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관장 임기 논란 해법은 없나

강원․경남 등 갈수록 태산 … “청문회 도입 등 제도 바꿔야”

지역내일 2011-02-24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장 임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권력이 교체된 지자체의 경우 교체를 바라는 단체장과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 기관장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 6개월짜리 기관장 쏟아질 수도 = 이광재 지사가 퇴진함에 따라 이 지사가 임명했던 산하 기관장 임기가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 지사가 취임 초 직무정지를 당하면서 이들 역시 취임한 지 겨우 2~3개월밖에 안됐다는 점이다.


강기창 강원도지사 권한대행이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성향이 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직무를 다했으면 좋겠다”고 밝혀 당분간 유임이 결정된 상황이지만 4월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교체 가능성이 높다. 자칫 6개월짜리 기관장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는 도개발공사 등이 극심한 재정난으로 파산위기에 처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전임 김태호 지사가 임명한 일부 산하기관장들을 교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지사는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새로 출발하는 마당에 다음 도지사에게 인사 폭을 넓힐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관장들의 용퇴를 요구했다.


경남도는 최근 절충안을 비공식적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지사와 현 지사의 인사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임기의 절반 정도를 보장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도가 일부 기관장들을 여전히 ‘퇴출’ 대상으로 꼽고 있어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체장과 임기 맞추자” = 산하 기관장 임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일단 기관장 임기에 대한 주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고충석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정권교체인데 이것은 지도자뿐 아니라 세력이 교체된다는 의미”라며 “단체장의 철학이나 비전, 소통이 수월한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산하 공기업이나 기관은 단체장의 통치철학을 구현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공기업 등을 제대로 경영하는 전문성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기관장으로 전문 경영인을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기관장을 임명할 때 의회 청문회 등 무엇보다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게 필요하다”며 “일단 검증절차를 거치고 나면 정해진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장과 기관장 임기를 맞추는 것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경남도는 산하기관장 임기를 도지사 임기와 맞추는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기관장 임기가 2~4년으로 들쭉날쭉한 것을 도지사 임기와 맞춰 2년 단위로 하고 처음에는 경과규정을 둬 시기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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