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스르는 또 하나의 건강 나이

젊음의 키포인트 ‘혈관 나이’

지역내일 2011-01-18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생각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혈관 나이다. 피부 관리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 우리 몸 후미진 곳까지 뻗어 있는 혈관에는 무관심했다. 혈관이 노화되면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을 동반하는 모태가 된다는데. 이제 피부 나이보다 중요한 혈관 나이에 집중해야 할 때다. 리포터의 체험을 통해 혈관 나이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병원에서 검사’라는 짧은 문장 앞에 서면 괜히 더 작아지는 모습을 발견한다. 감기 외 크게 앓는 것은 없지만 출산 후 과거의 몸무게로 돌아가기에는 점점 더 멀어졌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어온 것을 위안 삼았기에 혈관 나이를 검사한다는 기사를 준비하면서도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실제 나이는 30대, 혈관 나이는 40대?!
검사하기 전 AG클리닉 권용욱 원장과 가족력, 식습관, 운동, 하루 활동량, 출산 전후 체중 변화 등 기본적인 상담을 했다. 리포터가 혈관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 진행할 검사는 동맥 경화도 검사, 산화 스트레스 검사, 체성분 검사. 동맥 경화도 검사는 가장 중요한 동맥의 탄력도를 측정한다. 먼저 두 팔과 발목에 패드를 감고 일정량의 압박과 이완을 반복해 혈관의 ‘굳은 정도’를 측정했다. 산화 스트레스 검사는 혈액 한 방울로 체내 활성산소나 총 항산화력을 분석하는 검사. 체성분 검사는 체지방, 근육량, 수분, 단백질 등을 측정하는데 복부 지방이 많을 경우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총 검사 시간은 약 30분, 결과는 15분 정도 뒤에 나왔다.
먼저 체성분 분석 결과 체지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이 163센티미터일 경우 적정 체중은 55킬로그램이지만 리포터의 경우 약간 초과된 상태.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는 말은 각오한 상태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동맥 경화도 검사 결과 30대인 리포터의 혈관 나이는 40~45세(참고로 혈관 나이는 5년 단위로 나뉜다). 동맥 경화도는 20대 5.0~6.0, 30대 6.0~7.0, 40대 7.0~8.0, 50대 8.0~9.0이 정상이다. 리포터의 경우 오른팔은 7.6, 왼팔은 7.4로 30대 정상치보다 높아 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5년 정도 많은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섯 살 정도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핵폭탄 같은 산화 스트레스 검사 결과가 눈을 의심하게 했다. 정상적인 체내 활성산소량은 160~230. 그러나 리포터의 경우 571. 그 수치가 400~600일 경우 높은 산화 스트레스를 나타내며, 항산화 처방이 필수. 600 이상일 경우도 매우 심각한 산화 스트레스로 항산화 처방이 필수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총 항산화력은 1.07~1.53이 정상이나 0.40으로 매우 부족했다. 순간 기계 오작동이나 대체적으로 이렇게 높게 나와 정기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들켰을까? 권 원장은 간호사에게 그동안 검사 결과 통계치를 가져오게 했다. 리포터처럼 높은 수치는 상위 5퍼센트에 속했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이렇게 높았다면 엄마가 기뻐했을 텐데 해머로 머리를 맞은 듯 멍했다.

질병 예방 위해 혈관 관리는 필수
최근에 의학이 발달하면서 동맥 경화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혈관 나이’라고 표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혈관 나이로 심혈관 질환 발생의 위험도를 나타내면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한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심혈관센터장 이무용 교수는 “혈관 나이를 측정한다는 것은 심혈관 질환 예방의 의미가 크며, 질병을 진단하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혈관 나이가 높다고 바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혈관이 노화되면 손발이 저리고 시린 증상부터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까지 광범위하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혈관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남성의 경우 발기력을 떨어뜨리고, 여성의 경우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된다.

의외로 간단한 혈관 건강 유지법
혈관 나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식습관은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과도한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고 과식을 피해야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산화력이 강한 지방 성분 때문에 동맥경화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운동은 근력운동보다 유산소운동이 적당하며, 규칙적으로 한 시간 이상 빠르게 걷는 운동이나 수영이 좋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가급적 낮은 산에서 빠르게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혈관이 망가지고 좁아지면 뇌, 심장 등 인체 장기는 기능을 서서히 잃는다. 그러면 혈류는 더욱 느려져 혈관에 노폐물이 달라붙는 현상도 악화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임도선 교수는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지고 굳은 혈관은 자연 회복이 어렵다. 혈관은 심장박동에 따라 유연하게 늘어났다 좁아졌다를 반복하면서 혈액을 인체 곳곳에 보내기 때문에 그 탄력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혈관의 탄력성을 검사해서 이상이 나오면 약 85퍼센트는 관상동맥 질환 가능성이 있다. 또 동맥경화증 증세가 있는데도 혈액순환 개선제 등을 임의로 처방한 채 방치하는 것은 금물. 주요 혈관에 대한 정밀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책을 세우는 것이 위험을 막는 길이다. 혈관이 노화되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권 원장은 “오랫동안 몸에 밴 나쁜 식습관을 고치고 체중을 관리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항산화제를 적절히 섭취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최은영 리포터 solcp@hanmail.net
사진 김재윤
도움말 권용욱 원장(AG클리닉)·
임도선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이무용 교수(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심혈관센터장)
촬영 협조 AG클리닉(www.ag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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