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253만마리 죽이고 ‘아차’

여권, 뒤늦게 ‘구제역 자성론’ … 민주당 “아덴만처럼만 하지”

지역내일 2011-02-17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축이 253만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 뒤늦게 ‘구제역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을 중심으로 한 방역대책은 실패했으며 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백신접종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4일 “대통령이 구제역 발생 초기에 백신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담당부처에서 백신 부작용을) 크게 보고해서 결단을 못 내렸다고 (23일 당정청회동에서) 청와대 수석이 말하더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 청정국가는 포기하는 것이고 그 때부터 살처분은 안해도 된다”며 정부 대책을 거듭 비판했다.
그는 27일 열릴 당정청 회동 의제 중 하나로 ‘구제역 대응’을 거론, 책임추궁이 있을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불과 60여일 만에 전국의 방역망이 뚫리고 제주, 호남을 빼고 나면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었다”며 “정부가 어리석은 구제역 대책을 하면서 걱정이 많다”고 질타했다.
농림부 장관 출신 정운천 최고위원도 “초동대책이 미비하여 일파만파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4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백신 예방접종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밝혀 간접적으로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실패를 시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구제역 자성론’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강한 비판이 나올 정도다.
25일 구제역 발생 지역구 한나라당 ㄱ의원은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고, 해당 부처는 우왕좌왕했다”며 “시스템은 없었고, 관심과 의지는 부족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가축을) 다 죽여 놓고 진정국면에 들어서니까 살처분은 잘못됐고 백신정책으로 가야 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야당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진 ㄴ의원도 “지난 연말 이후 새해 예산안 강행과 안상수 대표의 구설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등의 정치현안이 겹치면서 구제역이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구제역이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고 △청와대 구제역대책회의가 발생 40여일만에 열렸으며 △전국이 초토화됐지만 대통령의 현장방문이 단 한차례에 그쳤다는 점을 정부 의지부족의 증거로 꼽고 있다. 정부·여당의 자성론을 ‘뒷북 대응’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무슨 일 나면 점퍼 입고 지하벙커에 가는 것처럼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때 곧바로) 안동으로 달려갔다면 이런 일은 안 생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덴만 구출) 작전 능력이 구제역 섬멸 작전에도 발휘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구제역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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