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고교평준화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부령 개정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은 18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민 교육감이 교과부령 개정을 요청했지만 이 장관이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거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과부의 입장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등 진보교육감 6명은 18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경기 강원의 고교평준화를 위한 교과부령 개정을 강력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교과부가 두 지역의 고교입시 평준화 법령 개정 요청을 반려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면서 “교과부가 ‘평준화로 인해 사교육비가 증가했으며 교과부 차원의 평준화 정책 연구를 수행한 후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평준화 거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평준화를 거부하는 것은 소위 ‘진보교육감’을 길들이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도민의 뜻을 받들어 조속히 고교평준화 실시를 위한 교과부령 개정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교육부가 관련법령 개정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고교평준화를 지지하는 단체 중심으로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강원고교평준화추진운동본부 등 지지단체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교육자치에 역행하고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평준화 전환 유보 방침을 규탄한다”면서 “교과부는 월권 행위, 강원도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교육청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고교평준화 도입을 묻는 여론조사를 2회에 걸쳐 실시했다. 결과는 1차 여론조사의 경우 고교평준화 도입 찬성률이 강릉 70.5%, 원주 71.9%, 춘천 72%로 나타났고 2차 여론조사는 강릉 59%, 원주 58.7%, 춘천 58.1%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강원도 교육청은 지난달 교육부에 관련법령 개정을 요청하고 2012년 고교평준화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른 지역도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광명 안산 의정부 등 3개 지역에 2012학년도부터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기로 하고 교과부에 ''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교과부령 제780호)'' 개정을 요청했다.
경기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민주당 백재현,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시·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4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교과부령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교과부가 평준화 지정 절차를 법제화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설도 나오는데 이는 교과부가 모든 시·군의 교육정책에 간섭하겠다는 발상으로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주민의사와 연구결과를 무시하는 월권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매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양기대 광명시장도 이날 고교평준화를 위한 교과부 규칙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양 시장은 "교과부령 개정 지연으로 생겨나고 있는 광명시민들의 오해와 의구심을 해소하고 평준화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당 규칙을 조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한길리서치가 지역별 학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광명 78.3%, 안산 77.1%, 의정부 72.5%의 찬성률이 나왔다"며 "조사결과를 교과부에 제출하고 부령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상곤 교육감은 "이들 3개 지역은 7~8년 전부터 고교 평준화를 검토하고 여론이 모아져 온 곳"이라며 "교과부가 도교육청의 판단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3개월이 지나도록 개정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8조에는 다음 학년도 입학전형기본계획을 전년도 3월 30일 이전에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교과부가 오는 3월 초까지 법령을 개정하지 않으면 2012년도 해당지역의 평준화 도입은 무산된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