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단주는 한 개인의 결단이자 의지의 문제라고 말한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 백이면 백이 마시고 안 마시고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한다. 이런 주장은 대부분 너무나 완강하여 평소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누구라도 더 말 걸기를 그만두게 된다.
과음의 폐해로 주위 사람들이 나서야 하는 경우에 닥쳐서 도움을 받도록 권해도 이내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과음의 신체적 후유증이나 해독을 위해 입원이나 약물치료 등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길지라도, 단주 자체를 위한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지못해 참여했어도 임의로 이내 중단해 버린다.
단주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것이 단주를 위한 집단치료 모임이다. 처음에는 혼자 힘으로 얼마든지 음주 갈망을 통제하고, 평생토록 단주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남들에게 자신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너무 두려운 때문이기도 하다. 음주 문제는 오래 전부터 사회적으로 부정적 낙인찍기의 대표적 사례였으므로 이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그런 심리사회적 곤란이 따르기 때문에 오히려 단주 집단치료 참석이 더 필요하다. 우리 문화에서 술과 관련하여 아무 문제가 없는 듯이 사회적으로 활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늘 긴장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술잔을 드는 수도 있어 위기가 잦다.
집단 모임에서 술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과의 교류는 단지 사교적 만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약물과학이 발달하였다 해도 다른 치료법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심리사회적 회복에 무척 도움이 크다. 그래서 장기간 단주와 재활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현황이다.
집단 모임에서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교정적으로 경험하여 변화시키고, 각종 상황에 대한 대응기술을 향상시킨다. 지속적인 단주의 필요성과 그 동기를 강화시킨다. 우울이나 원망,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완화시킨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감정적 정신적 안녕감을 증진시킨다.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단주에 대한 절실한 동기, 남 앞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열어 보이는 용기, 기꺼이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만 있다면 모임 참석이 마냥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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