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있어도 정치권 눈치 보느라 “정책효과 위해 조속히 발표해야”
“국민이 체감할 실질실업률 발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정부 관계자)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이 1년째 정부 서랍에서 ‘검토만’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발표할 경우 정권에 불리한 정치적 부담이 크겠지만, 경제 주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려면 조속히 발표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통계청 노동시장 담당자들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국회와 여론으로부터 실업률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였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7월 회의를 끝으로 모임을 중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세 부처 실무자들 사이에 미국식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 발표하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실업률 보조지표를 발표하는 것은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실업률 높낮이에 따라 일자리 정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달라지고, 집권여당의 국민지지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위기 때뿐만 아니라 경기 상승시기에도 실업률은 항상 정치적 관심의 대상이었다”며 “정부 입장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업률을 발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 통계청이 일자리만들기특별위원회에서 약속한 ‘고용의 질 측정지표 개발’은 부처간 입장조율조차 못하고 있다. 고용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는 국제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좋은일자리지표’와 국제연합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고용의질 지표’가 사례로 제시돼 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두고 부처간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를테면 고용안정성에 대해 ‘재직기간 1년 미만 비율’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25세 이상 임시직 비율’로 할 것인지 부처마다 다르다. ‘장기근속연수가 길수록 좋은 일자리’라는데는 뜻이 같지만, 이 기준은 고용유연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방침과는 어긋난다. ‘사회적 대화’ 기준에선 노조가입률을 강조하려는 측과 단체임금협상 적용근로자 비율을 강조하는 입장이 서로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의 질 지표는 체감실업률 발표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부분을 아예 빼버렸다.
학계에선 정부가 실업률 보조지표 발표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는 “이미 있는 통계자료에서 정책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결정만 하면된다”며 “정부가 왜 발표를 어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보조지표가 나오면 보조지표가 나오면 경기변화시 정책대상에 맞는 적절한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고용동향실장은 “기존 통계기준을 흐트러뜨리는 수준이 아니면 보조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실업률 지표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이후에도 3.2%, 3.6%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7% 수준을 유지해 현실적인 실업난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인실 통계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고용안정성, 수입과 복지혜택, 근로조건 등 고용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연말까지 만들겠다”며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취업애로계층 고용보조지표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한편 정부가 검토했던 미국 노동통계청 실업통계는 실업자의 범위를 6가지로 나눠 U1~U6 등의 다양한 지표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실업률은 U3에 해당되며 U6는 취업애로계층과 비슷하다. 캐나다도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R1에서 R9으로 세분화해 발표한다.
강경흠 박준규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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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체감할 실질실업률 발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정부 관계자)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이 1년째 정부 서랍에서 ‘검토만’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발표할 경우 정권에 불리한 정치적 부담이 크겠지만, 경제 주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려면 조속히 발표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통계청 노동시장 담당자들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국회와 여론으로부터 실업률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였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7월 회의를 끝으로 모임을 중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세 부처 실무자들 사이에 미국식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 발표하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실업률 보조지표를 발표하는 것은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실업률 높낮이에 따라 일자리 정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달라지고, 집권여당의 국민지지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위기 때뿐만 아니라 경기 상승시기에도 실업률은 항상 정치적 관심의 대상이었다”며 “정부 입장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업률을 발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 통계청이 일자리만들기특별위원회에서 약속한 ‘고용의 질 측정지표 개발’은 부처간 입장조율조차 못하고 있다. 고용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는 국제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좋은일자리지표’와 국제연합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고용의질 지표’가 사례로 제시돼 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두고 부처간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를테면 고용안정성에 대해 ‘재직기간 1년 미만 비율’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25세 이상 임시직 비율’로 할 것인지 부처마다 다르다. ‘장기근속연수가 길수록 좋은 일자리’라는데는 뜻이 같지만, 이 기준은 고용유연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방침과는 어긋난다. ‘사회적 대화’ 기준에선 노조가입률을 강조하려는 측과 단체임금협상 적용근로자 비율을 강조하는 입장이 서로 다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의 질 지표는 체감실업률 발표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부분을 아예 빼버렸다.
학계에선 정부가 실업률 보조지표 발표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 강석훈 교수는 “이미 있는 통계자료에서 정책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결정만 하면된다”며 “정부가 왜 발표를 어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보조지표가 나오면 보조지표가 나오면 경기변화시 정책대상에 맞는 적절한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고용동향실장은 “기존 통계기준을 흐트러뜨리는 수준이 아니면 보조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실업률 지표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이후에도 3.2%, 3.6%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7% 수준을 유지해 현실적인 실업난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인실 통계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고용안정성, 수입과 복지혜택, 근로조건 등 고용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연말까지 만들겠다”며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취업애로계층 고용보조지표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한편 정부가 검토했던 미국 노동통계청 실업통계는 실업자의 범위를 6가지로 나눠 U1~U6 등의 다양한 지표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실업률은 U3에 해당되며 U6는 취업애로계층과 비슷하다. 캐나다도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R1에서 R9으로 세분화해 발표한다.
강경흠 박준규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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