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구의 우리음식이야기④ 정월 대보름 음식의 비밀

까마귀에게 보답한 것이 풍속의 시작…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

지역내일 2011-02-14 (수정 2011-02-14 오전 11:27:12)

상원일(上元日). 일 년 열두 달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삼원절(三元節- 상원일:음력 1월15일, 중원일:음력 7월15일 백중, 하원일:음력 10월15일) 가운데 으뜸이란 말로 중국의 관등날이다. 

이날 중국에서 먹지 않는 약밥을 우리나라에서 먹는 이유는 신라 때 보름날 까마귀가 글을 물어 임금을 주어 거문고 곳집 속의 자객(刺客)을 잡고, 역모를 꾀하던 무리들을 미리 처치할 수 있게 되어 찰밥을 지어 그 날 까마귀에게 보답한 것이 풍속이 된 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이날 연등을 설치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 왕실 의식을 행하기도 했다. 



귀밝이술, 부럼, 오곡밥, 묵은 나물(전채), 복쌈, 원소병을 해 먹었고, 금기 음식으로는 김치, 찬물, 비린 것이 있는데 지방에 따라 먹는 음식과 풍속은 조금씩 달랐다. 

동국세시기에 상원일 아침에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 귀밝이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해 일 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고 전한다. 중국에서는 이명주(耳明酒), 명이주(明耳酒), 이총주(耳聰酒) 등으로 부른다. 

또 보름 음식은 14일 밤에 미리 음식 재료를 손질해 두는 등 보름날에는 일체 칼질을 삼갔다. 칼질을 하면 한 해의 복도 갈라지고, 곡식도 잘라진다고 여겼다. 보름날 칼질을 하다 손을 베면 잘 낫지 않는다고 여겼다. 대보름의 금기는 농경사회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이고 상징적 형태의 조건이었다. 예를 들어 비린 것을 금기시 한 것도 여름에 파리가 들끓고 몸에 부스럼이 생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의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는 뜻으로 날밤, 은행, 호두, 잣, 땅콩 등을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무는 부럼은 혈압을 내리고 변비를 막아 치아와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부럼은 한의학적으로 비 폐 신(脾 肺 腎)을 보하는 식품이며, 외부의 사기(邪氣)로부터 몸의 저항력을 키운다. 그러나 평소 변이 무르거나 지성 피부에는 권장하지 않는다. 부럼의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대표적인 절식(節食)인 오곡밥은 탄수화물에 치우친 백미와는 달리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다.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소화기를 보하고,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노란 차좁쌀은 비위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곡류로 알려져 있다. 

몸의 습(濕)을 없애주고, 열을 내리는 데는 수수가 효과적이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이 단점이다. 고단백의 콩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아 오장을 보하고 기혈 순환을 돕는다. 붉은 팥은 이뇨작용이 있어 부종과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해 화(火)와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또 가을부터 말려 둔 호박, 가지, 시래기, 곰취, 갓잎, 무청, 버섯, 무 등 묵은 나물 아홉 가지가 등장한다. 이는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하여 말려 놓은 나물을 삶아 먹는 풍속이지만, 오곡밥과 묵은 나물은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 한방에선 오곡밥을 각 사상체질(四象體質)에 맞는 곡류가 골고루 섞여 있는 조화된 음식으로 본다. 

게다가 식이섬유까지 풍부하여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고(高)콜레스테롤 혈증을 방지한다. 특히 취나물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미각을 돋우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과 최근에는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보름엔 묵은 나물들로 복쌈도 해 먹는다. 이는 밥을 김, 취나물, 배추잎 등에 싸서 먹는 음식이다. 이 쌈은 부(富)를 쌈 싸듯 모을 수 있다는 풍습에서 나왔다고 한다. 작고 동그란 떡이란 뜻의 원소병은 찹쌀가루를 여러 가지 색으로 반죽하여 소를 넣고, 경단 모양으로 빚어서 삶아 내어 오미자 국물이나 꿀물에 띄워 낸 화채를 먹었다.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守歲)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세웠다. 이 모두가 우리 조상들이 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한 것으로 우리가 계속 지켜야 할 우리의 민족 문화가 아닌가.

구미 S-코드스쿨 원장 054)458-8887
정리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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