과 환자들이 생각하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 골반은 흔히 방광이나 자궁이 들어 있는 엉덩이 부위의 뼈를 칭한다.
좌골신경통은 많이 들어봤을 터. “오른쪽 엉덩이가 아픈데 왜 좌골신경통이라 하나요?” 묻는 환자들이 많은데, 좌골은 앉을 때 닿는 부위를 뜻한다. 허리에서 다리로 가는 수많은 신경들이 뭉쳐서 지나가는 곳이 바로 좌골. 워낙 많은 신경들이 관통해 이 부위가 아프다고 해서 어떤 질환이라고 진단하기는 힘들다. 여러 신경들이 한곳에 있으므로, 어느 부위가 눌려 아픈 것인지 알 수 없어서다. 좌골신경통은 증상을 지칭하는 말로 보는 게 적합하다. 때문에 골반 통증을 단순히 디스크 전조증상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Q 월경통이 심한 편으로 4년 전부터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심할 때는 앉았다가 일어나기 힘들 정도다. 자궁에 이상이 있으면 허리 통증이 올 수 있다는 말에 산부인과 검진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 또 허리 통증이 찾아올지 걱정이다. 자궁과 척추 건강의 상관관계가 궁금하다. 성현주(43·서울 양천구 목동)
A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 중 하나다. 자궁은 골반에 들어 있는 기관이다. 자궁 내 기관에 문제가 있으면 골반 통증이 올 수 있지만, 자궁에 이상이 있어 좌골신경통이 생기는 건 아니다. 부인과 질환 때문에 허리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도록. 자궁에 생긴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면서 허리신경을 압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월경통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월경통이 심하다고 해서 허리 건강이 취약한 건 아니다.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어 허리 근처가 아플 수 있지만, 이를 척추 질환으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Q 3년 전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파 검사를 받은 결과 자궁 내 물혹이 발견됐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에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는 상태. 그러나 물혹 때문인지 허리 통증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자궁 내 물혹이 허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나? 이은주(53·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암 조직이 아닌 양성종양을 물혹이라 칭한다. 자궁 관련 질환 중 자궁근종(자궁 근육에 양성종양이 생긴 질환)은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다행히 골반에는 어느 정도 공간 여유가 있어, 양성종양 크기가 골반의 다른 장기를 압박할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자궁근종이 요통을 일으킬 확률은 극히 미비하다. 단순히 자궁근종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수술했다고 완치되는 건 아니다?!
Q 진단명은 척추관협착증과 퇴행성 디스크.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허리 수술(철심 4개로 척추 고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수술은 잘되었다는데, 조금만 집안일을 해도 쉽게 허리가 아프다.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닐까? 김홍주(49·서울 성북구 삼선동)
A환자와 의사 사이에 수술 목표가 정확히 공유가 되지 않은 경우인 것 같다. 허리 질환은 대부분 만성적으로 진행한다. 흔히 척추 질환을 디스크라 부르는 데,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완충물이다. 척추 수술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 조각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 질환=디스크’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이 때문. 튀어나온 디스크를 없애는 게 수술 목표라면, 환자에 따라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디스크 내용물을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허리가 계속 아플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왜 척추 수술을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이는 당뇨병 치료 약을 먹는 데 왜 여전히 당뇨병이 있느냐고 묻는 것과 유사하다. 동일한 척추 질환을 앓아도 근육량 등에 따라 통증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수술할 필요는 없다. .
3년 전 퇴행성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수술 대신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키우라는 진단에 허리 통증을 참고 있지만, 통증 주기가 점점 짧아져 걱정이다. 척추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박연수(40·서울 동작구 흑석동)
A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수술 여부를 명확히 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경우 보존적인 치료를 하는 게 합당하다. 보존적인 치료는 물리적인 압박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화학적인 요소에 따른 통증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신경 주위에 생긴 염증을 제거해 통증을 없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있어야 할 구조물에서 벗어난 경우나 디스크 조각 이 신경을 압박해서 통증이 심하면 수술해야 한다. 마비 증상이 생기거나 대소변 장애, 운동장애 등이 생긴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보존적 치료를 고집하면 병을 키울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최은영 리포터
사진 김재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허리가 아파 밤잠을 설친 적도 여러 번이다. 한씨처럼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임신과 출산, 가사 노동으로 3040 여성 척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 흔히 ‘허리가 아프다’면 디스크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척추에 생기는 병은 다양하다. 디스크 내장증, 척추관협착증, 척추분리증, 척추 전방전위증 등 이름부터 난해한 병들이
우리네 허리 건강을 위협한다. 그만큼 제대로 알고 치료해야 한다는 소리.
출산 뒤 지친 자궁,
골반과 척추 건강의 상관관계
Q 출산 뒤 골반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골반이 틀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교정 치료를 16회나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 게다가 골반이 틀어져서인지 다리가 땅기고,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에 붙은 것처럼 변형됐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조차 힘든 상황. 초기에 무심코 넘긴 골반 통증이 허리 통증을 키운 건 아닌지 후회가 된다. 골반 통증을 디스크의 전조증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지영(40·서울 은평구 불광동)
A우선 한씨가 말한는 골반 위치부터 정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해부학적인 의미의 골반과 환자들이 생각하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 골반은 흔히 방광이나 자궁이 들어 있는 엉덩이 부위의 뼈를 칭한다.
좌골신경통은 많이 들어봤을 터. “오른쪽 엉덩이가 아픈데 왜 좌골신경통이라 하나요?” 묻는 환자들이 많은데, 좌골은 앉을 때 닿는 부위를 뜻한다. 허리에서 다리로 가는 수많은 신경들이 뭉쳐서 지나가는 곳이 바로 좌골. 워낙 많은 신경들이 관통해 이 부위가 아프다고 해서 어떤 질환이라고 진단하기는 힘들다. 여러 신경들이 한곳에 있으므로, 어느 부위가 눌려 아픈 것인지 알 수 없어서다. 좌골신경통은 증상을 지칭하는 말로 보는 게 적합하다. 때문에 골반 통증을 단순히 디스크 전조증상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Q 월경통이 심한 편으로 4년 전부터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심할 때는 앉았다가 일어나기 힘들 정도다. 자궁에 이상이 있으면 허리 통증이 올 수 있다는 말에 산부인과 검진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 또 허리 통증이 찾아올지 걱정이다. 자궁과 척추 건강의 상관관계가 궁금하다. 성현주(43·서울 양천구 목동)
A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 중 하나다. 자궁은 골반에 들어 있는 기관이다. 자궁 내 기관에 문제가 있으면 골반 통증이 올 수 있지만, 자궁에 이상이 있어 좌골신경통이 생기는 건 아니다. 부인과 질환 때문에 허리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도록. 자궁에 생긴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면서 허리신경을 압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월경통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월경통이 심하다고 해서 허리 건강이 취약한 건 아니다.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어 허리 근처가 아플 수 있지만, 이를 척추 질환으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Q 3년 전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파 검사를 받은 결과 자궁 내 물혹이 발견됐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에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는 상태. 그러나 물혹 때문인지 허리 통증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자궁 내 물혹이 허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나? 이은주(53·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암 조직이 아닌 양성종양을 물혹이라 칭한다. 자궁 관련 질환 중 자궁근종(자궁 근육에 양성종양이 생긴 질환)은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다행히 골반에는 어느 정도 공간 여유가 있어, 양성종양 크기가 골반의 다른 장기를 압박할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자궁근종이 요통을 일으킬 확률은 극히 미비하다. 단순히 자궁근종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수술했다고 완치되는 건 아니다?!
Q 진단명은 척추관협착증과 퇴행성 디스크.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허리 수술(철심 4개로 척추 고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수술은 잘되었다는데, 조금만 집안일을 해도 쉽게 허리가 아프다.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닐까? 김홍주(49·서울 성북구 삼선동)
A환자와 의사 사이에 수술 목표가 정확히 공유가 되지 않은 경우인 것 같다. 허리 질환은 대부분 만성적으로 진행한다. 흔히 척추 질환을 디스크라 부르는 데,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완충물이다. 척추 수술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 조각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 질환=디스크’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이 때문. 튀어나온 디스크를 없애는 게 수술 목표라면, 환자에 따라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디스크 내용물을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허리가 계속 아플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왜 척추 수술을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이는 당뇨병 치료 약을 먹는 데 왜 여전히 당뇨병이 있느냐고 묻는 것과 유사하다. 동일한 척추 질환을 앓아도 근육량 등에 따라 통증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수술할 필요는 없다. .
3년 전 퇴행성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수술 대신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키우라는 진단에 허리 통증을 참고 있지만, 통증 주기가 점점 짧아져 걱정이다. 척추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박연수(40·서울 동작구 흑석동)
A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수술 여부를 명확히 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경우 보존적인 치료를 하는 게 합당하다. 보존적인 치료는 물리적인 압박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화학적인 요소에 따른 통증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신경 주위에 생긴 염증을 제거해 통증을 없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있어야 할 구조물에서 벗어난 경우나 디스크 조각 이 신경을 압박해서 통증이 심하면 수술해야 한다. 마비 증상이 생기거나 대소변 장애, 운동장애 등이 생긴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보존적 치료를 고집하면 병을 키울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최은영 리포터
사진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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