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노인가구 소비실태 조사서를 보면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65세~74세 노인들은 월평균 84만97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자식들이 한 푼 두 푼 주던 용돈만으로는 더 이상 생활이 힘들어졌음을 암시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노인인구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노인들의 창업과 취업지원에 다양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젊은이들도 어렵다는 창업과 취업전선에 당당히 문을 두드린 어르신들이 있다. 돈도 벌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힘주어 말하는 열정적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소개한다.
오송샵 김재길 대표
74세 김재길 쇼핑몰 CEO의 창업스토리
쇼핑몰 오송샵(www.osongshop.com)을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 창업의 선두주자 김재길 대표. 독학으로 배운 컴퓨터 실력을 바탕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해 쇼핑몰 창업시장을 개척한 김재길 할아버지의 나이는 올해로 74세이다. 군포노인복지관에서 만난 김 어르신은 쇼핑몰 대표이기 전에 동안여성회관, 동안구청, 호계3동 주민자치센터, 벌말초등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 컴퓨터 강좌를 지도하던 강사이기도 했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도 복지관에서 시니어 온라인 창업아카데미 교육이 진행되던 날이었다.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교육생들에게 “창업을 하려면 자신만의 온라인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던 김 할아버지는 “온라인쇼핑몰은 컴퓨터를 활용해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학으로 배운 컴퓨터 실력으로 우연히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주관한 어르신온라인창업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쇼핑몰 창업을 개설했다는 김 할아버지는 현재 옥션과 오송샵에서 35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에서 퇴직한 후 책 한 권으로 컴퓨터를 배웠고, 많은 고민 끝에 스스로 터득한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게 되었다는 할아버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늘 즐겁게 생활하고,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쇼핑몰 운영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 은퇴 후 남는 시간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창업은 건강에도 좋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당당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상품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최상품이어야 한다”며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군포시노인복지관(031-399-2270) 시니어 온라인 창업아카데미에 문을 두드려 보라”고 조언했다.
커플데이 나종예씨(오른쪽)
취업으로 신 노년시대를 연다
아파트 택배사업을 하고 있는 65세 조재수 할아버지. 호계2동에 살고 있는 그는 매일아침 9시면 인덕원 대우아파트로 출근한다. 경기도 지정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안양시니어클럽의 도움으로 2008년부터 시작한 택배사업이 올해로 3년째 접어들지만 매일매일이 늘 새롭다는 할아버지. 하루 3, 4시간씩 아파트 가구마다 택배를 직접 전달해주는 그의 일과는 오후4시쯤이면 모두 끝난다. 명절처럼 택배량이 많아지면 근무시간도 길어지고 일이 힘들지만 평소에는 소일 삼아 하기에 이만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는 “직장을 은퇴하고 집에만 있다보니 너무 무료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안되더군요. 2003년 정년퇴직하고 1년 만에 위암수술을 받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할 일없이 가만히 있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일을 시작했는데 힘은 들지만 너무 좋아요. 즐겁고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무엇보다 좋은 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외롭지 않아요. 또 일 한만큼 보수도 따르고요. 보람도 느끼지요.”라고 말했다.
호계2동 호평사거리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커플데이’에서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나종예(64세) 어르신을 만났다.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곱고 젊기에 언니라고 부르자 활짝 웃으며 취재진을 반겨준다. 일찌감치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대학에서 진행하는 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했다는 그. 커피숍을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나이도 잊고 산다고 말한다.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도요. 우리 세대가 그렇잖아요. 자식들 다 컸고, 할 일도 딱히 없어 시간 보내기가 무료하다는 것이 너무 힘든 시기잖아요. 하지만 세상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일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가족들도 그런 나를 보고 멋있다고 격려해주고요.”
조재수, 나종예 씨처럼 취업을 희망하는 어른신들에게 안양시니어클럽(031-455-0558)은 노인 인력 수요가 있는 기업이나 기관과 연계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노년층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한마을아파트 택배사업, 한마을지하철 택배, 잔치하는날, 커플데이, 파워맨 파견사업 등을 통해 제공되는 일자리는 어르신들에게 호응도가 높다. 또 위생환경관리, 시설경비, 베이비시터 등의 경기희망일터를 비롯해 호계경로당과 늘푸른경로당을 작업장으로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보충적인 소득도 지원한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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