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5백억 뮤지컬?

지역내일 2011-03-11
전남 영암군이 수익성이 의심되는 초대형 뮤지컬을 추진하면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가 전남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해 결과가 주목된다.
 
◆수익 낼 수 있나 = 영암군이 추진하는 산수(山水)뮤지컬 영암아리랑은 국립공원 월출산 인근 사자저수지 초대형 무대에서 열린다. 뮤지컬이 열리는 24만6000㎡ 땅에는 수상무대와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또 출연자와 시설운영 인원이 1000명이다. 큰 규모 때문에 공연장 조성사업비(290억원) 등 모두 490억원이 들어간다.
 영암군은 오는 2013년 첫 무대가 열리면 하루 관람객 3000명, 연간 75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영암군은 이들이 숙박을 하고 농·특산물을 사면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참여한 ‘산수뮤지컬 저지 군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공연을 맡은 회사와 수익금 배분이 명확치 않고,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경훈 대책위 간사는 “적자가 날 때마다 주민 혈세로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오수근 영암군 문화관광과장은 “관람비만으론 흑자를 낼 수 없다”면서도 “인구 유입 및 관광 활성화라는 간접효과가 훨씬 크다”고 반박했다. 
 
◆무시된 절차 = 대책위는 지난달 26일 영암군이 뮤지컬 예산을 편법 사용했다며 전남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여부는 조만간 결정된다. 대책위에 따르면 영암군은 국립공원에 묶여있는 일부 땅을 해제시키기 위해 대체 부지를 편법 매입했다. 영암군은 2010년 본예산에 ‘뮤지컬 공연장 주변 토지보상비’ 2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체부지 매입비를 못 챙겼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대체부지 매입비 5억5000만원을 요청했지만 의회에서 삭감됐다. 영암군은 ‘뮤지컬 공연장 주변 토지보상비’로 대체부지 5만3656㎡를 편법 매입했다. 투융자 심사도 매끄럽지 않다. 시·군의 경우 사업비가 300억원 이상이면 중앙부처 투융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영암군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앙부처 투융자심사를 피하기 위해 공연장 조성사업비와 콘텐츠 비용(200억원)을 쪼갰고, 이중 공연장 조성 사업비만으로 전남도의 투융자심사를 받았다. 영암군 관계자는 “지난해 8월까지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 때문에 다른 예산을 사용했다”면서 “원칙적으론 중앙부처 투융자심사를 받는 게 맞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영암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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