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천 시인의 시집 출간 ‘십만 년의 사랑’

지역내일 2011-03-01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 십만 년의 해가 오르고 / 십만 년의 달이 이울고 / 십만 년의 강물이 흘러갔다. // 어쩌면, 십만 년 전에 함께 출발했을지 모를 / 산정의 별빛 아래 / 너와 나는 이제야 도착하여 숨을 고른다 / 지상의 사람들이 / 하나둘 어두움 속으로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였다 / 하필이면 우리는 이런 비탈진 저녁 산기슭에 이르러서야 / 가까스로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는가 / 여기까지 오는데 십만 년이 걸렸다 // 중략 / 

소장하고 싶은 시집이 한 권 묶어져 나왔다. 시화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지역 작가로는 드물게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한희원 씨의 그림이 시집 안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더 반갑다.
정윤천 시인은 “시와 그림은 한 몸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돌려볼 수 잇는 시집을 묶고 싶었다. 내 뜻이 한 작가에게 전해졌고 그는 흔쾌히 허락을 해 가장 편하게 읽으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한 권의 시집이 탄생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힌다.
<십만 년의 사랑>은 일반 시집의 판형보다 훨씬 작다. 들고 다니며 읽다가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시는 시여서 아름답다. 더욱이 삶의 고통을 제대로 관통한 사람이라면 그의 시는 더 투명하게 맑아서 아름답다. 정끝별 명지대 교수는 서평에서 “이 시집을 진정 ‘목숨에 빛을 져도’ 좋을 ‘사랑의 방정식’이라 외워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 같다”고 썼다.
마흔을 넘긴 정 시인은 삶과 사랑에 관한 연민의 눈으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지극한 순간, 시간, 풍경,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사랑이라는 대상으로 물결처럼 풀어져 있다. 정 시인은 “시는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한 편의 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죄의식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손바닥에 올려두고 즐길 수 있는 삶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시, 문단 밖으로 나와 세상과 사람 사이를 돌아다니는 시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 시집을 묶었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문학을 꿈꾸며 한 두 개의 시를 암송한다. 삶의 좌우명이 되기도 하고 시를 보며 눈물짓기도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는 점점 멀어져가고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으로만 남게 된다. <십만 년의 사랑>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늘 꿈꾸어오던 사랑, 삶에 대한 가치와 정체성을 일깨워주며 잠깐의 시간이라도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을 뒤돌아보게 한다.
문의 : 010-3649-9584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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