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도시계획 재검토 뒤따라야”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기로에 섰다.
수년간 침체기를 겪던 송도 국제도시에 삼성이 입주를 결정했다. 벌써부터 삼성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치고 있다.
◆인천시, ‘국내기업 병행유치’로 정책 전환 =
수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갔다.
한때 로또로 통하던 송도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고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동북아 트레이드센터는 잦은 공사중단으로 애물단지가 됐다.
당초 외자유치의 첨병을 기대했지만 정작 손에 쥔 성적표는 초라했다.
최근 이런 인천경제자유구역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일어났다.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이 지난 2월 25일 바이오 분야의 근거지를 송도로 결정한 것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삼성은 송도 5공구 내 27만4000㎡ 규모에 총사업비 2조1000억원을 투자, ‘해외첨단바이오기업 바이오파크’를 조성키로 했다.
삼성은 1단계로 2012년 말까지 미국 퀸타일즈와 합자투자를 통해 3300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인 송도 바이오메이 파크를 설립키로 했다.
삼성 입주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면서 성사됐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의 부진한 투자유치를 극복하기 위해 송영길 시장 체제 이후 “외국인 중심의 투자유치에서 벗어나 우선 국내 대기업을 유치,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겠다”고 전략을 수정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인천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국내 대기업은 인천에 공장을 지을 수 없지만 경제자유구역 안 외국인 투자기업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을 활용했다.
변병설 인하대 교수는 “당초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외국기업을 유치하려 했지만 계획처럼 많은 수의 외국기업이 들어오지는 않았다”면서 “결국 국내 대기업으로 동력을 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 주목하라” =
삼성의 입주 결정에 인천은 “이제 전환점에 섰다”는 분위기다.
줄다리기가 일상처럼 된 외자유치는 분위기를 반전했고 바닥을 모르던 부동산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즐비한 고층건물만 서 있고 정작 기업은 없어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다”는 비아냥에서 벗어난 것이다.
오홍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은 “단순히 한 기업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삼성의 브랜드 파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특히 삼성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 분야가 입주한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번 기회에 송도를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본격적인 국내외 자본의 투자유치도 기대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아예 8일부터 투자유치를 위한 전 직원 워크숍을 시작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날 국내 대기업인 KT의 투자유치를 재촉하고 나섰다.
국내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의 한축을 담당한다면 그에 맞게 제도개선 등 형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송도 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도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당초 송도의 도시계획은 외국인 중심이었다”면서 “이제 국내 대기업이 들어오는 만큼 도시계획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도 국제도시는 그동안 국제학교 국제병원 등을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기관이나 단체와 마찰을 빚어왔다.
제도개선 요구도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국내 대기업 유치를 시작한 만큼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외국기업에 주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국내기업에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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