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천 2동 동순례 건강걷기 행사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지역내일 2011-03-04 (수정 2011-03-04 오전 9:44:55)

2월의 어느 날부터였다. 집밖을 오갈 때면 남천 2동 동순례 건강걷기 행사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 행사로 토요일 아침 7시에 모여 1시간 정도 남천2동의 경계를 걷는다고 했다. 유치원 때부터 이 동네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먹고 동 전체를 걸어본 적은 없어 색다른 경험이 되겠다 싶었다. 평소에도 곧잘 걸어 다니시는 친정아버지도 참가하겠노라 하셨다.


광안리 해안로를 걷고 있는 참가자들


250여 명이 참가한 건강걷기 행사

누구에게나 살고 있는 동네는 각별하다. 특히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면 동네를 떠난다는 것조차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게 될 만큼 익숙함을 넘어 일부분이 된다.
수영구 남천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동순례 건강걷기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건강생활실천 운동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 화합과 애향심을 기르는 동시에 따뜻한 정을 나누는 마을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아침 7시, 광남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대략 250여 명이 모였다. 식전 행사인 남천2동 단학동아리의 단학기공 시범을 시작으로 행사를 주관하는 주민자치위원장의 인사말씀과 다른 내빈들의 인사말씀이 이어졌다. 올바른 걷기 자세를 잠시 연습한 뒤 스트레칭에 이어 곧바로 걷기에 들어갔다.
광남초등학교를 출발해 호안도로 조깅로, 뉴비치 아파트 옆 도로, 타워아파트를 끼고 돈 후 수영구청, 부산은행 광남지점, 광안 해변로를 거쳐 다시 광남초등학교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해 처음에는 다소 힘에 겨웠다. 호안도로에서 보는 광안대교는 여전히 늠름했고, 다리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뒤로 쳐지면 힘들다고 선두를 유지하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중간중간 차로를 건너야했는데 해병대 전우회 분들이 차량을 통제해줘 안전하게 행사가 진행됐다.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 앞에선 이진호 학생과 아버지


기대 만땅 경품 추첨과 아침 식사로 마무리

1시간여 걷기행사를 마친 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경품 추첨이었다. 모두가 기대하는 경품은 자전거 5대, 만보기 60개, 생필품 60개 등 총 125개로 2:1의 확률이었다. 높은 확률에 다들 하나는 당첨되겠지 하는 분위기였다. 경품 운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리포터지만 2:1의 아주 훌륭한 확률이었기에 다른 어떤 때보다 기대에 차서 행운권 추첨통을 바라봤다. 무엇보다 우리집 참가자는 둘이 아니던가. 한 명은 걸리겠지했다.
제일 먼저 자전거에 당첨된 사람은 광남초등학교 학생이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친구와 아빠와 함께 참가했다가 행운을 거머쥔 이진호 학생은 “아침 일찍 걸으니 기분이 좋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진호 학생의 아버지 역시 환한 웃음으로 기뻐했다. 알고 보니 진호는 딸아이와 같은 반이라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품 추첨. 만보기가 지나가고 생필품이 지나가고 또다시 자전거 4대가 지나갈 때까지 들고 있던 행운권 번호는 끝내 불리지 않았다. 2:1의 확률인데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친정아버지 역시 빈 손.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버렸다. 잠시 허탈했지만 맑은 공기 마시며 활기차게 하루를 열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애써 위로하면서 동사무소에서 받아든 시래기국밥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동네에서 바다가 매립지가 되고 매립지 위에 아파트가 세워지는 광경을 쭉 봐왔다. 친구들에게는 어촌이라 말하곤 했지만 앞은 바다요 뒤는 금련산의 사계를 볼 수 있어 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애정을 듬뿍 담아 동네를 걸었다. 올레길도 둘레길도 훌륭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동네골목길도 빠지지 않는다.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싫은지 다시 쌀쌀한 날씨로 심술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봄이다.

info.
해운대구는 구 단위 행사로 4월경 해운대 삼포길 걷기 행사와 5월경 문탠로드 걷기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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