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은 ‘시대정신’
내일신문은 창간 17주년(일간 1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기획인터뷰를 진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대표적인 지식인 등을 독자들과 함께 인터뷰해 정치 발전의 사회적 공론과 비전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24일 오후 11시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계룡 리슈빌 아파트 경로당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희망대장정’을 한 달 동안 진행했는데 간략한 평가를 한다면.
1차 천막투쟁에서는 당원들과 국민을 향해 이명박 정부의 독재본색, 반서민 본질을 비판하면서 서명을 받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집권을 해야겠다’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얘기를 하고 답변도 받는 양방통행(소통)을 했다. 많은 것을 듣고, 아이디어도 얻고, 비판도 듣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를 만드는데 아주 유용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민심은 어떤가.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과 민심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사는 것 힘들어한다. 사회적 격차, 반칙, 특권 이런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어려움이 크다고 하는 것이 시민들 말속에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확실히 보인다.
얼마 전에 대구에 갔을 때도 아주 고무적이었다. 아침에 조그마한 동네 목욕탕에 갔는데 거기 있던 십 여 명이 거의 한 사람 예외도 없이 반갑게 인사하더라. 어떤 사람은 도화지하고 매직 갖고 와서 사인해 달라고 했다. 목욕탕 주인도 사인해 달라고 하는데 하나는 목욕탕에 걸 것, 다른 하나는 자기 아들에게 줄 것이라고 하더라. 그렇다고 그게 당장 우리표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해 마음을 열어 놨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나 단초를 보는 것이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 현장을 자주 찾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근 화두는 서민복지인데 그 중에서도 으뜸은 일자리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도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일하는 사람이 점점 불행한 나라가 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반편이다. 항상 불안하고 자존심이 깎인다.
충분한 대우도 받지 못한다. 물질적으로도 그렇고, 인격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같이 출근해서 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본사 직원이고 누구는 비정규직 파견 직원이다.
노동자층 내부에서도 차별이 심화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차별과 특권이 사회 전체에서 구조화 되고 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 가운데 으뜸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움직이는 철학을 바꾸고,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내년에 정권을 바꾸자는 것은 이렇게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권력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 구시대적 가치, 차별과 특권, 반칙을 없애고 정의가 제대로 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여러 가지 법들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것도 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파견근로 문제라든지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물론 비정규직이 900만명인데 전부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직종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를 살리고, 거기에 어긋나는 것은 하나하나 바꿔나가려는 정신이 필요하다. 노동이 정말 존중되는, 노동자가 인격적으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이고, 대통령의 의지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그냥 과학도시를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을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 세종시를 없애고 이것으로 대체해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대상지가 충청도였다. 충청도민들은 그것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집권 후 세종시를 없애려 했다. 그리고 이걸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세종시 원안이 통과된다니까 대신 이걸 빼앗아 간다면 대통령이 심술꾸러기 밖에 더 되나. 애들 장난도 아니고…. 국가는 국민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신뢰의 문제이고 약속의 문제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청와대에서 딴 소리 할 때 포항이나 이쪽으로 끌고 가려는 거 뻔히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충청도에 지키겠다고 했다. 우리도 약속을 지켜야한다. 거기에 더해서 호남은 우리 민주당의 모태다.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 된 것도 호남에서 밀어준 것이다. 직접 뽑는 선거에서 비호남이 당 대표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처음이다. 호남 국민들의 뜻은 정권교체에 대한 여망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도 약속을 지켜가고 충청권이 유치하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대선후보 지지율이 10% 이내다.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높일 지에 대한 복안은 있나.
아직 관망 상태이고, 더 있어 봐야 한다. 잠재적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층의 성격도 전부 다르다. 그래서 지금 단순히 몇 퍼센트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이 오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그전에 총선도 있고 하니까 달라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금년 안에 판세가 결정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가 마주 앉는 회동을 제안했는데.
야당 대표 세 사람이 모여 앉아서 공동성명이나 발표하는 그런 형식적 만남은 의미 없다.
만나면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다. 그렇게 (예산을)날치기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하고 그대로 넘어간 상황에서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있어야 한다. 정말로 야당의 협조를 얻으려 한다면 진정성을 갖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한다. 단순히 사진 찍고 홍보하는 만남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영수회담 제안이 온다면 응할 생각 있나.
마찬가지다. 제1야당 대표를 만나서 어떤 의제를 갖고 진정성과 구체성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아무런 내용 없이 겉으로만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불신일 뿐이다. 쇼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명시했고, 무상시리즈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좌클릭한 공약이라는 주장이 있다.
복지는 좌클릭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사회가 빈곤과 사회적 차별이 심화된 데 따른 사회적 대응이다. 일종의 조건반사 같은 것이다. 사회적 차별이 커지고 빈곤이 심해지니까 이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회적 처방이다.
이제까지도 복지는 있었다. 다만 사회가 발전해서 그 질적인 변화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혜적 복지, 자선적 복지, 선별적 복지였다. 이것만 갖고 안 되니까 이제는 인격적 차별을 없애야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니다. 배고픈 아이들한테 ‘그래도 점심은 줄게’ 하면서 주는 게 지금의 급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받지 않게 해주자는 게 무상급식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똑같은 여건에서 티 없이 자라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엄마·아빠들 나가서 일 좀 제대로 하도록 하자. 이것이 무상보육이다. 지금도 수급자들한테는 의료 보호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 그래서 보장성을 좀 넓혀주자.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의 차별을 덜 주자는 것이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무상의료, 정확히 말하면 의료보장성 강화다. 그런데 의료보장성 강화는 말이 어렵다. 그래서 쉽게 얘기하자는 의미에서 무상의료라 쓰는 것이다.
복지재원에 대한 실질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독재에 항거해서 데모하면 감옥 가기 때문에 항거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복지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비용을 참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어려운 사람들 같이 잘 살게 하자고 하는데, 사회적 차별을 없애자고 하는데 비용 하나도 없이 할 수 있나. 비용을 치러야한다. 지금 우리가 증세를 얘기 안하는 것은 전 국민에게 혁명가가 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감옥에 가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면서 같이 가야 된다. 일본에서 부가가치세 올리려다 수상이 몇 번씩 바뀌곤 했다. 국민들에게 추가적 부담을 안기기보다는 일단 있는 돈을 갖고 좀 해보자고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주장하는 증세 없이 복지를 해보자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집안에 누가 아프거나 사고가 났다고 해서 당장 빚부터 얻어오지 않는다. 일단 씀씀이부터 줄일 것 아니냐. 우리의 세출구조도 마찬가지다. 국가 예산 중에 불요불급한 것이 있다. 이런 것 좀 줄여가고, 추세도 바꿔가는 것이다. 그게 세출구조 개선이다.
이렇게 재정절약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는 걷어야 될 것 가운데 안 한 것을 다시 걷어야 한다. 바로 부자감세다. 또 비과세 감면 줄이고, 임시투자세액공제 같은 것 줄이면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16조원 만들 수 있다. 좀 힘들지만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고 계산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것으로만 계속 가자는 것도 아니다. 2012년 정권이 교체되면 2013년 2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 2~3년은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보면서 부족한 것 보완하고 잘못된 것 고치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세원도 확장하고, 복지지출의 내용을 정돈해 나가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무상’이라는 표현을 바꾸자는 견해가 있는데.
정책이라는 것은 그 성격을 얘기하는 것이니까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산술적인 정확성이 완벽하게 단어나 용어에 담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게 사실상 당론이기도 하다. 의료 같은 경우도 90%면 사실상 ‘무상’ 아니냐. 그것이 보편적 복지다. 무상 논쟁에서 우리가 밀려면 한나라당이 말하는 선별적 복지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것 밖에 안 된다.
기득권을 버리더라도 야권연대 꼭 이루겠다고 했는데 당장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 어떻게 추진해 나갈 생각인가.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한다. 목표는 정권교체다. 어떠한 것이 승리의 길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린 자세로 함께 검토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이번 재보선이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양보를 의미 하느냐, 아니면 이번 재보선 승리가 기준이냐 이렇게 양도절단식으로 기준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권의 개헌론 주장에 대해 정략적이라며 반대해 왔는데 변함이 없나.
저 사람들은 개헌 안 될 것 뻔히 알면서 자꾸 어떻게든지,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 보려고 말이지…. 그렇게 해가지고 정권연장을 해 보겠다는 것이다. 정권연장도 자기네 그룹의, 자기네 세력의 정권연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천막투쟁에서 희망대장정으로 이어지는데 너무 이른 대선레이스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내 지지율이 올라갑디까.(웃음) 내가 연평도 사태가 나기 전에 대포폰 불법사찰에 항의해 천막을 쳤을 때 그때 어떤 중진 언론인이 일부러 찾아왔다. 얘기를 하다가 ‘지지율 때문에 이런 것 아니냐’고 해서 내가 말했다. ‘이게 지지율 올라가는 것이라고 보느냐’고.
생각을 해봐라. 제1야당의 대표가, 대통령하겠다는 사람이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그렇게 하는 걸 국민들이 좋아할 것 같으냐. 아니다. 나는 그것을 냉정하게 알고서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걸 통해서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우리당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일차적으로 당의 지지도와 응집도를 올리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한 달 완만하지만 민주당 지지도가 올라갔다. 그런 것이 내가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항상 나 스스로한테 다짐하는 것도 내 개인욕심 챙기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여전히 교수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야한다는 것 알고 있다. 나도 내 약점을 안다. 국민들과 서민과 소통해야 하니까 더욱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내 말이 어려운 것 같지 않은데….(웃음)
2012년 대선의 정치적 화두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지금 시대정신이나 화두는 정의와 복지다. 달리 표현하면 이 나라가 국민에게 뭘 해줘야 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본다. 풍요속의 빈곤과 사회적 격차가 심화되고, 그 내용이 반칙과 특권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가 반칙과 특권에 대항하는 창이라면, 반칙과 특권에 의해 피해를 받고 찌든 국민과 서민들을 방패로 막아주는 것이 복지다. 정의와 복지가 내년 대선의 중요한 쟁점이자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얘기하는 새로운 사회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구시대가 반칙과 특권의 사회였고, 차별로 인해서 사회적 간격을 심화시켰다면, 새로운 시대는 그것이 없는 사회,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정치와 행정의 기준이 사람이 되는 사회다.
당원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2012년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본다. 자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3일 전당대회 경선에 나서면서 집권의지를 내세웠다. 그걸 화두로 내세우면서 전당대회 주제를 바꿨다고 감히 자신한다. ‘우리도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느냐’하는 희망과 기대를 불어넣어줬다고 본다. 이제는 패배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또 이번에 우리당이 무상시리즈 복지 논쟁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맹목적인 정권교체가 아니다. 정권교체를 통해서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사회에 대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구시대의 마지막 발악이다. 이번에 바꿔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jpkim@naeil.com
정리 정재철· 전예현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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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은 창간 17주년(일간 1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기획인터뷰를 진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대표적인 지식인 등을 독자들과 함께 인터뷰해 정치 발전의 사회적 공론과 비전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24일 오후 11시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계룡 리슈빌 아파트 경로당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희망대장정’을 한 달 동안 진행했는데 간략한 평가를 한다면.
1차 천막투쟁에서는 당원들과 국민을 향해 이명박 정부의 독재본색, 반서민 본질을 비판하면서 서명을 받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집권을 해야겠다’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얘기를 하고 답변도 받는 양방통행(소통)을 했다. 많은 것을 듣고, 아이디어도 얻고, 비판도 듣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를 만드는데 아주 유용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민심은 어떤가.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과 민심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사는 것 힘들어한다. 사회적 격차, 반칙, 특권 이런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어려움이 크다고 하는 것이 시민들 말속에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확실히 보인다.
얼마 전에 대구에 갔을 때도 아주 고무적이었다. 아침에 조그마한 동네 목욕탕에 갔는데 거기 있던 십 여 명이 거의 한 사람 예외도 없이 반갑게 인사하더라. 어떤 사람은 도화지하고 매직 갖고 와서 사인해 달라고 했다. 목욕탕 주인도 사인해 달라고 하는데 하나는 목욕탕에 걸 것, 다른 하나는 자기 아들에게 줄 것이라고 하더라. 그렇다고 그게 당장 우리표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해 마음을 열어 놨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나 단초를 보는 것이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 현장을 자주 찾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근 화두는 서민복지인데 그 중에서도 으뜸은 일자리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도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일하는 사람이 점점 불행한 나라가 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반편이다. 항상 불안하고 자존심이 깎인다.
충분한 대우도 받지 못한다. 물질적으로도 그렇고, 인격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같이 출근해서 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본사 직원이고 누구는 비정규직 파견 직원이다.
노동자층 내부에서도 차별이 심화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차별과 특권이 사회 전체에서 구조화 되고 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 가운데 으뜸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움직이는 철학을 바꾸고,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내년에 정권을 바꾸자는 것은 이렇게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권력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 구시대적 가치, 차별과 특권, 반칙을 없애고 정의가 제대로 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여러 가지 법들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것도 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파견근로 문제라든지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물론 비정규직이 900만명인데 전부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직종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를 살리고, 거기에 어긋나는 것은 하나하나 바꿔나가려는 정신이 필요하다. 노동이 정말 존중되는, 노동자가 인격적으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이고, 대통령의 의지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그냥 과학도시를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을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 세종시를 없애고 이것으로 대체해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대상지가 충청도였다. 충청도민들은 그것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집권 후 세종시를 없애려 했다. 그리고 이걸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세종시 원안이 통과된다니까 대신 이걸 빼앗아 간다면 대통령이 심술꾸러기 밖에 더 되나. 애들 장난도 아니고…. 국가는 국민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신뢰의 문제이고 약속의 문제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청와대에서 딴 소리 할 때 포항이나 이쪽으로 끌고 가려는 거 뻔히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충청도에 지키겠다고 했다. 우리도 약속을 지켜야한다. 거기에 더해서 호남은 우리 민주당의 모태다.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 된 것도 호남에서 밀어준 것이다. 직접 뽑는 선거에서 비호남이 당 대표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처음이다. 호남 국민들의 뜻은 정권교체에 대한 여망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도 약속을 지켜가고 충청권이 유치하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대선후보 지지율이 10% 이내다.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높일 지에 대한 복안은 있나.
아직 관망 상태이고, 더 있어 봐야 한다. 잠재적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층의 성격도 전부 다르다. 그래서 지금 단순히 몇 퍼센트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이 오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그전에 총선도 있고 하니까 달라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금년 안에 판세가 결정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가 마주 앉는 회동을 제안했는데.
야당 대표 세 사람이 모여 앉아서 공동성명이나 발표하는 그런 형식적 만남은 의미 없다.
만나면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다. 그렇게 (예산을)날치기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하고 그대로 넘어간 상황에서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있어야 한다. 정말로 야당의 협조를 얻으려 한다면 진정성을 갖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한다. 단순히 사진 찍고 홍보하는 만남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영수회담 제안이 온다면 응할 생각 있나.
마찬가지다. 제1야당 대표를 만나서 어떤 의제를 갖고 진정성과 구체성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아무런 내용 없이 겉으로만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불신일 뿐이다. 쇼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명시했고, 무상시리즈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좌클릭한 공약이라는 주장이 있다.
복지는 좌클릭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사회가 빈곤과 사회적 차별이 심화된 데 따른 사회적 대응이다. 일종의 조건반사 같은 것이다. 사회적 차별이 커지고 빈곤이 심해지니까 이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회적 처방이다.
이제까지도 복지는 있었다. 다만 사회가 발전해서 그 질적인 변화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혜적 복지, 자선적 복지, 선별적 복지였다. 이것만 갖고 안 되니까 이제는 인격적 차별을 없애야 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니다. 배고픈 아이들한테 ‘그래도 점심은 줄게’ 하면서 주는 게 지금의 급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받지 않게 해주자는 게 무상급식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똑같은 여건에서 티 없이 자라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엄마·아빠들 나가서 일 좀 제대로 하도록 하자. 이것이 무상보육이다. 지금도 수급자들한테는 의료 보호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 그래서 보장성을 좀 넓혀주자.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의 차별을 덜 주자는 것이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무상의료, 정확히 말하면 의료보장성 강화다. 그런데 의료보장성 강화는 말이 어렵다. 그래서 쉽게 얘기하자는 의미에서 무상의료라 쓰는 것이다.
복지재원에 대한 실질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독재에 항거해서 데모하면 감옥 가기 때문에 항거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복지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비용을 참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어려운 사람들 같이 잘 살게 하자고 하는데, 사회적 차별을 없애자고 하는데 비용 하나도 없이 할 수 있나. 비용을 치러야한다. 지금 우리가 증세를 얘기 안하는 것은 전 국민에게 혁명가가 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감옥에 가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면서 같이 가야 된다. 일본에서 부가가치세 올리려다 수상이 몇 번씩 바뀌곤 했다. 국민들에게 추가적 부담을 안기기보다는 일단 있는 돈을 갖고 좀 해보자고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주장하는 증세 없이 복지를 해보자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집안에 누가 아프거나 사고가 났다고 해서 당장 빚부터 얻어오지 않는다. 일단 씀씀이부터 줄일 것 아니냐. 우리의 세출구조도 마찬가지다. 국가 예산 중에 불요불급한 것이 있다. 이런 것 좀 줄여가고, 추세도 바꿔가는 것이다. 그게 세출구조 개선이다.
이렇게 재정절약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는 걷어야 될 것 가운데 안 한 것을 다시 걷어야 한다. 바로 부자감세다. 또 비과세 감면 줄이고, 임시투자세액공제 같은 것 줄이면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16조원 만들 수 있다. 좀 힘들지만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고 계산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것으로만 계속 가자는 것도 아니다. 2012년 정권이 교체되면 2013년 2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 2~3년은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보면서 부족한 것 보완하고 잘못된 것 고치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세원도 확장하고, 복지지출의 내용을 정돈해 나가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무상’이라는 표현을 바꾸자는 견해가 있는데.
정책이라는 것은 그 성격을 얘기하는 것이니까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산술적인 정확성이 완벽하게 단어나 용어에 담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게 사실상 당론이기도 하다. 의료 같은 경우도 90%면 사실상 ‘무상’ 아니냐. 그것이 보편적 복지다. 무상 논쟁에서 우리가 밀려면 한나라당이 말하는 선별적 복지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것 밖에 안 된다.
기득권을 버리더라도 야권연대 꼭 이루겠다고 했는데 당장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 어떻게 추진해 나갈 생각인가.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한다. 목표는 정권교체다. 어떠한 것이 승리의 길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린 자세로 함께 검토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이번 재보선이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양보를 의미 하느냐, 아니면 이번 재보선 승리가 기준이냐 이렇게 양도절단식으로 기준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권의 개헌론 주장에 대해 정략적이라며 반대해 왔는데 변함이 없나.
저 사람들은 개헌 안 될 것 뻔히 알면서 자꾸 어떻게든지,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 보려고 말이지…. 그렇게 해가지고 정권연장을 해 보겠다는 것이다. 정권연장도 자기네 그룹의, 자기네 세력의 정권연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천막투쟁에서 희망대장정으로 이어지는데 너무 이른 대선레이스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내 지지율이 올라갑디까.(웃음) 내가 연평도 사태가 나기 전에 대포폰 불법사찰에 항의해 천막을 쳤을 때 그때 어떤 중진 언론인이 일부러 찾아왔다. 얘기를 하다가 ‘지지율 때문에 이런 것 아니냐’고 해서 내가 말했다. ‘이게 지지율 올라가는 것이라고 보느냐’고.
생각을 해봐라. 제1야당의 대표가, 대통령하겠다는 사람이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그렇게 하는 걸 국민들이 좋아할 것 같으냐. 아니다. 나는 그것을 냉정하게 알고서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걸 통해서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우리당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일차적으로 당의 지지도와 응집도를 올리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한 달 완만하지만 민주당 지지도가 올라갔다. 그런 것이 내가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항상 나 스스로한테 다짐하는 것도 내 개인욕심 챙기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여전히 교수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야한다는 것 알고 있다. 나도 내 약점을 안다. 국민들과 서민과 소통해야 하니까 더욱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내 말이 어려운 것 같지 않은데….(웃음)
2012년 대선의 정치적 화두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지금 시대정신이나 화두는 정의와 복지다. 달리 표현하면 이 나라가 국민에게 뭘 해줘야 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본다. 풍요속의 빈곤과 사회적 격차가 심화되고, 그 내용이 반칙과 특권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의가 반칙과 특권에 대항하는 창이라면, 반칙과 특권에 의해 피해를 받고 찌든 국민과 서민들을 방패로 막아주는 것이 복지다. 정의와 복지가 내년 대선의 중요한 쟁점이자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얘기하는 새로운 사회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구시대가 반칙과 특권의 사회였고, 차별로 인해서 사회적 간격을 심화시켰다면, 새로운 시대는 그것이 없는 사회,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정치와 행정의 기준이 사람이 되는 사회다.
당원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2012년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본다. 자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3일 전당대회 경선에 나서면서 집권의지를 내세웠다. 그걸 화두로 내세우면서 전당대회 주제를 바꿨다고 감히 자신한다. ‘우리도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느냐’하는 희망과 기대를 불어넣어줬다고 본다. 이제는 패배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또 이번에 우리당이 무상시리즈 복지 논쟁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맹목적인 정권교체가 아니다. 정권교체를 통해서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사회에 대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구시대의 마지막 발악이다. 이번에 바꿔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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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재철· 전예현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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