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은 언제든지 치명적이다.

지역내일 2011-03-17

구정이 지난 후 단주 동료들 중 몇 명이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함께 단주하려고 애써왔던 사람들로서는 퍽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단주를 위해 병원을 찾은 후 10년 후에 1/3이 사망하더라는 미국의 자료에서 보듯이 이 분야에서 조기 사망은 너무 흔한 일이다.
몇 차례씩 입원하며 무던히 단주를 애써왔던 U씨가 단주 모임에 나오지 않더니 다시 음주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구정연휴 마지막 날에 피를 토하여 응급실을 찾았으나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 며칠 후 그동안 꾸준히 단주해온 30대 말의 L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모두들 더 놀랐다. 아직 젊은데다 2년 가까이 실수 없이 단주해 온 터라 안타까움이 더 컸다. 새로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며 몇 주일째 모임에 나오지 못한 터였다. 명절을 전후로 무엇이 그를 평소처럼 안정적으로 지내기 어렵게 하였을까?
쪽방에서 혼자 생활하던 40대 중반의 K씨도냉방에서 쓰러져 동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가끔 실수할지언정 단주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래도 얼마간씩 단주를 하였는데 역시 명절이란 시기를 견뎌내기 힘들었나 보다. 
설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 시기는 단주를 유지하려는 사람에게는 퍽 힘든 시기다. 과음으로 가족은 물론 다른 인간관계도 이미 단절된 경우 소외되어 더 외롭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즐겁게 보낼 것을 기대하는 시기에 오히려 회한과 원망이 더 절절하다. 
3월의 새 봄은 새 희망과 계획으로 부쩍 알코올 남용이 늘고 이로 인한 치명적 사고가 흔하다. 특히 대학 새내기들은 새로운 꿈을 품은 인생의 절정기에서 폭음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수도 있다. 알코올중독이 아닐지라도 알코올은 얼마든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알코올의 치명성은 단지 간경화 때문만은 아니다. 알코올의존의 후유증인 치명적인 질환들인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위암 자살 간질환은 모두 과음에 의해 촉발된다. 자살 교통사고 안전사고 동사 폭행 등 예사롭지 않은 사건은 일상적 남용이나 일회적 폭음만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자동차 오토바이 연탄가스 수면제 마약과 같은 경우 어디에서나 위험하다고 가르치고 자주 경각심을 일깨운다.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그런데 불상사에 따른 사망은 대부분 과음과 연관되지만 알코올의 치명성에 대해서 여전히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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