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선거 ‘별들의 전쟁’

여야 거물정치인 총출동, 정치 명운 기로

지역내일 2011-03-17
중앙정치의 사각지대이자 현직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강원도가 거물정치인들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를 상징하는 유력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 명운을 걸고 4·27 강원 재보선에서 대리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강원선거에 힘을 쏟아 텃밭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거나 또는 자신의 위상을 굳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나선 유력정치인은 박근혜 안상수 이재오 홍준표 김진선(이상 한나라당) 손학규 이광재(이상 민주당) 등 10여 명에 달한다.
박 전 대표는 3년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이란 당직을 맡아 15일 춘천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7년 대선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이날 특위 출범식에서 박 전 대표는 참석 자체만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당내의 숱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그가 간접적으로나마 4·27재보선 지원사격에 나선 것은 강원도에 대한 전략적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방식을 통해 “강원도는 박근혜 텃밭”임을 선포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강원도를 위한 10대 공약을 쏟아냈다. 강원도에서 지면 재보선 패배라는 멍에를 쓰고 조기전당대회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안 대표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강원도에서 출생해 강원 연고를 주장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선거 뒤안길에서 열정을 쏟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접 나서진 않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를 만나는 등 간접 지원에 나선 이 장관은 그가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후보가 당선증을 받을 경우 강원에서 영향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와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관심사. 홍 최고위원은 강원도와 가까운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강원도에서 약진했다. 홍 최고위원은 “내달 4일 후보가 결정되면 강원도에서 지원유세를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과 대권 두 갈래 길에서 고심하고 있는 홍 최고위원이 강원에 대한 나름의 욕심을 내비친 것이다.
김진선 전 강원지사도 선거에 ‘다걸기’하고 있다. 지사만 3번을 지내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는 김 전 지사는 강원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이번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거듭 확인하겠다는 의지다. 선거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경우 중앙정치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강원선거에 명운을 건 대표적 정치인. 18대 총선 낙선 뒤 춘천에서 2년여를 칩거한 인연을 가진 손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강원도를 텃밭으로 삼고 △당내 리더십을 곧추세우고 △정체된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당내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분당 출마설''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강원 승리에 매진한다는 각오다. 
아직 40대에 불과한 이광재 전 지사는 이번 선거에  향후 남은 수십 년 정치생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광재 동정론’을 극대화시켜 승리의 견인차 노릇을 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광재만의 역할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김두관 송영길 등 386들과 함께 차차기까지 내다보고 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여야 거물들이 앞 다퉈 강원대첩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최후의 승자는 단 1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진 조연 또는 패자일 뿐이다. 승리의 한 자리를 향한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엄경용 정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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