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꽁꽁 추워도 썰매는 달린다”
눈썰매장에 가자고 하니 아이들 입이 함박만 해 진다. 밤새 내린 눈으로 빙판길에 운전대 잡은 어른 마음은 오그라들어도 아이들은 놀 생각에 마냥 신이 난다. 일산 풍동에 있는 한 눈썰매장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모자 잘 쓰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차에다 모자와 장갑까지 두고 냅다 달렸다. 아이들에게 눈밭은 아주 재미난 놀이터일 뿐이다.
안전수칙 잘 따르면 즐거운 놀이터
오전 11시쯤 도착.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썰매를 즐기고 있었다. 주로 가족끼리 찾은 이들이 많았다.
일 년 만에 눈썰매장을 찾은 10살, 7살 난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어하더니 두세 번 타고 나니 금세 익숙해진 눈치였다. 동네에 있는 작은 눈썰매장이라 리프트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일산 근교의 눈썰매장은 대부분 120미터 안팎의 짧은 길이라 썰매를 들고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막상 출발지점에 앉으니 슬로프 끝이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안전요원의 출발 신호에 따라 썰매를 앞으로 밀어 내려가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것만 같았다. 중간쯤에는 굴곡이 형성되어 있어 몸이 위로 살짝 올라가면서 나름의 스릴도 느낄 수 있었다.
18개월 아이를 데리고 눈썰매장을 찾은 토당동의 최 아무개 씨는 “올라가는 길이 불편하긴 하지만 아이 안고 타기에는 적당해 좋다”고 만족해했다.
썰매에 앉을 때는 썰매판 끝부분에 엉덩이가 닿게 앉아야 한다. 출발하면 몸을 뒤로 젖혀야 안정적으로 탈 수 있다. 방향 조정은 줄을 당기고, 발을 제동장치 삼아 멈춘다. 안전요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잘 따르면 별 탈 없이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대화동에서 온 권민재(12) 어린이는 “다른 사람들히면서 타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추운 몸은 어묵 국물로 녹이고...해떨어질 때까지 놀자
눈썰매장에서 한동안 놀다 보니 재미난 풍경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썰매를 타는데 어른들은 캠코더에 디카를 들고 촬영하는 데 여념이 없는 것이다. 놀이터에서는 잘 놀아주는 것이 눈과 겨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날 찾은 눈썰매장은 길이가 짧기는 해도 중간쯤에 작은 언덕들도 있어 나름의 스릴을 즐길 수 있었다. 썰매판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어른이라면 튜브썰매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겠다.
서너 번 타고 나니 아이들이 “신발에 눈 들어갔다”며 보채기 시작했다. 매점으로 들어가니 컵라면, 어묵, 감자튀김, 떡볶이 같은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카레밥, 돈가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마련되어 있었다. 대부분 눈썰매장이 매점을 운영하는데 비닐천막을 치는 등 시설이 미비한 경우도 있다. 간단한 먹거리와 컵, 수저 등은 집에서 준비해가는 것이 좋겠다. 보온병을 챙겨간다면 센스만점.
따끈한 국물에 몸을 녹이고 다시 썰매장으로 향했다.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 이날 찾은 눈썰매장은 주말마다 비눗방울 공연을 한다고 했다. 눈썰매장마다 페이스페인팅 등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니 가기 전 체크해보면 더 풍성한 나들이가 될 것 같다.
***눈썰매장 이용 TIP
눈썰매장에 갈 때는 방수와 보온이 되는 장갑과 부츠, 겉옷은 필수다. 양말은 두툼하고 목이 긴 것으로 신는 것이 좋다. 부츠 안으로 눈이라도 들어가면 맨살에 닿아 춥기 때문이다. 양말을 하나 더 신는 것도 좋지만 여분을 하나 더 챙기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여러 겹 신어도 젖으면 다 벗어야 하니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푸근한 겨울날이라도 썰매장은 냉랭하기 마련이다. 손난로나 핫 팩 같은 것들을 미리 준비해놓는 것도 좋겠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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