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찾았던 병원, 증상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치료를 받거나 약만 처방 받고 나왔던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터. 의사와 오래 상담할 수 있고 내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아 치료해 주는 주치의가 있는 병원은 없는 걸까? 지역주민들이 돈을 모아 만든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병원이라면 가능해 진다.
수원새날의료생협, 새날한의원으로 첫 걸음을 내딛다
박은희(39·병점동) 씨는 감기에 걸린 아이와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일반 병원은 늘 시간에 쫒기다보니 환자의 말을 들을 만한 여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선 오랜 시간 동안 아이의 여러 증상을 얘기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은경(40·탑동)씨는 침을 맞고 뜸을 뜨러 갔다가 치료뿐 아니라 몸 전체 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내 몸과 마음을 알아주는 기분 좋은 치료, 몸이 거뜬해지는 것 같았다.
이들이 찾은 한의원은 2009년에 수원의료생협이 발족한 이래 첫 개원한 매탄동의 ‘새날한의원’. 지역주민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고자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협동하여 만든 의료생협 한의원이다. 병원을 둘러보니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과는 다른 것들이 많다. 진료실이나 침·뜸치료실 외에 건강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소모임을 위한 공간이 보인다. 지역주민들이 출자해 운영하는 병원이라 영리 추구보다는 조합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또 하나의 편안한 휴식공간을 마련한 것처럼 보였다. 박씨는 “일반 병원에 다니면서 가끔씩 과다한 약물사용, 과잉치료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있었다. 새날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인지 치료에 믿음이 간다. 친절하고 환자의 편에서 생각해주는 병원에 목말라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개원을 반겼다.
충분한 진료시간 보장, 치료 뿐 아니라 예방 상담까지 가능
새날한의원은 조합원이 주인이라는데 그 운영이 궁금했다. 한동근 이사장은 “기본 출자금(3만원) 이상을 내면 수원새날의료생협의 평생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출자금은 이사나 탈퇴를 하면 되돌려 받는다. 조합원은 대표기구를 통해 운영에 참여하고 정기총회나 지역별 모임, 아토피나 만성질환자 등의 소모임 등을 통해 병원이용에서 느낀 직원들의 불친절과 불편사항, 장비나 약제비 등에 관한 불만도 언제든지 직접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지만 조합원이 아니어도 진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이 되면 직계가족까지 비보험 항목의 10%이상의 할인 혜택뿐 아니라 충분한 진료시간을 보장하는 주치의에게 마음 편안한 치료 및 예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도 조합원의 한 명이라 의료생협의 취지와 목적에 뜻을 같이 한다는 새날한의원 현승원 원장.
“일반 병원과는 환자를 대하는 입장부터 달라요. 감기환자에게 약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감기발병이유, 해열 방법, 땀을 내는 법, 목욕법, 감기에 좋은 차, 소금을 이용한 소독법 등등 약 없이 감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죠. 어깨를 치료해야 하는 환자는 통증의 일차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평소 자신의 나쁜 생활습관부터 찾아 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하도록 권유합니다”라고 새날의 진료를 설명한다.
물론 한약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겐 믿을 수 있는 친환경약재를 사용해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생제 등이 남용되는 현실에서 식생활개선이나 자연요법, 운동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실천하도록 돕는단다. 또한 아토피 클리닉, 산모-태아프로그램, 절식요법·식생활 개선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지역민 모두가 건강해지는 건강공동체를 꿈꾸다
수원새날의료생협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현재 수원은 420세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1000여 세대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새날한의원에서의 수익이 창출되고, 조합원의 수가 늘어나 자금이 확보되면 의료시설들을 계속 늘려갈 것이다. 양방협진 의원, 치과, 건강검진센터 등을 고루 갖추고 싶다”는 한 이사장은 각 동별로 의료생협 병원을 개소할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건강정보 전달도 의료생협의 중요한 일. 병원을 운영하면서 일상적인 진료활동 외에도 건강검진, 방문진료, 보건예방교실 등 다른 일반 병원에서 할 수 없는 의료생협만의 특징적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내 사회복지관, 경로당이나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방문 진료를 계획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인과 직원, 조합원의 자발적인 봉사와 헌신을 펼쳐 지역사회가 외롭고 아픈 사람이 없는 건강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미 의료생협과 협약을 맺은 지역아동센터나 지역생협 등의 소모임에서는 아이들의 건강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소모임을 위한 병원 내 다목적공간에서는 조합원에 대한 건강 교육과 관절염 환자 대상의 운동교실이 열리고, 친목도모나 취미활동을 위한 건강한 동아리들이 모이기도 한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실천해 온 것도 있고, 아직 계획단계에 있는 것도 있습니다. 우선 6개월 뒤에 한의원 원장님을 한 분 더 모셔오고, 부족한 장비들을 보완하면서 계획한 사업들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갈 예정입니다.”
꿈을 꾸고 실천하면서, 다 함께 건강해지는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려는 한동근 이사장의 포부가 다부지게 전해 온다.
문의 수원새날의료생활협동조합 031-255-8843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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