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칠 전남도 친환경수산담당

“도전정신 있으면 바다는 부의 원천”

지역내일 2011-03-01
‘산을 쓰지 않은 김’으로 친환경 수산분야 개척
“요즘 인기 있는 장흥 특산품이 뭔지 아세요. 바로 무산(無酸)김입니다. 예전에는 장흥하면 표고버섯이나 한우를 생각했는데 요즘은 확 바뀌었다니까요. 늦게나마 바다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지요.”
15일 전남 장흥군 ‘정남진 수산물 위판장’에서 만난 김길봉(60·회진면 대리)씨. 장흥의 변화된 모습을 우선 지적한다. 김씨뿐 아니라 위판장에서 만난 주민 서너 명도 같은 얘기를 한다.
농업인구가 훨씬 많은 전형적인 농촌. 전체 인구 4만2753명 중 1만6021명이 농사를 짓고 어업인구는 3044명에 불과하다. 특산품도 포고버섯이다. 전남 생산량 85%를 장흥에서 생산한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바다와 수산물 해양관광을 이야기한다. 장흥군이 바다의 존재가치를 십분 활용하도록 한 주인공은 장용칠(54) 전남도 친환경수산 담당이다. 
 
◆27년 공직생활의 결실 = 장용칠씨는 27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친환경수산과 해양관광 분야 업무를 도맡아왔다. 그 진가는 장흥군 해양수산과장으로 일하면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장흥군은 다른 지역처럼 수려한 해안선이나 널찍한 갯벌이 없습니다. 인공적인 해양관광자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소록도 완도 등에 둘러싸인 득량만. 수평선도 보이지 않고 바다에는 김이며 미역 양식장이 가득하다. 대신 바다는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수산물이 풍부하다.
장씨는 그 점에 착안, 해상에 낚시를 할 수 있는 공원을 추진했다. 바다 위에 부잔교식 낚시터를 만들고 숙박할 수 있는 해상콘도를 포함한 계획이다. 갯바위나 방파제 낚시에 비해 위험요소가 적어 초보자나 가족 단위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전국 최초의 해양낚시공원 사업은 만만찮았다. 정부 예산을 얻어 2007년 실시설계까지 마쳤지만 자체 예산이 부족해 중단위기에 처했다. 의회에서는 ‘검증도 안 된 사업을 왜 우리가 먼저 하느냐’고 반대했다. 주민들은 낚시공원 면적만큼 양식장이 줄어든다고 시위도 했다. 낚시터에서 자연스러운 손맛을 느끼려면 인근지역에 그물을 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그는 ‘가능성’ 하나로 의회와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어려운 살림살이 가운데도 5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공사가 말썽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해양낚시공원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 그리고 4~5개동을 한꺼번에 연결하는 해상콘도가 파도의 높낮이며 조류의 흐름에 대한 고려없이 설계돼 있었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공법을 바꾸고 잠수부를 동원해 바다 밑바닥을 파낸 후 해상콘도를 고정시키는 별도 시설물을 설치했다. 
2008년 10월 해양낚시공원이 완성됐고 군에서는 어촌계에 운영을 맡겼다. 공원 입구에는 낚시용품판매장과 수산물 위판장, 회센터를 설치, 공원을 찾은 이들이 지역에서 지갑을 열도록 했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낚시터와 콘도며 바다 너머 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길도 조성, 낚시를 하지 않는 이들도 공원으로 끌어들였다.
개장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2만20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고 순수익만 4000만원에 달한다. 군은 여기에 더해 ‘바다음식타운’을 만들어 해양관광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해양낚시공원을 위탁 운영하는 대리어촌계 김성훈(42)씨는 “해양관광에 필요한 시설이 집중되기 때문에 주민소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친환경 김 생산으로 전국 관심 = 장씨가 해양낚시공원에 앞서 주목했던 건 김이었다. 2007년 7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장흥으로 인사발령이 났을 때였다. 객지 근무라 현황 파악이 급선무였고 어민들을 만나 현장상황을 듣는데 불쑥 ‘무산김’ 얘기가 나왔다. 산을 사용하지 않고 김을 생산하는 어가가 있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보냈다.
“어느 날 무산김 생산 현장을 보게 됐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김발에 들러붙는 불순물을 없애고 김에 윤기가 흐르게 하는 산을 사용하지 않고 김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거였다. 친환경 김이라면 다른 전남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받는 장흥김에 대한 평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는 곧 군청과 김 어가에 무산김 대량 생산을 제안했다. 첫 반응은 너무나 ‘썰렁’했다. ‘객지에서 온 미꾸라지가 물을 흐린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괜한 짓을 한다는 후회도 들었죠. ‘도전정신’이 저를 내몰았던 것 같아요.”
어촌계마다 한명 이상을 설득, 그들이 주민들 동참을 끌어내도록 했다. 1년이 안된 2008년 5월 주민 100여명이 무산김 생산에 나섰다. 산을 쓰지 않으면서 불순물이 늘고 그만큼 일거리가 늘었다. 생산량도 30% 가량 떨어졌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다시 지루한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취향을 알고서 김을 만들어야 돈도 벌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얘기했죠.”
우여곡절 끝에 무산김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마침내 장흥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장흥~제주간 쾌속선 취항 = 장흥군의 또다른 자랑거리, 육지에서 제주를 최단시간(1시간 50분)에 연결하는 쾌속선이다.
해양낚시공원 건너편 노력항에서 출발하는 이 배는 지난해 취항 직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여객선을 타려면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항로 운영을 맡고 있는 장흥해운이 처음 점찍은 곳은 사실 장흥이 아니었다. 이웃 고흥군 녹동에서 제주를 연결할 구상이었다. 하지만 녹동항 접안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다른 지역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것. 당시 군은 낚시공원 인근 회진항은 수심이 얕아서 노력항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장흥해운은 최단시간에 제주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여름 성수기 때 첫 배를 띄우기로 하고 제가 실무를 맡았는데 노력항에는 터미널이나 접안시설이 전혀 없었어요. 4개월 안에 공사를 해야 한다니 모든 게 막막했죠.”
한꺼번에 모든 공사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밤에도 일을 했다. 장씨는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돌이켰다. 지난해 7월 최소 시설만 갖춘 채 노력항에서 첫 배가 떴다. 그리고 6개월간 이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 장흥을 찾은 인구가 25만명이나 된다. 장씨는 “도전정신만 있으면 바다는 부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장흥군은 최근 3년간 해양낚시공원, 장흥~제주간 쾌속선, 무산김 등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수산물과 해양관광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장흥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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