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게 4월 재보선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이기면 정권 후반기에 힘이 실리겠지만 패하면 ‘실패한 정권’이란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승부의 갈림길은 강원도지사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공천부터 신중하고 논란이 많다.
유력주자였던 이계진 전 의원이 중도 포기했지만 후보군은 여전히 수두룩하다. 한승수 전 총리와 엄기영 전 MBC 사장, 최명희 강릉시장, 최흥집 전 정무부지사, 최동규 전 생산성본부장, 최종찬 전 건교부장관, 조규형 전 브라질대사 등이 두루 거론된다. 당에선 민주당 후보를 지켜본 뒤 그에 걸맞은 맞춤형 후보를 내세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영동-영서, 춘천-원주 간 소지역주의가 강한 지역 사정과 후보 경력을 고려해 필승 카드를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영동 태생-경제부총리 출신의 권오규 전 부총리를 낸다면 태생은 반대(영서)이자 같은 관료 출신(국무총리)의 한승수 전 총리를 붙여볼 수 있다는 식이다. 한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의 초대총리다. 다만 강원도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 이명박정부 정서를 자극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권 전 부총리와 태생(영동)과 경력(관료)이 비슷한 최명희 강릉시장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최 시장은 관료생활 대부분을 강원도에서 보냈고 재선 시장이다. 영동 지역의 차세대로 꼽혀온 게 강점이지만 중앙에서의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만약 민주당이 영서 출신이자 MBC 사장을 지낸 최문순 의원을 낸다면 비슷한 길을 걸어온 엄기영 전 사장을 붙여볼만하다고 본다. 엄 전 사장은 오랜 뉴스진행자 경력 덕분에 지명도가 앞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방송인 출신인 이계진 전 의원을 내세웠다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던 ‘이계진 트라우마’가 부담이다.
당 고위당직자는 “이름이 거론되는 유력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경선을 통해 최선의 후보를 찾겠다”며 “이를 통해 강원민심에게 당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있어 ‘힘있는 여당후보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던 반 이명박정부 정서가 이광재 재판 이후 더 강화된 것 아니냐는 판단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